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제제, 메트포르민 1차선택 대체 가능"

제2형 당뇨병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을 두고 내분비·순환기학계에서 열띤 논의가 펼쳐지고 있다. 고혈당 치료의 타깃을 어디에 둘 것이냐에 대한 논쟁이다. 이러한 논쟁의 중심에는 항당뇨병제의 선택이 자리하는데, 신·구 약물의 선택을 놓고도 '혁신'이냐 '구관이 명관'에 대한 학술적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 전환 논쟁 한창
최근 미국당뇨병학회(ADA) 저널 Diabetes Care에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에 대한 찬반토론이 게재됐다. '제2형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인가?'라는 질문이 주제였다. 이를 놓고 "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 RAs)가 메트포르민을 대체해야 한다"는 쪽과 "메트포르민이 여전히 제2형 당뇨병 치료의 기본"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발병기전 다양…“병태생리학적 접근 필요”
ADA 학술위원장인 William T. Cefalu 교수는 이러한 논쟁의 배경에 제2형 당뇨병 발병기전의 다양성이 자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 저항성과 분비능을 비롯해 매우 다양한 발병루트를 갖고 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이 광범위한 스펙트럼에서 다양한 특성을 나타낸다.

Cefalu 교수는 "현대의 만성질환 치료 접근법은 병인(etiology)의 확인과 생리학적 장애를 교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고혈당 역시 병태생리학적 결함을 찾아내 그 원인을 정상화 또는 완화시키는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혈당 자체만을 타깃으로 하고 내재된 병태생리학적 원인을 교정하지 못하는 치료로는 당뇨병 진행을 막는 지속적인 혜택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항당뇨병제 선택 문제로 귀결
Cefalu 교수는 "최근 ‘제2형 당뇨병 치료의 병태생리학적 접근’과 관련해 당뇨병 치료의 1차선택과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두고 논쟁이 지속돼 왔다"며 당뇨병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이 항당뇨병제의 선택과 직결돼 있음을 시사했다. 따라서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인가?'에 대한 주제를 '당뇨병 치료 1차선택에 있어 신·구 항당뇨병제의 혜택'과 연결시켜 논의를 진행했다.

‘공포의 8중주’
이번 토론의 핵심근거는 "단순히 고혈당 자체만을 타깃으로 하고, 고혈당의 원인이 되는 병태생리학적 결함을 교정하지 못하면 지속적인 당화혈색소(A1C) 감소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GLP-1 RAs가 메트포르민을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을 들고 나온 Muhammad Abdul-Ghani 교수(미국 텍사스보건과학대학)는 제2형 당뇨병 치료의 병태생리학적 접근에 가장 적합한 약제로 GLP- RAs를 꼽았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은 적어도 8가지 별개의 병태생리학적 결함(공포의 8중주, ominous octet)이 원인으로 작용하는 복잡·미묘한 심혈관·대사장애에 속한다. △뇌에서 신경전달물질 기능장애 △췌장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분비장애 △췌장 알파세포에서 글루카곤 분비 증가 △간에서 포도당 생성 증가 △장에서 인크레틴 효과 감소 △지방조직에서 지방분해 증가와 포도당 흡수 감소 △근육에서 포도당 흡수 감소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 증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치료타깃 확대…고혈당 원인 치료하자"
Abdul-Ghani 교수는 최근까지도 제2형 당뇨병 가이드라인의 권고안이 혈장혈당 수치를 낮추는 데만 집중해 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고혈당을 야기하는 원인인자, 즉 내재된 대사장애(병태생리학적 결함)를 교정하는 데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다 보니 지속적인 A1C 조절혜택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이 놀랄 일도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치료의 타깃을 고혈당 자체에서 더 확대해 고혈당의 원인인자를 교정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하며, 이를 가장 잘 수용할 수 있는 약물전략이 GLP-1 RAs라는 것이 패러다임 전환을 찬성하는 진영의 결론이다.

“공포의 8중주 잠재울 GLP-1 수용체 작용제”
Abdul-Ghani 교수는 "GLP-1 RAs를 통해 공포의 8중주, 즉 8가지의 제2형 당뇨병 발병루트 가운데 6가지를 막거나 교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GLP-1 RAs는 인크레틴 호르몬인 GLP-1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베타세포에서 (고혈당 상태에서만)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알파세포에서는 글루카곤의 분비를 억제해 혈당을 조절하는 기전이다.

Abdul-Ghani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GLP-1 RAs는 베타세포의 기능을 개선한다. 베타세포 기능과 관련한 혜택이 단일주사 8시간 후부터 관찰되고(리라글루타이드), 3개월까지(세마글루타이드) 유지된다. 또한 GLP-1 RAs의 혈당조절 혜택이 3년까지 지속되는 경우(엑세나타이드)도 있었다. 이러한 기전에 근거해 Abdul-Ghani 교수는 "GLP-1 RAs가 저혈당증 위험 없이 빠르고 지속적인 A1C 강하효과를 담보한다"고 설명했다.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까지
혈당조절에 이은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도 GLP-1 RAs의 강점으로 꼽혔다. 현재까지 리라글루타이드의 LEADER 연구와 세마글루타이드의 SUSTAIN-6 연구에서 GLP-1 RAs의 심혈관사건 감소효과를 확인했다. 리라글루타이드는 LEADER 연구에서 위약 대비 심혈관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비치명적 뇌졸중 복합빈도(3P-MACE)를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3P-MACE는 리라글루타이드군 4668명 중 608명(13%)에서 발생한 반면 위약군은 4672명 중 694명(14.9%)으로 상대위험도가 13% 낮았다(hazard ratio 0.87, P=0.01). SUSTAIN-6 연구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위약 대비 심혈관사건 발생률을 26%가량 더 낮췄다(P<0.001).

주사제형·고비용은 약점
한편 GLP-1 RAs는 메트포르민과 비교해 주사제라는 점과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 약점으로 평가돼 왔다. 이와 관련해 Abdul-Ghani 교수는 "피하주사 방식에 따른 순응도 문제는 주1회 지속형 제제를 통해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며 비용 또한 2017년 말에 미국에서 일부  GLP-1 제제의 제네릭화가 예상됨에 따라 비용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bdul-Ghani 교수는 최종적으로 "GLP-1 RAs와 관련한 일련의 과학적 근거를 고려한다면, 제2형 당뇨병 치료의 1차선택으로 메트포르민 대신 GLP-1 RAs를 적용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2형 당뇨병 8개 발병루트와 GLP-1 제제의 작용

■ 뇌에서 신경전달물질 기능장애
■ 췌장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분비장애
■ 췌장 알파세포에서 글루카곤 분비 증가
■ 간에서 포도당 생성 증가
■ 장에서 인크레틴 효과 감소
■ 근육에서 포도당 흡수 감소

GLP-1 제제로 개선 가능

■ 지방조직에서 지방분해 증가와 포도당 흡수 감소
■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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