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옥륜 전 원장, 국제심포 기조연설...한국형 총액계약제 도입-빅데이터 통합활용 등 제안

▲기조강연을 하고 있는 문옥륜 교수

건강보험제도의 성과를 돌아보고, 향후 도전과제를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우리의 건강보험이 바야흐로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재도약을 준비하자는 얘기인데 이른바 '한국형 총액계약제' 도입을 통한 지출관리, 빅데이터 활용을 통한 4차 산업혁명 선도가 목표로 제안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일 코엑스에서 '한국 건강보험의 성과와 도전 과제'라는 주제로 건강보장 4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을 열었다.

문옥륜 전 서울대보건대학원장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저부담-저수가-저급여의 늪을 지나 40년 만에 중부담-중수가-중급여의 강물에 이르렀다"고 평하고 "더욱 열심히 노를 저어 중부담-중수가-고급여의 대양으로 나아가자"고 제안했다.

문 전 원장은 한국의 건강보험을 15가지의 성과와 7가지 과제로 정리해 분석했다.

일단 보편적 사회의료보험제도를 최단기간에 이루어낸 점, 한국인에게 권리로서 보건의료서비를 보장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점은 건강보험 도입에 따른 성과다.

이에 덧붙여 문 전 원장은 단일보험자로의 통합,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채택, 저수가 정책의 일관된 추진도 건강보험의 발전을 도운 성과로 꼽았다.

단일보험자로의 통합을 통해  위험분산을 극대화하고 보험제도 운영의 효율성을 꾀할 수 있었으며, 강제지정제 도입 또한 한국 의료보험의 급격한 확장을 뒷받침하는 의료공급의 주요한 정책수단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저수가를 지속적으로 끌고 온 점도 건강보험의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했다. 

문 전 원장은 "저수가 정책은 정부 측 부담과 피보험자 부담을 경감시켜 의료보험의 초고속 확장에 기여했다"며 "다만 보험의료계의 에너지를 의료보험제도의 발전에 집중하기보다는 수가인상 투쟁과 비급여 항목의 개발에 열중하게 하는 역효과를 초래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낮은 보장성, 불공평한 건보 재정의 취약성 등은 건강보험이 안고 있는 과제다.

문 전 원장은 "건강보험률 정체로 인해 국민부담 의료비가 여전히 높고 이는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 비급여의 확대, 재난적 의료비 지출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2017년 현재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이 21조원이나 되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노인의료비의 급격한 증가로 내년부터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돌아서고, 2023년 경에는 건강보험의 적자가 전체 사회보험 적자의 93%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건강보장 40주년을 맞이한 현 시점에서 이 같은 과제를 딛고 우리 건강보험이 글로벌 리더로 올라설 수 있도록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제언하고, 이를 위한 정책대안도 내놨다. 

첫째는 기존 제도의 문제점을 하나하나씩 개선해 나가는 방안이다. 기존 제도를 급격하게 뜯어 고치기 보다는 노출된 문제점을 하나씩 개선해 나가는 것으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기도 하다.

둘째로는 타 국의 모범적 보험제도를 벤치마킹하는 방안을 내놨는데, 목표는 총액계약제를 운영하는 대만이다. 이른바 한국식 총액계약제를 도입하자는 제안이다. 

문 전 원장은 "핵심은 총액계약제"라며 "우리 의사들은 계속 반대하고 있지만, 대만 의사들은 총액계약제 해도 잘산다. 우리 의사들도 이를 한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효율적인 건강보험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수익 측면에서 급격한 인구 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적 재원구조를 다면화해야 하며, 지출 측면에서는 의료비 낭비적인 요소를 줄이는 각별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셋째는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가진 빅데이터를 통합 관리, 제도 운영을 효율화함으로써 보건의료분야의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문 전 원장은 "건강보험이 쌓아온 40년간의 빅데이터가 정밀의학과 맞춤형 의료서비스의 보물창고이며 국가의 신성장 동력원"이라고 강조하고 "4차 산업혁명을 건보공단과 심평원에서 꽃을 피우자"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난 40년간의 성과로 보험료를 더 부담해 더 나은 보장을 받는 방안이 다수 국민의 동의를 얻게 됐다"고 밝히고 "이제 중부담-중수가-고급여의 대앙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의 첨단의술과 정보통신기술을 규제완화정책에 잘 연결해주면 중부담-중수가-고급여라는 대박을 우리가 터뜨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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