대한장연구학회 한국형 가이드라인 세부 분석

 

궤양성 대장염(Ulcerative Colitis)은 대장 점막 또는 점막하층에 국한된 염증을 특징으로 하는 원인 불명의 만성 염증성 장질환으로, 혈성 설사와 대변 급박감 및 복통 등이 주 증상이다. 흔히 2달 이상 설사를 20번 이상하고, 혈변이 나오면 궤양성 대장염일 가능성이 높다. 국내 환자 규모는 약 4만 명으로 추산된다.

질환이 생기는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유전적 감수성, 장내 미생물, 외부 자극, 체내 면역계의 상호 작용 가능성 등 여러 가지 가설만 있을 뿐이다.

원인 불명확은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인데, 다행히 많은 연구를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진단과 치료 방법이 나와 있다. 하지만 증상의 다양성으로 인해 주관적 판단이나 경험으로 해결하는 경우도 많고 이 과정에서 과잉진단과 불필요한 치료도 적잖게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선진국은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최신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국제치료 기준(Korean J Gastroenterol 2017;69:1-28)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새 가이드라인은 미국, 영국, 캐나다, 유럽 등 9개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만든 것이다. 대한장연구학회는 2009년도에 처음으로 가이드라인을 냈는데 당시에는 진단에 관한 내용을 담았고, 이어 2012년에는 주로 경구용 치료제와 면역조절제 등을 담았다. 이번에는 중증에서 생물학적 제제 치료부분을 추가했다.

경도-중등도 치료, 5-ASA 하루 한 번도 투여 가능
경도-중등도 궤양성 대장염은 증상 부위에 따라 직장염과 좌측 및 광범위 대장염으로 나뉜다. 이때 직장염 치료에서 1차로 사용하는 약제는 5-aminosalisylic acid(5-ASA)이다<표>.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5-ASA의 용량 용법이 일부 업데이트됐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5-ASA는 ‘직장염’ 초치료로 사용할 때 5-ASA 좌약 1g/day 혹은 관장액 1~2g/day 투여한다. 또한 각각의 치료보다 병합치료가 더 효과적이다. 5-ASA를 충분히 사용해도 효과가 없거나 전신 증상이 동반되면 경구 스테로이드(prednisolone 30~40mg/day 또는 0.5~1.0mg/kg)를 사용한다.

■ 경도-중등도의 궤양성 직장염의 초치료로 5-ASA 좌약 1g/day 혹은 관장액 1~2g/day 투여를 권장한다(근거수준: 높음, 권고등급: 강함).
■ 국소 스테로이드는 국소 5-ASA에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있는 경우에 사용한다(매우 낮음, 약함).
■ 국소 5-ASA를 경구 5-ASA(2.0g/day 이상) 혹은 국소 스테로이드와 함께 사용하는 것이 각각의 약제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며, 반응에 따라 단계적으로 치료 수준을 높인다(높음, 강함).
■ 관해 유지를 위한 경구 5-ASA 용량은 2g/day 이상을 권장한다(중간, 강함).
■ 관해 유지를 위해 경구 5-ASA를 하루에 한 번 복용하는 방법은 나누어 복용하는 것과 효과가 비슷하므로 환자 선호도와 약제 순응도를 고려해 투여 횟수를 결정한다(높음, 강함).

만약 ‘좌측 및 광범위 대장염’이라면 초치료로 경구 5-ASA 2.4g/day 이상을 사용하고 충분한 효과가 없으면 경구 스테로이드를 추가한다. 경구 5-ASA를 사용하는 방법은 반드시 분할 복용하지 않아도 되며 1일 1회 사용해도 된다.

■ 5-ASA를 충분히 사용해도 효과가 없거나 전신 증상이 동반된 경우, 경구 스테로이드(prednisolone 30~40mg/day 또는 0.5~1.0mg/kg)를 사용하면 된다(근거수준: 낮음, 권고등급: 강함).
■ 경도-중등도의 좌측 및 광범위 대장염의 초치료로 2.4g/day 이상의 경구 5-ASA 투여를 권장한다(중간, 강함).
■ 경구 5-ASA 단독치료보다 국소 5-ASA(0.25~1.0g/day)와의 병합치료가 더 효과적이다(낮음, 강함).

가이드라인 집필에 참여한 중앙의대 최창환 교수(소화기내과)는 "5-ASA에서 가장 큰 변화는 투여방법으로, 예전에는 하루에 2~3회 나눠 복용하는 분할 투여를 원칙으로 했지만 하루에 1번 투여해도 차이가 없다는 근거에 따라 바꾼 것"이라며 "평생 치료라는 점에서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 유지관해 치료시 필요한 용량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그 외 5-ASA만으로 반응이 없어 스테로이드(prednisolone)를 추가할 때 적정 용량이 명확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근거도 새로 정리했다. 이에 따라 관해 유도용으로 사용 시에는 적정 용량이 30~40mg/day(하루에 60mg 미만)이며, 20mg까지는 매주 5~10mg씩 감량, 그 이후로는 매주 2.5mg씩 감량하면 된다.

중등도-중증 치료 옵션 확대…항TNF 치료제 추가
중등도-중증 궤양성 대장염으로 진단되면 이때부터는 초치료제로 경구용 스테로이드를 써야 한다. 단 전신 독성을 동반한 경우는 경구가 아닌 주사제를 사용한다. 이 경우 반응을 확인해야 하는데 치료 3~7일째 배변 횟수, CRP(C-reactive protein), 단순 복부 촬영 등을 통해 객관적인 평가를 시행하고, 7~14일 후에도 호전이 없으면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 정주, 항TNF 치료, 수술 등을 권고한다.

이 중 가장 많이 시도하는 것은 항TNF 치료제(생물학적 제제)다. 이전 가이드라인에서는 한 가지 종류만 언급됐는데 이번에 아달리무맙과 골리무맙이 추가됐다.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하면 모두 5개로 늘어난 셈이다. 그에 따른 근거도 대거 기술해 놓았다.

최 교수는 "스테로이드를 쓰면 95%의 환자들은 효과가 좋아지지만 나머지 5%는 반응이 없거나 스테로이드 의존성으로 나타나는데 이때 다음 치료옵션으로 항TNF 치료제를 고려할 수 있다"며 "이 경우 50~70% 환자는 효과가 나타나며, 효과가 없는 경우 서로 다른 성분으로 바꾸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  스테로이드 의존 환자의 경우에 항TNF 치료를 권장한다(근거수준: 매우 낮음, 권고등급: 강함).
■  항TNF 치료로 관해 유도된 환자에서는 관해 유지를 위해 지속적인 항TNF 치료를 권장한다(근거수준: infliximab 매우 낮음, adalimumab 매우 낮음, golimumab 높음, 권고등급: 강함).
■  항TNF 치료로 관해 유지 중에 반응이 소실되면 다시 관해를 유도하기 위해 항TNF 제제 증량을 권장한다(매우 낮음, 강함).
■ 항TNF 치료 용량을 최적화하기 위해서 약물 농도 감시를 권장한다(낮음, 강함).

단 항TNF제제를 쓸 때는 몇 가지 주의가 필요하다. 활동성 세균감염이 있는 경우 감염이 조절될 때까지 항TNF 제제 사용을 일시적으로 중단해야 한다. 또한 잠복결핵의 재활성화로 인해 결핵이 발생할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이는  항TNF 치료가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서 기회감염의 위험도를 약 2배 증가시키며, 다른 면역조절제를 함께 쓰고 있는 경우 감염위험은 더 증가한다는 메타분석 결과에 따른 것이다.

또 자칫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 B형간염, 대상포진 등 위험에 주의를 해야 하고, 예방접종도 신경 써야 한다.

때때로 관해 유도를 위해 항TNF 치료를 시작할 때 단독 치료보다 면역조절제인 싸이오퓨린(thiopurine)이나 메토트렉세이트(MTX)와 병합 치료로 할 수 있는데, 적정 기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하지만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TNF 제제와 면역조절제의 병용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최 교수는 "항TNF 제제는 크론병보다 궤양성 대장염에서 효과가 조금 떨어지지만, 선행 치료에 실패한 환자 중 절반은 반응을 보이고 치료효과를 올리기 위해 용량을 증가시키거나 병용요법을 쓰기도 한다"며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항TNF 제제의 다양한 사용 가능성을 소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항TNF 제제의 평가를 위해서는 치료 8~12주째 치료 반응을 평가해야 하며, 반응이 없는 경우 증량을 고려할 수 있다. 인플리시맙은 투여 간격을 줄이거나 용량을 10mg/kg으로 올릴 수 있고 아달리무맙은 주 1회로 투여 간격을 줄이는 것도 대안이다.

또 일부 스테로이드 정주에 반응하지 않는 중증 궤양성 대장염은 사이클로스포린 정주로 치료하기도 하는데 고혈압, 구토, 저칼륨혈증, 저마그네슘혈증 등이 있고 특히 저콜레스테롤혈증이 있는 환자에서 대발작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생물학적 치료제로 실패한 환자에겐 베돌리주맙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항TNF 제제에 1차 또는 2차 치료 실패한 환자는 베돌리주맙(vedolizumab)이 대안이다. 다만 이 약은 아직은 급여가 되지 않아 약값 전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베돌리주맙 1회 주사 비용이 36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교수는 "기존 항TNF 제제로 모두 실패한 환자가 급여권 내에서 쓸 수 있는 옵션은 없다"며 "베돌리주맙이 유일한 옵션이며, 유스테키누맙도 아직은 적응증 추가와 급여등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 외 메토트렉세이트 단독 또는 프로바이오틱스는 근거가 없어 강조하지 않았고, 수술요법 또한 조절되지 않는 출혈, 악성 종양 발생 등 내과적으로 조절이 어려운 증상이 지속될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그는 "궤양성 대장염은 동양인에게 발병 빈도가 낮았지만 최근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며  "질환의 복잡성으로 인해 일부 존재했던 과잉치료나 부적절한 치료, 혹은 치료의 지연으로 인한 문제를 다소나마 해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