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염령증 유발부터 손떨림, 관절질환 위험까지 증가

▲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교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노인을 위한 휴대폰' '효도폰'은 대개 폴더형 휴대폰이나 2G 휴대폰을 지칭하는 용어였다. 

하지만 스마트폰 대중화 바람을 타고 고령층의 스마트폰 이용 비율도 크게 증가했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의 조사 결과 지난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60대 이상 남성은 전체의 71%, 여성은 55%에 달했다. 

2012년 조사 결과인 남성 18%, 여성 8%와 비교하면 4~7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같은 시기 20대의 스마트폰 사용률은 큰 차이가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특기할만한 변화다. 

휴대폰 사용 방법도 다양해졌다. 이전까지 휴대폰으로 전화와 문자 기능을 주로 사용했다면, 오늘날의 노인들은 스마트폰 메신저로 소식을 전하고, 카메라앱을 사용해 사진을 찍어 다른 이들과 공유한다.

복잡한 사용법을 하나씩 배워야 했던 컴퓨터와 달리, 스마트폰 사용법은 직관적이라 노인들도 쉽게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령층일수록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더 유의해야 한다. 노인들은 노안이나 손떨림, 관절 질환을 가진 경우가 많아 짧은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하더라도 더 큰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노인들은 반응속도가 젊은이들보다 느려서 운전 중이나 보행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관절이 약한 노인들은 스마트폰을 오래 들고 들여다보면 목이나 손가락 관절, 손목 등에 무리가 갈 수 있다.

또 늦은 시간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눈 건강에 안 좋을 뿐더러, 화면의 LED에서 나오는 푸른빛이 뇌를 각성시켜 불면증과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노인들이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몰입하면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스마트폰을 통해 정제되지 않은 각종 건강 관련 정보를 과하게 받아들이다보면 걱정이 증폭돼 불안이나 우울, 건강염려증적 경향을 유발할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과하게 몰입하면 직접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는 것을 피하고 고립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스마트폰 인구가 늘면서 주로 어린이나 청소년의 문제로 인식되던 모바일·스마트폰 중독이 노령층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16년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조사 결과 60대 이상 100명 중 12명이 스마트폰 중독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중독 고위험군은 2%, 잠재적 위험군은 9.7%에 달했다. 같은 해 보건복지부가 삼성서울병원 홍진표 교수팀에 의뢰해 진행한 2016년 전국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결과도 이와 유사하게 60~69세 스마트폰 중독 유병률이 1.3%로 조사됐다.

노인이 새로운 기기의 사용법을 배우고 활용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경험이자 활동이다. 스마트폰 사용법을 익히는 과정에서 뇌 훈련이 수반돼 인지기능이 증진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이들과 소통하는 것은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이 밖에도 새로운 흥미나 취미를 발견하는 등 다양한 순기능이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순기능을 누리려면 노인들도 젊은 스마트폰 사용자와 같이 스마트폰을 '소통의 도구'로 잘 통제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인구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노인 인구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은 OECD 최고 수준으로, 우리 사회의 노인들은 사회경제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황에 처해 있다.

스마트폰 사용률이 90%를 웃도는 현 50대처럼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가 늙어갈수록 고령층과 스마트폰에 관한 이슈는 더 커질 것이다. 가족과 이웃으로부터 고립된 노인일수록 스마트폰에 중독될 확률이 더 높아진다.

노인이 스마트폰에 과하게 몰입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지 관찰하고, 문제 행동을 발견해 빠르게 치료하기 위해서는 가족과 주변의 도움이 가장 중요하다.

관련 당국도 어린이·청소년에 초점을 맞춘 탈(脫)중독 정책 일변도에서 벗어나, 고령층을 포함한 다양한 연령대에 적합한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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