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인슐린펌프 개발 시작으로 인공췌장 상용화 장밋빛 전망까지 나와
이런 상황에서 전통적인 인슐린 펌프의 불편함을 덜어줄 새로운 기기가 개발됐는데, 바로 실시간 연속혈당 측정기(RT-CGM)와 인슐린 펌프를 접목한 SAP(glucose sensor-augment insulin pump) 기기다.
현재 혈당 변동폭이 크고 저혈당이 빈번한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미니메드 640G와 바이브가 시판되고 있다.
바이브는 5분마다 혈당 수치를 평가해 환자의 혈당 변화 경향을 파악함과 동시에 설정한 기준범위에서 벗어나면 알려주는 기능도 함께 갖고 있어 장기적인 혈당관리와 인슐린 투여 전략에 도움을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6년 25세 이상 성인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보면 A1C 개선율은 높이고, 저혈당 및 혈당 변동성은 감소시켰다(Diabetes Care. 2006; 29:2644-2649).
미니메드 640G는 여기서 더 나아가 미리 정해놓은 혈당 수치 이하로 내려갈 경우 환자가 저혈당을 인지하지 못해도 인슐린 주입을 2시간까지 멈출 수 있는 저혈당 중지기능을 갖췄다.
애틀란타 당뇨병 연합 소속이자 미국 에모리대학 교수인 Bruce W. Bode가 3일 AACE 세션(pre-congress session)에서 제시한 데이터를 보면 중증 저혈당 위험이 높은 청소년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 미니메드 640G를 사용한 결과, 68%에서 저혈당 노출 시간이 약 180분 단축됐음을 확인했다.
Bode 교수는 "이제 인슐린 펌프와 CGM을 활용한 치료는 당뇨병 표준치료법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현재 여기서 더 나아가 당뇨병 환자가 직접 혈당을 체크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혈당을 체크하고 인슐린을 공급하는 기능이 탑재된 '인공췌장'(closed loop)의 효능 및 안전성을 알아보는 장기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인슐린 주입 알고리듬 탑재된 '인공췌장' 연구도 활발
Bode 교수의 말처럼 인슐린 펌프를 시작으로 연속혈당측정기 결합형 펌프인 SAP 기기까지 개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인슐린 주입 알고리듬이 탑재된 '첨단 인공췌장' 상용화라는 핑크빛 미래까지 그려지기 시작했다.
인공췌장은 △혈당 수치를 지속해서 측정할 수 있는 연속혈당 측정기(CGM) △혈당 변화에 따라서 인슐린의 주입량을 조절하는 알고리듬 △인슐린 펌프 △배터리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연구되는 알고리듬은 △피드백 제어기 형태의 비례 적분 미분 제어기(proportional integral-derivative controller) △모델 예측 제어(model predictive control) △퍼지 논리(fuzzy logic) 및 안전관리설계(safety supervision design) 등이 있다. 이들 알고리듬을 활용해, 당뇨병 환자가 섭취한 탄수화물 양이나 혈당 변화 속도를 계산해 적절한 인슐린 용량을 조절함으로써 혈당을 낮추고 저혈당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종목표인 셈이다.
최근에는 알고리듬을 탑재한 인공췌장의 효과를 입증한 긍정적인 데이터들이 꾸준히 나오면서 인공췌장의 상용화는 더욱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2015년 Hood Thabit 박사팀이 일상생활에서 인공췌장을 사용하는 것도 당뇨병 환자의 혈당관리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연구결과가 대표적인 예다(N Engl J Med 2015; 373:2129-2140).
성인 당뇨병 환자 33명과 소아 및 청소년 당뇨병 환자 25명을 대상으로 실제 일상생활 속 인공췌장 효능을 알아본 결과, 인공췌장 사용군의 A1C가 대조군보다 성인은 7.6%에서 7.3%까지, 소아 및 청소년은 7.8%에서 7.6%까지 감소했고, 저혈당도 크게 호전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Hood Thabit 박사는 "우리의 최종 목표는 인공췌장을 인슐린 펌프와 연속혈당 측정기처럼 하루빨리 상용화시켜, 당뇨병 환자들이 실제 일상생활에서도 인공췌장을 이용해 혈당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 FDA 최초의 인공췌장 승인
Thabit 박사의 바람이 통했던 것일까?
2016년 FDA가 14세 이상 제1형 당뇨병 환자를 위한 최초의 인공췌장 미니메드 670G를 승인하면서, 인공췌장 상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
미니메드 670G는 복합폐쇄회로 제어 시스템으로 △피부에 찔러넣는 미니 바늘과 연결돼 혈당을 계속 추적하는 동전 크기의 센서, 피부 속에 찔러넣어 필요할 때 인슐린을 투여하는 △인슐린 펌프 △센서가 보내오는 자료에 따라 인슐린 투여를 결정하는 컴퓨터 칩으로 구성돼 있다.
허리에 차거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5분마다 센서가 보내오는 혈당 정보에 따라 혈당이 높으면 인슐린을 투여하고 혈당이 너무 낮으면 인슐린 투여를 중단하게 돼 있다.
효능 및 안전성은 이미 입증된 상태다. 지난해 제1형 당뇨병 환자 124명을 대상으로 3개월 동안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미니메드 670G를 사용한 이후 A1C 수치가 평균 7.4%에서 6.9%로 유의미하게 낮아졌다. 저혈당증,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나타나지 않았다(JAMA 2016; 316(13):1407-1408).
"고비용으로 수가 적용은 어려울 듯"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미니메드 670G은 환자 스스로가 섭취하는 탄수화물 양에 따라 12시간에 한 번씩 인슐린 투여량을 조절하고 혈당 센서를 1주일에 한 번 갈아야 한다. 3일에 한 번 인슐린 재고를 채워 넣어야 하기 때문에 인간의 췌장 기능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성균관대 디지털헬스학과 최윤섭 교수는 "하이브리드라는 점에서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즉 식전에 탄수화물 섭취량에 대해서는 수동으로 입력해야 하고, 자가 혈당 측정기로 피를 뽑고 연속혈당수치측정기로 교정하는 과정을 여전히 거쳐야 한다"면서 "비용도 매우 비싸 국내에서 빠른 시일 내에 보험수가 적용을 받기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