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송시영 교수 "투자 과감하게 해야"... 의대생 스타트업 활발해야 일자리 창출

 

보건산업 분야에서 문재인 정부의 중점과제인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와 규제 완화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전 정부부터 지금까지 보건산업 분야는 일자리 창출의 보고라 여겨졌다.

그럼에도 정작 투자에는 인색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제약, 바이오, 의료기기산업을 미래 신산업으로 정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의료기기 업체가 R&D에 한 해 1조 6000억원 들이붓는데
정부 투자금 5000억뿐

지난달 2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보건산업 일자리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직접 참여해 보건산업 분야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이 부위원장은 "10억을 투자하면 평균 8.8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데 보건의료분야는 평균의 2배가량인 17개가 생기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 양성일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제약, 의료기기, 화장품 분야는 제품개발을 지원하고, 보건의료 빅데이터와 정밀의료, 재생의료 분야는 R&D투자와 기술 수준을 확보하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며 "바이오·헬스생태계와 해외의료 등은 규제를 완화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투자에 소극적이면서 일자리 만들겠다는 건 욕심”

이같은 발표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원한다면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한다. 2015년 기준 OECD 국가의 헬스 R&D 비중은 미국 24%, 영국 23%지만 우리나라는 8.4%다. 

오송첨복단지 박구선 본부장은 "헬스 R&D 비중이 미국과 영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복지부만 보면 더 열악하다. 복지부 R&D 투자규모는 정부 전체 R&D의 2.7%다. 적어도 5% 정도는 돼야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며 "투자에는 소극적이면서 일자리 창출을 원하는 건 욕심"이라고 토로했다. 

또 "정부가 보건의료에 투자하는 금액을 보면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난다. 의료기기회사인 메드트로닉이 한해 1조 6000억원을 투자하는데, 복지부는 5000억 정도를 투자한다. 지금과 같은 R&D 투자로는 일자리 창출이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나서서 펀딩 만들면 투자 활기 띨 것”

박 본부장은 산업이 발전하려면 안정적 기금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ICT와 원자력 분야가 발전한 이유가 정보통신기금과 원자력안전규제기금 등 장기적 기금이 있었던 덕분이란 것. 따라서 보건산업 분야도 오랫동안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활발하게 창업할 수 없는 오송첨복단지의 한계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박 본부장은 "오성첨복단지는 핵심 인프라가 모두 갖춰져 있지만 정작 창업할 수 있는 분야가 별로 없다. 바이오 분야는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데, 우리나라에서 누가 오랫동안 투자를 하겠나"라고 되물었다. 

연세의대 송시영 교수도 정부의 투자를 강조했다. 송 교수는 연세의료원 의과학연구처 산학융복합의료센터 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송 교수는 자동차나 IT 등도 정부가 기본적 인프라를 갖춘 후 사업을 시작하듯 보건산업 분야도 정부가 먼저 투자를 해야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송 교수는 "스타트업 환경이 조성되고 이들이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도록 역동적인 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이후 보건 신산업의 성공적 M&A 모델을 추진할 수 있도록 문도 열어줘야 한다"며 "복지부나 산업자원부 등이 목적 지향적으로 함께 펀딩을 만들어야 한다. 이때 복지부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바이오협회 이승규 부회장은 보건산업진흥원이 투자 프로그램을 만들어 스타트업을 지원하라는 공격적인 요구를 하기도 했다. 제약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 제약·바이오에 많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은 제약·바이오에 투자해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정규직 비율이 91.4%에 달해 다른 산업에 비해 고용 안정성을 꾀할 수 있고, 임금수준도 394만원으로 타 직종에 비해 높다는 것. 이 외에도 고용현황(연평균 증감률)도 3.9%로 다른 산업보다 높다는 주장이다. 

 

원 회장은 “제약·바이오 분야는 개발, 허가, 생산, 유통 등 연관산업에서 발생하는 일자리가 만만치 않다"며 "미국의 제약기업은 직·간접고용과 유발고용을 합쳐 총 446만개 정도다. 특히 신약개발에서 발생하는 일자리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실제 신약을 개발했을 때 일자리는 엄청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관련 제약산업 지표에 따르면 매출 1조원당 5400~6100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한다. 만일 4개의 블록버스터급 신약이 개발되면 28조원대 시장 확대로 15만 1200명~17만 명의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다.

“연구소 기업·인력 양성 규제 풀어야”

규제를 풀어야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연구중심병원이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연구가 기초연구에 가까웠다면 연구중심병원에서 진행하는 것들은 대부분 중재연구다.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나 치료재료 등이라 창업할 수 있는 아이템이 많다. 그런데 수익을 내도 다시 투자할 수 없는 제도적 문제가 있다.

연구중심병원협의회장인 고려의대 이상헌 교수(고대안암병원)는 "현재 연구중심병원에서 1년에 16건, 지금까지 34건의 창업이 이뤄지고 있고, 고대병원에서도 4~5개 정도의 창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문제는 이렇게 얻어진 수익이 병원으로 들어가는 구조라 재투자가 안 된다. 연구에 더 매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도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연구소 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부분도 정부가 풀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 규제 때문에 인력 양성에 제한이 있다는 불만도 있다. IT와 헬스케어를 융합한 분야 등 미래 일자리는 단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데, 정부 규제로 교육을 하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대 백롱민 교수(분당서울대병원)는 보건의료산업 분야의 전문 인력 공급 부족을 지금부터 생각해야 하지만 정부는 규제만 앞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 교수는 "정부는 IT와 헬스케어가 융합된 기술을 가진 사람을 5년 안에 채용하겠다지만 그 정도 인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전문인력을 지금이라도 교육하고 육성해야 한다. 최근까지 빅데이터 대학원을 만들기 위해 쫓아다녔지만, 수도권에서는 정원이 안 나와서 하지 못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구시대적 교육 벗어나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인재로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인력을 키워내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해야 한다는 반성도 나온다. 의대교육을 지금처럼 계속하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시대에 뒤쳐질 것이란 우려다. 

송시영 교수는 연세의대의 시험방식 변화가 도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의대는 2014년 과목별로 학점을 주는 상대평가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Pass/Non-Pass'만 평가하는 절대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처음 도입할 때 노 교수들의 우려와 달리 제도 도입은 성공적이었다는 게 송 교수의 평가다. 

송 교수는 "지난해 학생들이 SCI급 논문을 18편이나 썼다. 암기식 교육방식을 버린 결과물이었다"며 "우수한 학생들을 모아놓고 암기만 시키는 것은 이제 끝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융합형 인재를 키워낼 수 있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젊은 나이에 스타트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현재 스타트업에 뛰어드는 의료인 나이가 30대 중후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너무 늦은 나이에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높아 성공확률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송 교수는 "의대교육을 바꿔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의대 다닐 때부터 마음껏 스타트업을 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들어 줘야 한다"며 "학생들이 실패를 해도 인생의 리스크가 높지 않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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