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 신약들, 임상적 유용성 있어도 비용효과성 입증 어려워

신약 허가와 함께 관심을 끄는 것이 바로 급여 부분이다. 아무리 효과가 좋은 약이라도 급여적용이 되지 않으면 의료진과 환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지금도 수많은 신약이 쏟아지고 있지만 급여 문턱을 넘지 못해 시장 진입에 애를 먹고 있다. 어떤 약물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재수는 기본, 삼수는 옵션' 고가의 항암제

급여등재에 가장 예민한 약물은 항암제다. 처방을 기다리는 환자는 절실하지만 고가의 약이라 보험재정을 고려하면 쉽게 급여를 적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실제 로슈 유방암 치료제 '퍼제타(성분 퍼투주맙)'는 4수 만에 이달 1일자로 급여등재됐으며, 가장 최근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약평위)를 통과한 아스트라제네카 BRCA 유전자 변이 난소암치료제 '린파자(성분 올리파립)'는 허가 이후 3년 만에 급여권 진입이 가시화됐다.

억대 치료비용이 드는 면역항암제 MSD '키트루다(성분 펨브롤리주맙)'와 BMS-오노 '옵디보(성분 니볼루맙)' 역시 2015년 허가를 획득한 이후 2년 만에 급여권 9부 능선을 넘었다.

작년 출시된 에자이 갑상선암 치료제 '렌비마(성분 렌바티닙)'도 5월 약평위를 통과했다. 혈관내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VEGFR), 혈소판유래성장인자수용체(PDGFR)를 동시에 억제하는 다중 키나아제 억제제로 기존 표적항암제와는 달리 섬유아세포증식인자수용체(FGFR)를 함께 억제하기 때문에 분자결합속도가 빨라 종양반응이 빠르고, 오랜 기간 작용한다는 특징이 있지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항암제가 급여 문턱에서 좌절하고 있다.

올해로 국내 허가 3년차에 접어든 암젠 다발골수종치료제 '키프롤리스(성분 카르필조밉)'는 비용효과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키프롤리스는 현재 허가된 다발골수종치료제 중 가장 긴 무진행생존기간(PFS)를 입증했으며 생존기간도 유의미하게 개선했지만 아이러니하게 우수한 임상효과가 급여등재를 위한 경제성 평가의 발목을 잡는 모습이다. 키프롤리스가 레날리도마이드, 덱사메타손과 병용 투여되면서 환자 생존기간이 연장됨에 따라 치료비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2상 임상으로 허가받은 아스트라제네카 폐암치료제 '타그리소(성분 오시머티닙)'는 경제성 평가가 면제되는 특례대상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타그리소 1차 급여평가 당시 3세대 표적항암제를 투여할 수 있는 환자가 생각보다 많아 비용효과성이 고려돼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경제성 평가 자료를 준비해 제출한 상황이다. 경제성평가소위원회를 거쳐 약평위에 상정되는 수순이지만 시기는 불확실하다.

지난해 허가된 또 하나의 비급여 항암제는 화이자 유방암치료제 '입랜스(성분 팔보시클립)'다. 약평위는 이달 초 회의를 통해 임상적 유용성은 있지만 비용효과성은 급여로 등재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 비급여 유지를 결정했다. 한 알에 21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약제로 화이자가 가격을 인하하고 비용효과 추가자료를 제출할 경우 재평가하겠다는 것이 약평위 입장이다.

희귀·만성질환 치료 신약도 고전

항암제 외에 급여등재에 고전 중인 신약도 다수 있다.

애브비 파킨슨병치료제인 '듀오도파(성분 카르비도파/레보도파)'는 2015년 허가됐지만 여전히 비급여 약물이다. 몇 차례 급여권 진입을 시도했지만 발목을 잡은 것은 비용효과성이다.

GSK '벤리스타(성분 벨리무맙)'는 루푸스치료제로 2013년 허가받은 최초 생물학적제제지만 급여시험에서는 장수생이다.

이와 함께 이상지질혈증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떠오른 PCSK 9 억제제 ‘프랄런트(성분 알리로쿠맙)’와 ‘레파타(성분 에볼로쿠맙)’는 각각 올 1월, 4월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승인을 획득했다. 허가를 획득한 지는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급여등재는 오리무중이다.

강력한 LDL-C 개선효과와 심혈관사건 발생 위험을 낮춰주지만 처방 환자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현재 의학계에서는 고콜레스테롤혈증이나 스타틴 불내성 진단기준 및 치료 컨센서스가 정립되지 않았다. 때문에 급여신청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레파타가 가진 적응증인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이달부터 산정특례에 적용됨으로써 처방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였으나 현재 비급여 상태이기 때문에 약제비 혜택은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베링거인겔하임과 릴리 당뇨병치료제 '글릭삼비(성분 리나글립틴/엠파글리플로진)'와 아스트라제네카 '큐턴(성분 삭사글립틴/다파글리플로진)'은 DPP-4 억제제와 SGLT-2 억제제 복합제로 지난 3월 허가를 획득했다.

그동안 국내 항당뇨병제 급여기준에서는 DPP-4 억제제/SGLT-2 억제제의 병용요법이 인정되지 않았지만 지난 4월 식약처가 자디앙을 메트포르민+트라젠타와 병용처방하거나 트라젠타듀오와 병용투여할 수 있도록 승인함으로써 이들 복합제 급여화가 유리하게 전개될지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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