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한의사 현대의료기 허용 비대위 설립, 인사·재정 등 전권 부여...정관 위배 지적
대정부 협상 위한 비대위 구성 난항 예고...“누가 협상 나서겠나” 지적도

▲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16일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추무진 회장의 재신임과 문재인 케어 대응 및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이 가까스로 탄핵은 면했지만, 문재인 케어 및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등 산적한 의료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과 투쟁에서는 난항이 예고된다. 

의협 대의원회는 16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및 운영 안건을 의결했다. 

이를 두고 의료계 일각에서는 투쟁과 협상의 전권을 부여 받은 비대위에 대한 절차적 오류를 지적하기도 하고, 향후 대정부를 향한 협상과 투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면서 시작부터 삐걱이고 있다.  

문재인 케어·한의사 현대의료기기 비대위 ‘하나’로
비대위원 구성 및 재정 사용까지 ‘전권’ 부여 

이날 열린 의협 임총에서는 문재인 케어를 저지하기 위한 비대위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저지를 위한 비대위 등 두 비대위를 하나로 병합, 운영키로 의결했다. 

아울러 비대위는 의협 집행부를 포함해 각 지역과 직역을 대표하는 인물, 전국의사총연합, 평의사회 등 재야단체의 인물들도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 보다 세세한 비대위 운영에 대한 내용은 운영위원회에 위임키로 했다. 

의협 대의원회 임수흠 의장은 “비대위는 인원수를 늘리더라도 많은 수의 인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투쟁성이 강한 사람들을 비대위원으로 추천받도록 하겠다”며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들이 호선해 선출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의협 집행부가 운영 중인 문재인 케어 대응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특별위원회는 대의원회가 구성키로 한 비대위에 흡수키로 하면서 교통정리도 완료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비대위 운영 과정에서 인원을 구성하는 권한과 비대위 활동 과정에서 필요한 재정 등에 대한 권한 등 전권을 비대위에 위임키로 했다는 점이다. 

의협 대의원회는 비대위의 예산권은 비대위 구성 후 집행하고, 사용 내역에 대해 의장과 회장에게 의결을 보고한 뒤 차후 총회에서 추인 받도록 했다. 

논의 됐던 비대위 운영규정과 비교하니...비슷한 모양새 

임총을 통해 탄생한 비대위는 사전에 대의원회가 논의했던 문재인 케어 대응을 위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과 흡사하다. 

실제 본지가 입수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과 ‘운영규정’에 따르면 비대위는 ▲상임이사회 추천 3명 ▲시도의사회 추천 각 1명(서울시의사회는 여자회원 포함 2명) ▲개원의협의회 추천 2명 ▲대한병원협회 추천 2명 ▲대한의학회 추천 2명 ▲대한전공의협의회 추천 2명 ▲대한공보의협의회 추천 1명 ▲기타 1명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 위원에 대해서는 ‘식견이 많고 투쟁성이 강한 30~50대 회원’을 권장키로 했다. 

비대위는 ▲투쟁(조직)위원회 ▲협상위원회 ▲홍보위원회 등의 상설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들은 각각의 역할을 담당하도록 했다. 

이처럼 임총을 통해 성립된 비대위와 임총 전 논의된 비대위가 비슷한 모양새를 보이자 의료계 일각에서는 사전모의 의혹도 제기한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이번 임총은 임수흠 의장의 속내와 야심이 드러난 것 같다. 결국 ‘상왕’노릇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사전에 모의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 의협은 문재인 케어 대응과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키로 했지만, 대정부 협상 및 투쟁에는 난항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전권 부여 받은 비대위, 정관 위배 논란도 

대정부 투쟁에 사용될 재정 권한까지 움켜쥔 비대위에 대해 정관 위배 지적도 나온다. 

비대위가 구성된 이후 투쟁과 협상에 사용된 재정에 대해 선집행 한 후 이를 회장 또는 의장에게 보고하고, 차후 총회에서 추인 받는 방향으로 내용이 정리됐는데, 이는 정관상 위배라는 주장이다. 

의협 한 감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정관에 따르면 예산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재무이사, 부회장, 회장 등의 결정 없이는 집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들의 결정 없이 예산을 집행할 경우 이는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 감사는 “회장 또는 의장과 상임이사회에 보고하더라도 감사의 감사를 받지 않은 채 임총에 추인을 받는다는 것은 정관 위반 사항”이라며 “임총에서 결정된 내용이더라도 정관이 우선이다. 정관 위배 사항이 발견된다면 고발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총을 통해 결정된 사항이라고 해도 정관에서 벗어나면 무효일 수밖에 없다”며 “이번 임총에서의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누가 비대위에 들어가겠나”

우여곡절 끝에 비대위가 구성됐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비대위가 대정부 투쟁과 협상에 난항을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비대위에는 시도의사회, 각과 개원의회장, 대전협 및 대공협 등 젊은 의사 등 전 직역을 포함한 다양한 인물이 참여토록 했지만, 실제 대정부 투쟁 및 협상에 투입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대정부 협상은 집행부가 해왔고, 비대위가 협상에 투입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에서 결국 협상은 집행부가 다시 맡게 될 것”이라며 “협상에 앞서 비대위에 검토를 받아야 하기에 시간이 지연됨은 물론, 제대로 된 협상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대위가 결국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도 했다. 비대위에 참석할 인물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젊은 의사들, 특히 전공의의 경우 비대위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담당 교수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각 시도의사회 혹은 개원의협의회 회장들도 막중한 책임을 안은 채 비대위에 참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처럼 비대위 참여에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구성부터 난항을 겪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향후 비대위는 와해되거나 구성되더라도 붕괴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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