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약의 속절없는 추락
이처럼 국내사들이 다양한 신약을 배출했지만 냉정하게 진단하면 아직까지는 가능성만 확인했을 뿐 신약다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시 당시의 성장세도 지금까지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대형시장에 진입한 만큼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제품, 국내사의 수많은 제네릭 의약품과의 경쟁에서 점차 밀리기 시작하며, 높은 시장의 벽을 체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부광약품의 B형간염 치료제 ‘레보비르’와 유한양행의 ‘레바넥스’, 동아제약(현 동아ST) ‘자이데나’ 등이다.
한때 잘나가는 국산 신약으로 평가받던 레보비르는 발매 이듬해인 2007년 132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뒤 200억원 고지를 넘어서며 BMS ‘바라크루드’의 라이벌로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근육병 부작용을 이유로 미국 파마셋이 임상3상을 중단한 이후 그 입지가 급격히 위축됐다.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레보비르는 지난해 21억원의 원외처방 실적을 기록, 전년 대비 25% 줄었다.
유한양행의 위장약 레바넥스도 서서히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레바넥스는 2007년 121억원, 2008년 17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는 듯했지만, 다른 약물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매출이 점차 줄었고 지난해 20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0% 감소해 ‘돈 되는 신약’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토종 발기부전치료제 1호인 동아ST의 자이데나의 위상도 예전만 못하다. 2005년 허가받은 자이데나는 2007년 매출 100억원(IMS헬스데이터 기준) 돌파 이후 2015년까지 9년 연속 100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2년 비아그라의 특허만료로 국내사들이 제네릭을 무더기로 내놓으면서 자이데나의 매출이 쪼그라들기 시작했고, 지난해 매출 100억원이 무너졌을 뿐만 아니라 전년 대비 반토막인 59억원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업계에서는 신약이 무조건 흥행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 업계에서는 야심 차게 신약을 선보였지만 처방을 이끌 만한 메리트가 부족했다"며 "과거와 달리 지금은 신약 개발에 많은 진보를 이뤘지만, 그럼에도 철저한 시장조사가 필요하다. 신약이라고 흥행 보증수표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