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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제네릭 개발 위주의 비즈니스에 안주했던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신약 개발이라는 성과에 힘입어 정부와 시장의 평가가 확연히 달라지면서 이른바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에 국내사들은 신약 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이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그 이면은 씁쓸하기만 하다. 

국내 시장이 제네릭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보니, 신약을 개발하고 해외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음에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블록버스터 약물의 특허가 만료되면 적어도 100여 개 이상의 제네릭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신청을 하는 게 그 방증일 터. 

그 때문일까. 최근 29번째 국산 신약이 시장에 출시된 상황이지만, 대다수는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청(EMA) 허가를 받았지만 세계적인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신약 개발 노하우가 축적되면 향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혁신 신약 개발의 초석을 다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제네릭 위주의 시장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업계의 반성과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 그리고 글로벌 혁신 신약 배출을 위한 정부의 과제를 짚어봤다.

① 국산신약 개발...30년의 노력과 성공
② 국내선 선방, 해외선 처참...국산신약 명과 암 
③ 답은 ‘신약 개발’...업계 “시행착오 없다”

업계는 제약산업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신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으려면 ‘신약 개발이 답’이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국내사별로 다양한 분야에서 신약을 개발 중이며,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을 위한 바이오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신약 개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한 국내사 관계자는 "국내사들의 신약 개발 현황을 보면, 글로벌 시장에서 미충족 수요가 높은 질환에 대한 치료제를 찾아 연구하며, First-in-class 약물 개발에 힘을 쏟는 등 과거와 달리 많은 진보를 이뤘다"면서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과 큰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 기존 신약과 다른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신약이 많이 탄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R&D 투자 현황 등 신약 개발을 위한 국내사들의 의지에서 엿볼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 제약사 84곳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2011년 8.5%에서 2015년 9.1%로 증가했다. 특히 혁신형 제약기업이 R&D에 투자하는 금액은 매출액의 12.1%에 이르렀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사들의 신약 개발 목표는 더 뚜렷해진다.

작년 30건의 신약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종근당은 매출의 15.4%인 913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고, 여러 건의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을 일궈낸 한미약품은 1871억원을 R&D에 쏟아부었다.  

아울러 녹십자는 지난해 올린 매출액 1조 1979억원의 9.7%인 1170억원을 R&D에 투자했으며, 셀트리온은 매출액 726억원의 36.5%인 273억원을 연구개발에 사용했다. 

국내사들의 신약 개발 의지는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서도 나타난다. 

우선 유한양행은 총 352억원을 투자, 대부분을 신약 개발을 위한 후보물질 발굴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항체신약 ‘파멥신’과 ‘소렌토’, 폐암 치료제 ‘제노스코’, 면역항암제 ‘이뮨온시아’ 등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서울대병원과 줄기세포 치료제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체결했고, 계열사인 한올바이오파마와는 면역항암제 개발 과제에 공동으로 투자키로 결정한 바 있다. 

이 외에 보령제약, CJ헬스케어, 일양약품 등도 신약 개발을 위해 학계, 연구소 등과 손을 잡고 있다. 

제약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미 핵심 성장전략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을 채택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오픈이노베이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수한 바이오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투자해 육성한 뒤 이들이 제대로 된 연구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공동연구 등을 통해 협업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국내사들이 장기적인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외부 기술을 도입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로슈, 화이자, 사노피 등은 기술개발 조직과는 별도로 투자 조직을 두고 유망한 초기 기술과 벤처에 적극적인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며 "최근 국내사들도 신약 개발 성공을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 벤처, 의료기관과의 협력이 활발해지고 있어 고무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제약업계 "해외 진출도 놓칠 수 없다"

국산 신약들은 400조원 규모의 의약품 최대 시장으로 평가받는 미국 진출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과거에는 신약 개발, 해외 진출에 의의를 뒀던 것과 달리 이제는 상업적 성공을 목표로 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국산 신약 1호는 2003년 승인된 LG화학의 항생제 팩티브를 비롯해 총 7개 제품에 달한다. 

가장 먼저 FDA 허가를 받은 팩티브는 국산 신약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로부터 꼬박 10년이 지난 2013년 한미약품의 ‘에소메졸’이 FDA 허가를 받은 이후, 2014년 동아ST ‘시벡스트로’, 2016년 대웅제약 ‘메로페넴’, SK케미칼 ‘앱스틸라’, 셀트리온 ‘램시마’ 등이 연이어 FDA 허가 획득에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앱스틸라’는 지난해 5월 미국에서 출시됐고, 12월 램시마도 미국 내 출시를 알렸다. 메로페넴은 올해 중으로 미국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산 신약이 FDA 허가를 받았다는 건 글로벌 제약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국산 신약 가운데서도 머지않아 글로벌 블록버스터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평가에 힘입어 올해 4~5개 제품의 FDA 허가신청이 진행될 전망이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와의 송사에 휘말려 있는 보톡스 ‘나보타’를 올해 FDA에 허가 신청을 접수함으로써 미국 진출을 노린다. 

업계에서는 나보타가 미국에 진출할 경우, 고가의 보톡스가 독점하고 있는 미국에서 가격적 측면을 내세워 시장의 약 25%를 점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녹십자는 혈액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으로 미국 진출에 도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FDA로부터 제조공정 관련 자료 보완이 필요하다는 공문을 받은 상황. 

녹십자는 자료 보완을 거쳐 올해 허가 승인을 획득할 계획이며, 대규모 생산설비를 갖춰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2호인 ‘트룩시마’로 미국 진출을 추진한다. 트룩시마는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로,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약 8조원 이상 매출을 올린 초대형 약물이다. 

특히 리툭산의 전 세계 매출 절반이 미국에서 발생하는 상황에서 허가 승인을 추진, 내년 하반기에 출시가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시장과 함께 이미 판매 중인 유럽 시장까지 합하면 2019년 38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제약산업은 과거 변방에 속했지만, 지금은 해외에서 인정받을 만큼 성장했다. 업계가 글로벌 진출을 위한 R&D를 꾸준히 강화해왔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10년은 글로벌 신약을 목표로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을 위해 노력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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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명예 책임진다 "우리를 주목하라"

국내사들의 신약 개발 열정을 올해 주목할 주요 R&D 진행 현황을 보면 알 수 있다.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뜻을 갖고 있는 회사들은 국제적 트렌드에 따라 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 등에 집중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사노피에 라이선스아웃한 GLP-1 유사체 계열의 당뇨병·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Efpeglenatide)’의 FDA 임상3상 재개 계획을 표명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이 기술수출한 당뇨병 신약 포트폴리오(퀀텀프로젝트) 가운데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때문에 최종 개발 기대감도 가장 높은 상황.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주 1회 투여를 넘어 월 2회, 최장 월 1회 요법(장기지속형제제)을 목표로 2022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또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에플라페그라스팀(LAPS-GCSF)’은 FDA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녹십자는 IVIG-SN의 미국 진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IVIG-SN은 선천성 면역결핍증,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혈액분획제제 중 하나다. 

이를 위해 임상데이터는 이미 준비된 상태. IVIG-SN은 원발면역결핍증 환자를 대상으로 2011년부터 2013년 말까지 미국 9개 병원과 캐나다 2개 병원에서 진행한 북미지역 임상3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와 함께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와 A형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에 대한 글로벌 진출도 시도하고 있다. 

헌터라제는 FDA 임상2상을 진행 중이며, 그린진에프는 2013년 2월 FDA와 유럽의약품청(EMA)의 임상3상 진입을 승인받고 현재 미국, 영국, 캐나다, 러시아, 뉴질랜드 등에서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동아ST는 신약후보물질로 해외 시장에 진출, 왕년의 명성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미국 임상2상에 성공하고 올해 미국 임상3상을 준비 중인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DA-9801’가 있다. 

DA-9801은 산약 및 부채마 성분으로, 2013년 4월 국내 최초로 천연물신약으로 FDA 임상 허가를 승인받았다. 

‘DA-3880’도 기대주로 꼽힌다. 미국 바이오업체 암젠이 개발한 2세대 빈혈 치료제 아라네스프 바이오시밀러인 DA-3880은 현재 유럽 임상1상을 완료하고 올해 임상3상을 준비 중이다. 일본에서도 임상1상을 끝내고 임상3상을 앞두고 있다. 

바이오기업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YKP3089’의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SK바이오팜 측은 기존 약물인 ‘빔팻’ 대비 2배 효과가 있는 만큼, 개발이 완료되면 연 매출 1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신라젠은 간암 치료제 ‘JX-594’에 대해, 바이로메드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VM202’에 대해 임상3상을 수행하고 있으며, 제넥신은 인성장호르몬 ‘GX-H9’의 임상2a상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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