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박영호 교수

나이든 노인에게서 걸음이 느려지거나 자주 넘어지고, 기억이 나빠져 결혼식조차 잊어버리는 일 등의 증상이 발생하면 '치매'를 의심해볼 수 있다.

치매를 특정한 하나의 질환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뇌손상에 의해 기억력을 비롯한 인지기능 장애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라면 포괄적으로 치매라고 부른다.

치매는 발생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는데, 알츠하이머병(치매와 동등한 개념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치매의 원인 중 하나)이나 혈관 치매 · 루이체 치매 · 파킨슨 치매 등이 원인인 경우 대부분 약물적 치료로 증상을 조절하는 방법을 택한다. 이 경우 말 그대로 증상의 '조절'일 뿐 '개선'은 어려운 한계가 있어 "치매  = 치료 불가능한 질환"으로 생각되곤 한다.

하지만 노인성 치매의 원인 질환 중 근본적 치료가 가능한 것이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정상압 수두증'이다. 

우리 뇌는 단단한 두개골 안의 공간에서 뇌척수액 속에 떠 있는 것과 같은 상태로 위치하는데, 때문에 뇌가 두개골에 눌리지 않고 외부 충격에 대한 완충 공간도 가질 수 있다. 또한 뇌척수액은 여러 신경호르몬을 전달해주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역할도 하는데, 뇌 안에서 생성돼 뇌 주변을 순환한 뒤 뇌로 다시 흡수돼 양은 120-150ml 정도로 유지된다. 

정상 범위로 유지돼야 하는 뇌척수액의 생성이 과다해지거나 흡수가 덜 이루어지면, 두개골 속의 폐쇄적 공간에 갇혀있는 뇌척수액이 뇌를 압박하게 되는데, 이러한 상태를 '수두증'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뇌척수액의 압력이 정상 범위인데도 이러한 수두증이 나타나는 것을 '정상압 수두증'이라고 한다.

압력이 늘어나지 않은 만큼 부피가 대신 늘어나 뇌척수액이 들어있는 뇌실의 크기 커져 있는 것이 확인된다. 이때 뇌척수액을 허리에서 30-50ml 정도 주사로 뽑아주면 보행 · 기억 · 배뇨 증상이 두드러지게 개선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시술의 효과는 며칠이 지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정상압 수두증이 확실한 경우 과다한 뇌척수액을 뱃속의 복강 등 몸의 다른 곳으로 빼주는 '션트 수술'을 통해 개선된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 

   
▲ 뇌척수액의 흐름을 복강으로 이어주는 션트수술

정상압 수두증은 70세 이상 노인 100명 중 2명에서 볼 수 있는 비교적 흔한 병으로 간혹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으로 잘못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 노년기에 기억저하와 함께 보행 및 배뇨장애가 나타날 때는 정상압 수두증 가능성에 대해 확인이 필요하고, 정상압 수두증으로 진단되면 약물 치료가 아닌 수술적 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박영호 교수는 "정상압 수두증과 같이 치료가 가능한 치매도 있다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며, "치매는 병원에 다니기 시작하면 회복이 불가능해진다고 생각해 초기에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지연시킬 수 있는 치료조차도 놓치는 분들이 많은데, 증상이 있는 경우 일단 검진을 먼저 받아보시는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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