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에 대한 의료계와 산업계의 우려가 높다. 보장성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 재정을 더 확보해야 하지만, 정부는 마땅한 재원확보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의료기기 업계도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을 놓고 우려하는 모습이다. 건강보험 급여로 포함키로 결정된, 혹은 포함 예정인 제품에 대한 가격 산정이 만족스럽지 못해 결국 고통과 인내는 업계가 떠안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 재원 마련안 없어…가격인하 압박 더 심해질 것”

의료기기 업계가 문재인 케어를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보장성 강화 정책의 선제 조건이라 할 수 있는 재원 마련 방안이다. 

정부는 보장성 강화 정책을 통해 2022년까지 30.6조원을 투입, 건강보험 보장률을 70%대로 끌어올리는 한편, 국민 의료비 부담을 18% 감소시키겠다는 계획.

이에 따라 많은 의료기기와 치료재료가 논의를 거쳐 순차적으로 건강보험 급여권에 편입될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이를 위한 재원 조달 방안을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보장성 확대에 3조 4000억원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지만, 올해 건강보험료율 인상은 2.04%에 그쳤다. 

이처럼 재원 마련을 위한 명확한 방안 없이 추진되는 보장성 강화 대책은 결국 제품의 가격 인하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란 결론이다. 

한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재정 확보에 대한 명확한 대책 없이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면 새롭게 급여권에 진입하는 치료재료 및 의료기기 업체에 가격 인하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치료재료 가운데 소모성 재료는 혁신성이나 성능에 비해 비현실적인 가격을 받고 있는 현실"이라며 "정부는 문재인 케어와 함께 의료계에 적정수가를 보장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이면에서는 의료기기 업계에 개별 품목별로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의료기기업체 임원은 "보장률을 높이기에 앞서 한정된 보험재정을 고려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된다"면서도 "정부는 포퓰리즘적 정책으로 국민적 지지를 받겠지만, 그에 따른 고통과 인내는 업계가 떠안게 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임원은 "앞으로 대다수의 의료기기와 치료재료는 급여를 조건으로 가격인하 압박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울며 겨자 먹기로 피눈물을 흘리며 정부가 산정한 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 아니겠나"라고 토로했다. 

“의료기기 가격 산정 과정 불합리” 지적도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의료기기나 치료재료의 가격을 산정하는 기준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제품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치료재료 비용은 실거래가 상환제에 따라 지불하되, 임상효과나 경제성, 보험재정에 미치는 영향, 외국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한금액을 책정하고 있다.

한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급여권 진입을 위해 논의 과정에서 원가도 공개하고 제품 성능이 우수하다는 임상연구 결과까지 제출했지만 정부는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며 "다른 제품과 비교임상을 통해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했는데, 그렇지 않는 제품들과 같은 수준으로 본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신기능 치료재료에 대한 원가 중심의 가격결정의 문제를 지적한다. 의료기기 산업의 특성상 제조원가와 수입원가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원가 대비 1.78배로 가격상한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 결정의 합리성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원가보다는 제품의 가치를 중심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기전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수면무호흡증이 건강보험 급여 항목으로 선정되면서 해당 질환 치료에 사용하는 양압기에 대한 보험급여 논의 과정도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복지부는 양압기 대여를 건강보험 지원 항목으로 적용, 이르면 올해 11월 시행할 예정이다. 

특히 복지부는 양압기 월 대여료의 80~90%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할 계획이며, 월 대여수가로 6~8만원을 고려하고 있다. 환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9000원~1만원 선이다. 

최근 복지부와 관련 논의를 진행한 A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성능을 입증하지 못한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있는 반면, 고성능 제품 등이 존재해 가격 편차가 다양한데 정부는 둘을 같은 성능으로 치부하며 가중평균가를 낮게 책정하고 있다"며 "정부가 책정한 가격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환자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가격이 비슷한 군으로 분류, 수가를 분류군별로 책정하는 게 나은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업체와의 논의 과정에서 정부 측이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논의를 진행한 후 한 차례 더 만나 양압기 대여 수가를 구체적으로 논의키로 했음에도 복지부는 해당 내용을 일부 언론에 흘리기까지 했다"며 "이를 두고 복지부 측에 질의했지만 묵묵부답"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재원부족은 기우에 불과"

한편, 정부는 의료기기 업계가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른 가격 인하 압박 가능성과 가격산정 결정 과정 등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급여로 전환될 치료재료 목록을 정비하는 한편, 급여 전환 시 발생하는 차액은 이익으로 보전해주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보험급여 논의가 이뤄질 치료재료 가운데 등재는 돼 있지만 사용량이 잡히지 않는 등 실제 현장에서 사용되지 않는 제품이 존재하고 있어 이들을 정리할 계획"이라며 "정부의 기본 입장은 급여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액을 이익으로 보전하자는 것이기에 염려할 것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건강보험 재정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업계의 기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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