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빅데이터 활용한 현지조사, 첫 시도 성공적...심사 고도화 '심사봇'도 주목

 
4차 산업혁명 앞설 것인가 뒤따를 것인가새로운 기술발전에 의해 경제체제 및 사회구조가 급변하는 시기를 산업혁명이라 일컫는다. 인류는 18세기 증기기관(1차 산업혁명), 20세기 초(2차 산업혁명), 20세기 컴퓨터·인터넷(3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술혁신으로 3차례 혁명적 변화를 경험했다. 그리고 지금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돼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4차 산업혁명에 직면했다.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은 모든 산업 혁신에 영향을 미치는 공통기반 기술로, 보건의료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제약과 의료기기, 의료현장, 정책 분야에서 감지되는 변화를 살펴보고 당면한 과제는 무엇인지 심층적으로 정리한다.① 제약바이오산업② 의료기기산업③ 의료현장④ 보건의료정책정보통신기술과 빅데이터의 발달은 보건의료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지조사와 급여비용 심사 등의 업무가 더 꼼꼼해지고 촘촘해질 가능성이 크다.건강보험 빅데이터, 현지조사 효율화 해결사 될까?보건복지부는 최근 건강보험 빅데이터 분석기법을 활용한 현지조사 고도화에 나섰다.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 평균 그룹에 비해 특정 항목의 청구비율이 지나치게 높거나 급여기준 위반 가능성이 큰 요양기관을 골라내 현지조사 대상으로 삼는 방법이다. 첫 시도는 약국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 효과가 어느 정도 입증됐다는 전언이다.실제 복지부는 빅데이터를 돌려 전체 조제료 청구건수 가운데 야간청구 비율이 과도하게 높은 약국 10곳을 추려 현지조사를 진행했고, 이 가운데 9곳에서 주간에 접수한 처방전을 야간이나 공휴일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야간·공휴일 가산수가를 부당하게 청구한 사실을 확인했다.기존에도 데이터마이닝 기법을 이용해 부당청구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을 선별, 조사하는 방법이 사용됐으나 빅데이터 분석으로 정확도가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다.빅데이어 분석기법에서는 추가로 '부당청구 규모'까지 예측 가능했다.의료기관의 처방전 발급시간과 약국의 조제료 청구시간을 비교해 기형적으로 시간 차가 발생한 사례, 또 유사규모의 다른 약국과 야간청구 비율 편차 등을 반영해 해당 요양기관이 부당청구 금액을 사전에 추계할 수 있는 방식이다.주목할 점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현지조사가 향후 의료기관 등 더 많은 요양기관으로 확대될 가능성인데, 정부는 현지조사 효율성 향상을 위한 새로운 해결사로 빅데이터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복지부 관계자는 "현지조사 과정에서 불거지는 불필요한 오해와 마찰을 줄이고 부당청구 조사의 효율을 제고하기 위해 이 같은 방식을 활용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심사봇' 등장…심사-평가-사후관리 연계 강화 기대
▲기준-예방-심사-사후관리의 선순환 구조(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비 심사에 있어서도 변화가 예고된다. 전산심사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이른바 '심사봇'의 출현도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심사봇은 기존 전산심사시스템에 지능정보기술 이른바 AI를 추가한 개념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심평원의 전산심사는 시스템에 특정 급여기준을 입력하면, 그에 맞춰 의료기관에서 청구된 행위나 약제, 치료재료의 급여인정 여부를 일괄적으로 걸러내는 방식이다. 

입력된 급여기준에 따라 'YES or NO'를 판별하는 식이다 보니 논란의 여지 없이 급여기준 인정 여부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개별 행위나 약제 비용을 심사하는 데만 쓸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심사봇은 여기에서 심사 빅데이터를 심어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것이다. 이 경우 개별 항목에 대한 단순심사를 넘어, 심사의 민감도와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설명이다.

심평원은 이를 통해 심사기준의 설정과 예방, 심사와 사후관리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로 심사와 평가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단 기관 단위의 특성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에 평가의 정확도가 향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후 관리의 효율성 향상도 기대하고 있다. 지속적인 심사조정 현황파악을 통해 갑작스럽게 심사조정이 늘어나는 의료시장의 변화를 파악, 부적정 가능성이 있는 경우 집중 관리대상으로 선별하는 등 맞춤형 관리가 가능하다.

급여기준 개선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심사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임상현장이나 시대적 흐름과 맞지 않는 급여기준을 뽑아내 선제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는 게 심평원의 설명이다.

심평원은 심사봇 파일럿 모델 개발을 위해 현재 모형개발 및 지식 DB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비용과 질 통합관리 AI시스템 구축을 통한 심사효율화(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부 정보 독점…빅브라더 될라" 우려도

일각에서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른바 정부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의료현장을 속속들이 통제하는 빅브라더 사회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의료계 관계자는 "미래 권력은 정보에서 나온다"며 "정부의 정보 독점과 이를 활용한 제도들의 발전은, 정부와 의료계 간 힘의 불균형을 더욱 크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히 업무 효율화나 의료비 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술과 정보를 활용한다면 의료계의 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기술과 정보를 무엇을 위해, 어떻게 쓸지 합의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다. 정부와 의료계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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