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중증도 환자 대상 효과 평가 결과 제각각 vs 안전성 이상無 시대적 흐름 반영해야

수술이 불가능한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AS) 환자에 한해서만 시행되던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 적응증 확대를 두고 국내 학계 의견이 분분하다.수술 중간 위험군 환자에서도 TAVI 유의성이 입증됐다는 근거들을 내세우며 적응증 확대를 주장하는 심장학계에 흉부외과 학계가 난색을 표했다.수술 중간 위험군에서 TAVI를 시술하면 득보다 실이 크고 현재까지 보고된 논문들도 평균 2년의 짧은 연구 기간 내 평가된 결과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 전언이다.

미 심장학계도 인정한 중등도 위험군 환자 대상 TAVI 안전성?

앞서 심장내과는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AHA·ACC)가 2017년 판 지침서를 통해 수술 중등도 위험군 환자에서 TAVI 시술을 적용한 데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TAVI 판막 시스템의 발전과 시술 관련 데이터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효능 및 안전성은 검증됐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지난 3월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17)에서 발표된 SURTAVI 연구를 가장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SURTAVI 연구는 수술 중등도 위험군 1746명(평균 연령 79.8세)을 대상으로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SAVR)과 TAVI 효능 및 안전성을 알아본 연구다.

연구팀이 가장 중점적으로 살펴본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과 24개월 내 발생한 뇌졸중 유병률은 TAVI가 12.6%로 14%인 SAVR 보다 1.4% 낮았다.

급성 신손상도 각각 1.7% 4.4%였고, 새로 진단받은 심방세동은 12.9% 43.4%로 TAVI군에서 확연히 더 낮은 수치를 보였다. 뇌졸중도 3.4% 5.6%로 TAVI군에서 더 낮았고, 수혈 여부는 TAVI군 58.9% SAVR군은 87.5%로 확인됐다.

단 TAVI로 시술받은 환자가 SAVR군보다 새로운 심박동기 30일째 사용률(30-day rate of new pacemakers)이 25.9%로 6.6%인 SAVR군보다 4배 이상 높은 점은 흠 아닌 흠으로 작용했다.

결과 열어보니…시술 효과 뒤떨어지지 않아, 단 출혈 위험 안심 못 해

이 밖에 PARTNER 2 연구결과도 TAVI가 SAVR과 비교했을 때 효과와 안전성이 뒤떨어지지 않는 점은 SURTAVI 연구와 맥락을 함께했다.

중증 대동맥협착증을 동반한 2032명을 무작위로 추려내 2년간 평가한 결과 TAVI 시술 군에서 사망률 및 뇌졸중 유병률이 19.3% SAVR군에서는 21.1%로 두군 간 차이가 없었다. 주요 심혈관 합병증 유병률은 TAVI군이 5.0% 대동맥판막재치술에서 7.9%였다.

반면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출혈 위험은 SAVR 군에서 4배 더 낮았고, 급성신손상과 새로 진단받은 심방세동 역시 3배 더 낮았다.

울산의대 박덕우 교수(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는 "현재 TAVI 시술은 중등도 위험군 환자에서 그 유효성이 어느 정도 입증된 상태이며, 저위험군 대상 연구도 진행 중이다"면서 "AHA·ACC가 TAVI 시술 권고 범위를 넓힌 만큼, 10년 후에는 장비가 더욱 발달하면서 저위험군 환자에서까지 TAVI 기술이 고려되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누출 발생률 등 풀어야 할 숙제 많아"

연세의대 이삭 교수(세브란스 병원 흉부외과)는 부정적이다. 중등도 환자 대상 TAVI의 안전성을 평가한 연구들에서 일부 한계점이 드러났다는 판단에서다.

먼저 SURTAVI 연구에서 드러난 25%를 넘는 심장박동 시행률을 지적했다. 실제로 TAVI로 시술받은 환자가 SAVR군보다 새로운 심박동기 30일째 사용률이 25.9%로 6.6%인 SAVR군보다 4배 이상 높았다.

PARTNER 2 연구에도 몇 가지 오류가 있다고 했다. 연구 대상 선정단계부터 바이어스가 존재한다는 것. TAVI군과 SAVR군 시술 또는 수술을 시작한 기간이 다르고, 대상군이 이전에 CABG 등의 수술적 치료 이력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나와 있지 않아,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게 이 교수 설명이다.

판막주위 누출(paravalvular leakage, PVL)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SURTAVI 연구에 따르면 TAVI군에서 누출 발생률이 40% SAVR군에서 10%로 TAVI군에서 30% 더 많았다.

PARTNER 2 연구에서도 TAVI 시술 후 1년 뒤 41%의 환자에서 누출이 발생했으며 SAVR 군에서는 4%의 환자만이 누출이 발생했다.

장기 안전성 평가 이뤄져야 vs 국내 이미 늦었다 적응증 확대 급선무

울산의대 주석중 교수(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는 "TAVI가 효능을 발휘하는 만큼 위험한 시술이다. 잘못됐을 때 돌이킬 수 없는 합병증이 발생하고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른다. 10년 이상의 기간을 두고 장기적인 안전성 평가가 먼저"라면서 "중등도 위험군에서까지 TAVI를 시행하는 것이 옳은가? 를 고민해볼 시점이다"라고 피력했다.

반면 심장내과는 나이가 젊고 회복 속도가 빠른 저·중등도 환자를 대상으로 TAVI 시술이 활발해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울의대 김효수 교수(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는 "전 세계적으로 125만 명이 TAVI 시술을 받고 있다. 전 세계가 가슴을 열지 않고 치료하는 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만 뒤처지고 있다"면서 "TAVI 적응증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도 회복속도가 빠른 젊고 기대수명이 긴 중등도 환자 중심으로 TAVI 시술이 집중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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