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비 심사에 있어서도 변화가 예고된다. 전산심사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이른바 '심사봇'의 출현도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심사봇은 기존 전산심사시스템에 지능정보기술 이른바 AI를 추가한 개념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심평원의 전산심사는 시스템에 특정 급여기준을 입력하면, 그에 맞춰 의료기관에서 청구된 행위나 약제, 치료재료의 급여인정 여부를 일괄적으로 걸러내는 방식이다.
입력된 급여기준에 따라 'YES or NO'를 판별하는 식이다 보니 논란의 여지 없이 급여기준 인정 여부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개별 행위나 약제 비용을 심사하는 데만 쓸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심사봇은 여기에서 심사 빅데이터를 심어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것이다. 이 경우 개별 항목에 대한 단순심사를 넘어, 심사의 민감도와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설명이다.
심평원은 이를 통해 심사기준의 설정과 예방, 심사와 사후관리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로 심사와 평가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단 기관 단위의 특성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에 평가의 정확도가 향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후 관리의 효율성 향상도 기대하고 있다. 지속적인 심사조정 현황파악을 통해 갑작스럽게 심사조정이 늘어나는 의료시장의 변화를 파악, 부적정 가능성이 있는 경우 집중 관리대상으로 선별하는 등 맞춤형 관리가 가능하다.
급여기준 개선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심사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임상현장이나 시대적 흐름과 맞지 않는 급여기준을 뽑아내 선제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는 게 심평원의 설명이다.
심평원은 심사봇 파일럿 모델 개발을 위해 현재 모형개발 및 지식 DB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 정보 독점…빅브라더 될라" 우려도
일각에서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른바 정부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의료현장을 속속들이 통제하는 빅브라더 사회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의료계 관계자는 "미래 권력은 정보에서 나온다"며 "정부의 정보 독점과 이를 활용한 제도들의 발전은, 정부와 의료계 간 힘의 불균형을 더욱 크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히 업무 효율화나 의료비 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술과 정보를 활용한다면 의료계의 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기술과 정보를 무엇을 위해, 어떻게 쓸지 합의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다. 정부와 의료계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