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정보영·김태훈 교수팀, 대규모 역학조사로 적정 약물 치료 시기 찾아

▲ (좌부터) 연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보영 교수, 김태훈 교수

국내 연구팀이 우리나라 심방세동 환자를 위한 약물치료 가이드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정보영ㆍ김태훈 교수(심장내과)팀과 영국 버밍햄대학 그렉고리 립 교수 등 공동 연구팀은 국내 심방세동 환자 대상의 대규모 역학조사를 토대로 적정 약물 치료 시기를 찾았다. 이를 통해 심방세동 환자에서 뇌졸중, 혈전색전증 등의 중증 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심방세동은 모든 뇌졸중 원인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며, 뇌졸중 위험을 5배나 높이는 질환이다. 때문에 심방세동 환자는 허혈성 뇌졸중, 뇌경색의 위험을 줄이고 예방하기 위해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항응고제를 복용한다. 

하지만 항응고제 치료를 시작하는 시점에 대해서는 국내 연구가 거의 없는 상황. 때문에 미국과 유럽의 평가도구를 참조하거나 의사 각 개인의 판단에 의해 항응고제 치료 시기를 결정해 왔다.

이에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2002년부터 2008년까지 항응고제 치료를 받지 않고 있었던 20세 이상 약 5900명의 심방세동 환자를 2013년까지 추적해 연간 뇌경색 발병 위험도를 조사했다.

이와 함께 심방세동 환자들의 다양한 동반질환과 연령, 성별 등 연간 뇌경색 발병을 높일 수 있는 잠재적 위험요소를 평가했다. 위험요소 평가는 국제적인 공인지표를 사용해 0점부터 10점까지로 계량화하고 가중치를 부여했다. 

그 결과 고령일수록 뇌경색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을 확인됐다. 65세부터 뇌경색 발병이 증가해 연간 위험도가 2.11% 높아지고, 75세 이상부터는 3.11%로 크게 증가한 것.

아울러 미니 뇌졸중이라 불리는 일과성 뇌졸중(TIA) 또는 뇌경색이 이미 한차례 발병했던 심방세동 환자들의 연간 위험도는 2.58%나 높아졌다.

신장투석 중인 심방세동 환자들도 2.03%의 높은 뇌경색 연간 위험도를 보였고, 고혈압과 당뇨병,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동반한 심방세동 환자들의 뇌경색 위험도도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단 유럽과 미국 연구에서는 여성 심방세동 환자의 뇌경색 연간 위험도가 남성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연구에서는 남녀 환자 간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현재 국제적으로 심방세동 환자의 연간 뇌경색 위험도가 1~2% 이상이면 항응고제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국내 심방세동 환자들의 뇌경색 위험도를 평가한 결과 위험평가점수 2점부터 뇌경색 위험도가 2.3% 높아진다는 점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유럽에서는 위험평가점수 1점부터 항응고제 약물치료를 권장하고 있으나, 국내 환자들은 위험평가점수 2점부터 치료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는 것이 정 교수의 전언.

이번 연구는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상당한 주의와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정 교수는 "기존 항응고제의 단점인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음식물 섭취 제한이 거의 없는 신약인 '경구용 항응고제(NOAC)'가 최근 보험급여가 됨으로써 많은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국내 심방세동 환자의 뇌경색 발병을 낮추기 위한 항응고치료의 표준지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효율적인 심방세동 환자 치료를 통해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적인 뇌졸중 학술지인 'Stroke'지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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