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 매년 자동상승 기전 마련 요구...법조계도 권리 침해 소지 지적

▲ 지난 1월 열린 혈액투석 정액수가 고시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린 토론회 모습.

정신질환과 투석환자들에게만 적용되는 정액수가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이 공동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의료계와 법조계는 정신질환과 투석환자에 적용되는 정액수가의 문제를 지적했다. 

정신질환자나 투석환자의 경우 처음 내원한 병원에서 기존 병명이 아닌 다른 병명으로 복합진료를 받더라도 정액수가만 인정, 의료기관이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

게다가 환자가 전원돼 다른 질환 진료를 받게 되면 의료기관 입장에서 손해는 없지만, 환자의 불편함과 진료비를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그나마 정신질환의 경우 입원수가가 인상되고 외래 정액수가도 행위별 수가로 변경, 한시름 덜었지만, 투석환자는 다르다. 

대한신장학회 김성남 보험법제이사는 정액수가에 ▲투석 행위 자체가 적정수가가 아닌 점 ▲고시의 행정해석 오류 등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이사는 “2014년 혈액투석 의료급여 환자의 정액수가는 한 차례 인상되긴 했지만 모든 게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며 “정신질환 환자를 비롯해 환자의 치료 기회 확대를 위해 궁극적으로 정액수가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만성신부전증환자의 외래 혈액투석 시 정액수가는 10년 동안 의료급여기관 종별 구분 없이 1회당 14만 6120원이었다.  

이에 투석협회에서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과 최저 임금 상승률을 감안할 때 약 150% 원가상승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고, 지난 2014년 한 차례 수가가 인상됐다.

하지만 이 같은 수가인상으로는 정액수가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 

김 이사는 “환산지수 계약을 통한 자동인상 기전이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일률적으로 수가를 통제하는 것은 물론 인상이 되는 기간마저 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해 병원계 최대 이슈였던 식대수가 인상과 궤를 같이 한다. 

앞서 식대수가는 10년간 정체된 상태에서 한 차례 인상됐고, 이에 대한 병원계의 요구에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환산지수 연동 장치가 마련된 바 있다. 

김 이사는 “201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실시한 의료급여 혈액투석 원가분석에 따르면 정액수가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최서 2만원이 인상돼야 한다는 결론이었고, 보건복지부 역시 2만원을 당초 안으로 검토했었다”라며 “하지만 기획재정부를 통과한 안은 건당 1만원”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정액수가는 기존 안대로 2만원 인상돼야 한다”며 “향후 물가, 임금상승‧, 의료신기술 도입 등을 고려해 정기적인 정액수가 조정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의료계는 관련 고시의 내용도 문제 삼았다. 

정액수가는 해당 의료행위의 평균 비용, 재료비, 인건비 등을 평균으로 책정한 것인데, 또 다른 의료행위가 정액수가에 포함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이에 정액수가는 혈액투석과 관련 있는 약제와 검사로만 한정하고, 이외의 행위에 대해서는 별도로 산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법조계도 정액수가 위헌 목소리 

의료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정액수가제는 위헌이라고 지적한다. 

정액수가제는 법적 근거 없이 의료기관과 의료급여환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위헌적인 제도라는 것.

건강보험제도에 따르면 진료수가는 행위별수가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년 의료계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진행하는 환산지수계약에 따라 인상분 만큼 진료수가는 매년 인상된다. 

반면 정액수가는 진료행위와 이에 소요되는 치료재료, 의약품 등을 일정한 금액으로 수가를 산정하기 때문에 환산지수계약은 적용되지 않는다.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는 “정부 차원에서 정액수가를 바꾸지 않는 한 몇 년이 지나도 같은 수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물가 인상, 새로운 의약품 및 치료재료 등장 등 의료환경의 변화는 전혀 반영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정액수가제는 의료급여환자 중에서도 정신질환자와 혈액투석환자들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해서만 정액수가를 적용해야 할 합리적 근거도 찾기 어렵다”며 “더구나 정액수가제는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근거 없이 복지부 고시에 의해 도입됐다는 점도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다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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