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외래 진료비 할인기준 '연령' 아닌 '만성질환관리 여부' 전환...'정률제' 단기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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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노인외래정액제를 대폭 손질한다.

단순히 진료비 할인 상한선이나 할인율을 손 보는 것을 넘어, 장기적으로 의원급 외래 진료비 할인 기준을 기존 '연령' 대신 '만성질환관리 지속여부'로 전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일차의료기관에서 지속적으로 만성질환관리를 받으면 진료비 할인이라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의미로, 기존의 노인 진료비 할인 제도와는 그 개념이 사뭇 다르다. 

현행 노인외래정액제는 노인복지 향상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소득이나 질병의 경중·치료의 지속여부와 상관없이 환자가 65세 이상 노인이면서, 제공받은 외래 진료비 규모가 1만 5000원 이하면 모두에 진료비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1만 5000원' 상한 노인정액제, 적용대상 감소-의료이용 왜곡 "한계"

보건복지부는 1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인외래정액제 개선 계획'을 보고했다. 

정부는 현행 노인정액제도가 적용대상의 감소와 의료이용 왜곡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진단하고, 이의 해법으로 장기적으로 현행 방식의 노인외래정액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노인외래정액제는 65세 이상 노인환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은 뒤 발생한 총 외래 진료비가 1만 5000원 이하이면 1500원의 본인부담금만 정액으로 지불하게 하는 제도다. 

경제적 취약계층인 노인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 노인 복지 향사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1995년 70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시작됐다. 2000년 65세 이상으로 수혜 대상을 넓혀 현재의 모형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노인정액제 상한선이 10년 넘게 1만 5000원으로 고정되어 있어, 제도의 혜택을 받는 노인환자가 매년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해마다 이뤄진 진료수가 인상이 누적된 결과로, 내년이면 의원급 의료기관의 초진 진찰료가 1만 5310원으로 올라, 진찰료 만으로 노인 정액제 상한선을 넘게 된다.

1만 5000원의 상한을 전후로, 환자 본인부담이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이른바 '절벽효과'도 문제였다. 노인정액제 적용 기준은 총 진료비 1만 5000원으로, 진료비가 이보다 많으면 일반 환자와 동일하게 진료비의 30%를 정률로 지불해야 한다.

총 진료비가 1만 5000원 이하이면 환자 본인부담이 1500원이지만, 총 진료비가 500원만 더 증가해도 환자가 내야할 본인부담은 4650원으로 3배 넘게 늘어난다는 얘기다. 진료비가 2만원이면 본인부담은 6000원, 2만 5000원이면 본인부담은 7500원이 된다.

의원 외래 진료비 할인기준 '연령'에서 '만성질환관리여부'로 전환

정부는 이 같은 노인외래정액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장기적인 제도개선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목표는 외래 진료비 할인제도의 패러다임 전환. 외래 진료비 할인제도의 기준을 '연령'이 아닌 '만성질환 지속관리'여부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노인과 일반 환자 구분없이 일차의료기관에서 지속적으로 만성질환 관리를 받는 경우 본인부담률을 20%로 인하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게 골자다. 

이 경우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노인들은 현재와 유사한 수준의 의료비 할인혜택을 받을 수도 있겠으나, 급성기 질환으로 의원을 찾는 노인 환자는 진료비 규모와 상관없이 본인부담 할인 대상에서 제외된다. 노인 복지 차원에서 질환과 무관하게 이뤄져왔던 기존의 노인 진료비 할인제도와는 성격이 달라지는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현행방식은 경증질환, 단순진료로 인한 소액 의료비 발생시 오히려 혜택을 받는 구조"라며 "환자 비용의식이 낮아 단순 반복진료를 받거나, 분할 처방·진료에 따라 불필요한 의료기관 재방문이 이뤄지는 등 의료이용행태가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노인뿐 아니라 1차 의료기관에서 지속적으로 만성질환관리를 받는 경우에는 모두 인센티브를 받도록 해 중증화 방지, 전체 의료비 감축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노인외래정액제, 내년 정률제 전환...제도 폐지 앞선 단기 처방

정부는 장기적으로 제도 폐지를 추진하되, 임박한 노인정액제 한계 해결을 위한 단기처방으로서 내년 '1500원' 정액제를 본인부담 차등제를 접목한 '정률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진료비 구간별로 ▲총 진료비가 2만원 이하이면 10% ▲2만원 이상~2만 5000원 이하이면 20% ▲2만 5000원 초과면 일반환자와 동일하게 진료비의 30%로 본인부담률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진료비 1만 5000원 이하인 경우에는 노인환자 의료비 본인부담이 현재와 동일하게 1500원이 되고, 1만 5000원 초과~2만원 이하는 2000원 이하, 2만원 초과~2만 5000원 이하 구간에서는 5000원 이하로 본인부담 할인효과가 나타난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선에 939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오랜시간 노인환자 진료비는 1500원이라는 고정된 인식이 존재해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정률제 전환이 이런 환자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진료비 산정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의료기관과 환자간의 마찰도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번 정률제 전환은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정된 것으로, 약국과 한의원은 당분간 현행 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 약국의 경우 노인환자 총 약제비 규모가 1만원 이하일 때 1200원만 본인부담, 한의원은 진료비 2만원 이하일 때 2100원만 본인부담하도록 하는 형태로 노인정액제가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약국 등과 별도로 협의체를 구성, 제도 개선안을 논의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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