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삶의 질 평가·합리적 규제 등 과제 산적
손상된 심근, '줄기세포'로 인공호흡
줄기세포 치료제는 마땅한 의학적 치료법이 없는 퇴행성 질환이나 심한 외상 때문에 치료할 수 없는 질환에 적용 가능한 대안으로 여겨진다. 줄기세포가 치료제로서 자격을 가지려면 스스로 복제가 가능해야 하며 종양세포가 아닌 원하는 특정 세포로 분화해야 한다.
심장질환 치료 분야에서 줄기세포 치료제는 손상된 심근을 재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의 대상이다. 괴사된 심근을 줄기세포 치료제로 치료하면 심근이 재생될 수 있어, 결국 줄기세포 치료제가 심근 손상을 치료하는 근본적인 치료법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에 의료계는 심근재생과 혈관신생으로 병인을 개선하고자 줄기세포 치료제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심근경색 등과 같이 심근 괴사가 일어난 심장을 줄기세포 치료제로 다시 살리기 위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허혈성 심질환 치료 연구 집중
심장질환 중 줄기세포 치료제 관련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질환은 허혈성 심질환이다. 허혈성 심질환은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심근에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면서 심근에 국소 빈혈을 일으켜 심근경색, 협심증 등이 발병하는 질환이다.
허혈성 심질환 치료법에는 약물요법,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PCI), 관상동맥 우회술 등이 있다. 약물요법만으로 적절하게 치료되지 않았을 때 PCI 또는 수술요법을 진행한다.
그러나 약물요법으로 심장 리모델링을 억제하거나 수술로 막힌 혈관을 개통하는 정도여서, 한 번 손상된 심근을 되살리는 방법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물론 약물 또는 수술적 요법으로 환자 예후가 개선되면 문제가 없지만 심각할 경우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 궁극적인 치료법이 요구되는 상황.
고려의대 주형준 교수(안암병원 순환기내과)는 "심부전으로 진행됐을 때 유일한 치료법은 심장이식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심장이식이 필요한 환자에 비해 공여 심장이 부족하다"며 "이를 대체해 심장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 요구됐고 그 대안으로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연구가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체줄기세포 이용해 심장질환 치료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는 줄기세포 종류는 크게 △배아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 △역분화줄기세포로 나뉜다. 이 중 성체줄기세포가 현재 가장 많이 연구됐고 임상에서 활용되고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성인 또는 태반에서 얻은 줄기세포로, 골수나 지방조직에서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성체줄기세포로 치료 시 환자 본인의 세포를 이용하기에, 특정 세포로 분화하는 과정에서 거부반응 등의 면역학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비록 배아줄기세포보다는 분화력이 떨어지지만 생명의 기준을 어디서부터 판단해야 하는지에 따라 윤리적 문제가 나타날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성체줄기세포는 자가세포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성체줄기세포의 주된 특징 중 하나가 혈액순환이 부족한 곳에 새로운 혈관을 만드는 것이다. 즉 허혈성 병변이 나타난 곳에 혈관을 개통하고 손상된 심근까지 재생해 심장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국내에서 개발된 세계 최초 줄기세포 치료제인 '하티셀그램-AMI'도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다. 전 세계에서 상용화된 줄기세포 치료제 총 7개 중 하나로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좌심실 구혈률을 개선한다.
한양의대 김경수 교수(한양대병원 심장내과)는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심근경색 치료는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에서도 효과가 확인됐고 부작용도 크게 없었다"면서 "배아줄기세포는 종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지만 성체줄기세포는 특정 세포로만 일정하게 분화된다. 이런 점에서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가 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