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해진 제약영업 환경에 이색 영업 ‘눈길’
영업 무기 절실 “차별화 키워라”...고객과의 스킨십과 디테일 중요성 제언도

 

국내 제약사들이 관계 중심의 기존 영업방식에서 탈피,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영업환경이 위축되자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한 몸부림이다. 

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 2014년 리베이트 투아웃제, 지난해 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 등이 시행되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근거중심 영업 장려와 함께 자율준수 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 CP)을 강조하고 있다. 

팍팍해진 영업환경에 따라 눈길을 끄는 업계의 이색 영업 방식과 함께 한계를 짚어봤다.

악재·삼재에 쪼그라든 영업환경…영업사원 비중도 감소 

제약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온 영업사원. 하지만 최근에는 이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리베이트 영업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가장 최근에는 청탁금지법과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 의무화 등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들이 본격 시행되면서 영업 환경이 위축되고 있어서다.  이 때문일까. '제약업계의 꽃은 영업사원'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고 있다.

실제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07년 제약업계 종사자는 7만 2179명으로, 이 가운데 영업직 종사자는 35%(2만 5252명)를 차지했다. 10년이 지난 2016년 전체 제약업계 종사자 9만 4929명 중 영업직 종사자는 2만 6443명으로 27.9%로 줄었다. 영업직 절대 종사자 수는 늘었지만, 비율은 되레 줄어든 것. 

이 같은 변화는 제악업계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음을 방증한다. 복제약으로 승부했던 과거 제약업계는 제품력보다는 영업력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에 영업사원의 역할이 중요했고, 이 때문에 실적을 올리기 위한 불법 리베이트라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리베이트 쌍벌제, 리베이트 투아웃제, 김영란법, 경제적 이익 지출 보고서 의무화 등 네 차례의 분기점을 거치며 제약업계 영업 분위기가 크게 바뀌고 있다"며 "영업사원과 마주하기를 꺼리는 의사들이 늘면서 영업 트렌드도 감성영업에서 기술영업 위주로 자연스럽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방법 찾자” VR 도입에 연기 수강까지

'혁신'이 국내 제약업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인 만큼 영업방식에도 새로운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VR(가상현실) 기기를 도입하는가 하면, 영업사원들에게 연기를 배우도록 하는 등 색다른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우선 종근당은 한국MSD와 공동판매 중인 자누비아 영업에 VR 기기 '자누비아 VR 디테일'을 도입했다.  

의료진이 VR 기기를 착용하고 스마트폰으로 프로그램을 재생하면 가상의 당뇨병 환자가 진료실을 방문해 상담을 받는 상황이 펼쳐지고, 이어 가상의 MR로부터 임상 데이터와 기대되는 치료효과 등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기존 영업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는 한편, 타사와의 차별화 전략인 셈.

종근당은 현장의 반응이 긍정적인 만큼 다양한 제2형 당뇨병 환자군을 설정, 동영상을 다양화할 방침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다양한 환자군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 의료진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직 타 품목으로 확대할 계획은 없지만, 자누비아를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진행한 뒤 다른 제품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유제약은 영업사원의 화술 및 표현력을 강화하기 위해 연기교육을 도입했다.

여러 접점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하는 영업사원의 특성상 적극적인 소통 능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유유제약 관계자는 "최근 제약영업 환경 다변화에 따라 효과적인 제약영업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영업사원 입장에서는 낯선 교육으로, 실제 현장에서 도움이 될지조차 확신하지 못하겠지만, 연기교육을 수행한 직원들은 영업직 이외의 직군에 추천할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연기를 배웠다는 게 현장에서 고객과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소재가 되기도 한다"며 "기술적인 측면과 함께 또 다른 측면에서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업방식 차별화 필요 vs 스킨십과 디테일 우선

영업방식에도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현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그때 그 시절' 영업 방식에서 탈피하고 강화되는 규제 안에서 어필하려면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혁신의 기본은 고객과의 스킨쉽과 디테일이라는 반론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업사원들에게는 자사의 제품을 어필할 수 있는 차별화된 무기가 필요한 만큼 최근 영업 트렌드 변화는 환영할 만하다"며 "구태 영업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 영업 현장에서는 제품을 설명할 시간이 부족한 만큼 혁신을 위한 콘텐츠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회사의 이름, 제품의 이름을 각인시키고 고객에게 인지시키기 위해서는 좋은 방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영업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며 "녹록지 않은 영업환경 개선을 위해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 현장에 적용한다면 업계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기본을 중시하기도 한다. 

오랜 기간 제약영업을 담당해 온 한 업계 관계자는 "제네릭 영업력으로 승부하는 국내 제약사 특성상 고객들은 자주 보는 영업사원의 회사와 제품을 기억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더라도 기본은 고객과의 유대관계"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MR들이 자사의 제품에 대한 정보를 완벽히 인지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발로 뛰며 보다 많은 고객을 만나는 게 새로운 마케팅 툴보다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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