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부터 총액계약제 도입까지 정책제안 쏟아져...복지부 "적극 검토"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문재인 케어 시행과 맞물려, 건강보험 재정절감을 위한 다양한 제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의료전달체계 개혁부터 약제·치료재료비용 인하, 총액계약제 도입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모든 재정절감 수단들이 총망라되는 분위기다.

의료계는 재정지출 효율화는 필요하지만 과거와 같이 의료기관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이어서는 안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건보 재정절감 대책이 의-정 갈등의 또 다른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13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는 '건강보험 재정절감 대책'이 주요 이슈 중의 하나로 다뤄졌다. 

여야를 막론하고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늘어날 건강보험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도시행과 더불어 획기적이고 실효성 있는 재정절감대책을 함께 마련해 시행해 나가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앞서 정부는 새정부 임기 중 의학적 비급여 전면 급여화 등을 골자로 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추진, 건강보험 보장률을 현행 63% 수준에서 7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소요되는 예산은 30.6조원으로, 정부는 건강보험 누적적립금 활용과 국고지원 현실화, 보험료 부과기반 확대 등 수입확충과 더불어 건강보험 재정누수 방지대책 시행을 통한 지출절감으로 필요 재원을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재정추계의 적확성을 두고는 정부여당과 야당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 정부여당은 실현 가능한 추계라는 입장이나, 야당은 노인인구의 증가와 급여화에 따른 의료수요 상승 등 환경요인을 고려할 때 정부가 예상한 규모 이상으로 폭발적인 지출증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여야는 문재인 케어의 실현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획기적인 건강보험 재정절감 대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는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지출효율화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부담을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2~13일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새 정부 첫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불필요한 의료이용 방지·의료전달체계 개혁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은 "문재인 케어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2005년 이래 10년간 정부가 3차례 보장성 강화대책을 추진, 도합 14조원이 넘는 재원을 쏟아 부었지만 건강보험 보장률은 당초 목표였던 80%는커녕 63~64%선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의료비 관리에 실패한다면 문케어 또한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격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 의원은 불필요한 입원·수술비 지출 절감, 의료전달체계 개혁, 혼합진료 금지 등을 재정절감 대책으로 제시했다.

천 의원은 "우리나라의 연평균 의료비 증가율은 7.1%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 또한 연평균 16회로 1위를 기록하는 등 의료이용 과잉이 가장 심각한 나라"라며 복지부에 "보장성 강화대책에 따른 의료이용량 증가 가능성을 감안해 불필요한 의료이용 서비스 절감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그간 대형병원 쏠림을 방치한 상황에서 보장성 강화가 이뤄지면서 일차의료기관들은 그 손실을 비급여 진료를 통해 보충해왔다"며 "일차의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달체계를 개혁해야 일차의료기관이 불필요한 비급여 확대를 통해 수입을 확보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천 의원은 "3대 비급여를 급여화할 경우 건강보험 진료와 비급여 진료를 섞는 혼합진료를 원칙적으로 금지해 일본처럼 비급여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혼합진료 금지·총액계약제 도입 등 지불제 개편 추진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혼합진료 도입과 더불어, 총액계약제 도입 등 지불제도 개편을 제안했다.

김상희 의원은 "문케어 실현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불필요한 비급여가 새롭게 양산되면서 정책시행 비용이 더 늘어나고, 그것이 미래세대에 과도한 건강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불필요한 비급여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행위별수가제를 유지할 경우 문케어의 또 다른 위협요인이 될 것"이라며 "대만의 경우 총액계약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세계로부터 극찬을 받고 있다. 지불제 개편에 어려움은 있겠지만, 참고는 해야 한다. 선진국이 시행하는 여러 지출체계를 검토해 우리만의 지불체계 개편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등재약 목록정비·복제약 약가 인하-치료재료 가격협상 도입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은 약제비와 치료재료대 인하, 사무장병원 부당이득금 환수 현실화, 본인부담상한제 정비와 장기요양전달체계 구축 등을 5대 재정절감 패키지 정책으로 제안했다.

권 의원은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 복제약 약가 인하 등을 통해 10%~25%까지 약가인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다. 약품비 지출에서 향후 5년간 최소 5조 5000억에서 13조 8000억 가량의 재정절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치료재료 역시 전년 대비 2016년도 청구금액 증가율이 24.6%이를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등재방식 개선과 가격협상 도입 등을 통해 재정 절감이 가능하며 치료재료비 지출에서 향후 5년간 최소 1조 2275억에서 3조 6830억원까지 재정절감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권 의원은 적극적인 사무장병원 부당이득금 환수작업을 통해 향후 5년간 최대 2조 5500억원, 요양병원 등의 사회적 입원을 줄임으로써 추가로 최대 1조 7225억원, 왜곡된 본인부담금상한제를 정상화하는 것으로 최대 1조 7635억원의 건보 재정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감에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김형수 연구조정실장이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 문케어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를 전했다. 김 실장은 문케어 이행을 위해서는 정부 추계보다 최소 4조원 이상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자체 연구결과를 소개하고, "중요한 것은 4조원이라는 금액 차이가 아니라, 정부가 비용추계가 얼마나 정확히 했는지, 이해당자가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인지에 있다"며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추진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복지부 "종합대책 수립 중, 모든 대책 검토"...의료계 "또 마른수건 쥐어짜기?" 우려

보건복지부는 재정절감 대책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다양한 정책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의 각종 제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냈다. 

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여러 제안이 있었지만, 정부 자체적으로도 불필요한 의료이용 방지를 포함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대형병원 쏠림을 방지하고, 사회적 입원을 포함한 불필요한 입원을 방지하며, 고가약이나 고가의 치료재료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불제 개편과 관련해서도 "대만이 채택하고 있는 총액계약제를 포함해 지불체계 개편 전반을 검토하겠다"고 했고, 권미혁 의원이 제안한 약제비 절감방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일부분이라도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정책을 강구해, 반드시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건강보험 지출을 효율화해야 한다는데는 공감한다면서도, 재정절감 대책이 의료기관 옥죄기로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우려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과거 여러차례 건강보험 재정안정화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영상수가 인하 등 의료기관을 압박하고, 의료기관의 희생을 강요하는 조치들이 이뤄졌다"며 "정부가 이번에도 같은 행태가 반복한다면 의료계의 반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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