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틴과 에제티미브로 대표되던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시장에 PCSK9 억제제가 차세대 치료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PCSK9 억제제인 알리로쿠맙이 지난 1월 국내 최초 시판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에볼로쿠맙도 16일 국내에 선을 보인다고 밝히면서 전문가들의 관심이 뜨겁다.

학계에서는 PCSK9 억제제 도입으로 향후 지질치료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지만, 마냥 꽃길을 걸을 수 없을 것이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한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스타틴 불내성 환자 적응증 획득

PCSK9 억제제는 국내에서 가족성 콜레스테롤혈증 또는 스타틴 불내성 환자에 대해 적응증을 획득했다. 가장 먼저 국내에 도입된 알리로쿠맙은 이형접합 가족성 및 비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또는 복합형 이상지질혈증을 가진 성인 환자의 치료를 위해 식이요법에 대한 보조요법으로 적응증을 받았다. 

이에 대한 근거가 된 연구가 ODYSSEY 연구 시리즈다. 그중 ODYSSEY FH I·II 연구에서는 최대 용량 스타틴 또는 지질저하제로 치료했음에도 LDL 콜레스테롤(LDL-C)이 조절되지 않는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에서 알리로쿠맙의 LDL-C 강하 효과를 입증했다(Eur Heart J 2015;36(43):2996-3003).

에볼로쿠맙은 12세 이상의 소아 및 성인의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에게 다른 지질저하제인 스타틴, 에제티미브, 지질분리반출법 등과 병용할 수 있다. 

TESLA-Part B 연구를 통해 지질저하제 병용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으며(Lancet 2015;385(9965):341-350), 최종 결과에 따르면 기존 치료법을 기반으로 한 위약 병용군보다 에볼로쿠맙 병용군에서 LDL-C 수치가 30.9% 개선됐다.

주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유럽심장학회·동맥경화학회(ESC·EAS)는 2016년 11월 컨센서스 성명서를 통해 PCSK9 억제제를 △LDL-C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 고위험군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이 없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스타틴 내인성이 없는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대다수 국내 환자, 스타틴 + 에제티미브로 LDL-C 조절 가능

   

그러나 문제는 PCSK9 억제제 투여가 필요한 환자 수다. 

현재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1차 치료전략으로 스타틴을 권고하며, 스타틴만으로 LDL-C가 조절되지 않는다면 에제티미브 또는 니코틴산 등의 비스타틴 병용요법을 적용할 수 있다. 즉 PCSK9 억제제는 앞선 치료전략으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때 고려하게 된다.

하지만 대다수 국내 환자는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요법만으로도 LDL-C가 충분히 조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PCSK9 억제제 투여를 숙고해야 하는 상황이 많이 없다는 의미다.

스타틴 불내성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형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도 국내에서는 많지 않다.

지난 5월 제5차 서울국제내분비학회에서 회사 측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종합검진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약 50만명 중 20세 이상 성인의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0.11~0.3%에 불과하다.

한양의대 임영효 교수(한양대병원 심장내과)는 "국내에서 PCSK9 억제제 투여가 필요한 가족형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 또는 스타틴 불내성 환자 중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병용해도 LDL-C가 조절되지 않은 환자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구팀 "LDL-C 70mg/dL 미만 조절 환자 86%, 알리로쿠맙 필요 없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이같은 지적이 나온다. 미국 브리검여성병원 Christopher P Cannon 교수는 "대부분 환자가 스타틴 단독요법 또는 스타틴과 에제티미브의 병용요법으로 LDL-C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고 JAMA 8월 2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연구를 통해 강조했다.

연구팀은 미국 MarketScan Research database에 포함된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 약 10만명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등록 당시 스타틴을 복용 중인 환자는 53.2%였고, 25.5%만이 스타틴 단독요법만으로 LDL-C 목표치인 70mg/dL 미만에 도달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스타틴 용량을 늘려 고용량으로 치료하거나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또는 알리로쿠맙을 병용했을 때 치료 효과를 분석했다. 

최종 결과, LDL-C가 목표치인 70mg/dL 미만으로 조절된 환자 중 스타틴 고용량군은 67.3%, 에제티미브 병용요법군은 18.7%, 알리로쿠맙 병용요법군은 14%를 차지했다. 즉 86%인 대다수 환자가 고용량 스타틴 단독요법 또는 에제티미브 병용요법으로 LDL-C가 조절된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스타틴 불내성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했고, 알리로쿠맙이 필요한 환자가 분명 있다는 점은 한계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연구팀은 PCSK9 억제제의 비싼 비용을 고려했을 때 비용 대비 효과가 확실한지 등에 대한 문제가 해결돼야만 이들에게 PCSK9 억제제가 최적의 치료전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PCSK9 억제제 꽃길 위해서는? '적응증 확대·저렴한 약가'가 관건

국내 전문가들도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또는 스타틴 불내성 환자 등과 같이 PCSK9 억제제가 필요한 환자가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현재 획득한 적응증만으로는 PCSK9 억제제를 투여해야 하는 환자가 적기 때문에 '꽃길'보단 '흙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때문에 PCSK9 억제제가 국내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적응증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임 교수는 "스타틴 복용 시 근육통 등의 이상반응을 호소하는 환자, 약을 지속적으로 먹는 것을 꺼리는 환자, 관상동맥질환 고위험군까지 포함해 적응증이 확대된다면 PCSK9 억제제가 필요한 환자들이 더 늘어날 것이다"면서 "일부 환자에게는 PCSK9 억제제가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 PCSK9 억제제의 약가가 결정되지 않았기에, 비용에 따라 국내 치료 처방이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미국에서 에볼로쿠맙의 연간 치료 비용은 1만 4100달러(한화 약 1600만원), 알리로쿠맙은 1만 4600달러(한화 약 1657만원)로 조사됐다. 이처럼 PCSK9 억제제의 비용 부담이 상당한 만큼 국내에서 결정되는 약가에 따라 임상 적용 정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연세의대 이상학 교수(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 대한 적응증 확대는 비용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도움이 된다고 본다"며 "적응증 확대 문제는 국가 예산에 따라 좌우될 것이기에, 결정되는 약가에 따라 임상에서 어느 정도 적용될 수 있는지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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