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 "OECD 기준 PCI vs CABG 시행률 20:1" ...심장내과 "과도한 분석"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과 관상동맥우회술(CABG)을 두고 심장내과와 흉부외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흉부외과는 외국과 비교해 국내 PCI가 과잉 시술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심장내과는 가이드라인에 맞춰 적절하게 시행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PCI 시행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국내에서 PCI가 정말 과도하게 시행되고 있는지 또는 PCI로 인한 문제점은 없는지 등에 대해 각 학계의 입장을 짚어봤다.


국내 PCI 대 CABG 비율 20:1…손실비용만 4000억원
앞서 흉부외과 전문의들은 국내 PCI가 미국, 캐나다 등과 비교했을 때 과잉 시술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가톨릭의대 송현 교수(성모병원 흉부외과)는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로 OECD 국가의 PCI와 CABG 시행률을 분석한 보고서를 10월 18일 서울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결과를 보면 OECD의 PCI와 CABG 시행률은 각각 3.29 대 1인 반면 한국은 무려 20대 1 수준으로 PCI가 압도적으로 많이 시행됐다.

문제는 PCI의 과잉 시술이 환자의 진료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송 교수는 "과도한 PCI의 부작용은 환자 비용부담으로 직결되고 있다"면서 "PCI 이후 3년 내 재발한다고 가정했을 때 손실 비용을 산출했더니 그 비용이 무려 4000억 원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PCI, CABG 대비 혈관 재건술 발생률 높다? 
PCI가 CABG 대비 시술 후 혈관 재건술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조송희 연구팀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8세 이상 5만 8307명을 CABG군(1만 9903명)과 PCI군(3만 8404명)으로 분류해 국내 CABG 대비 PCI 시술 건수 및 환자 사망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급성심근경색과 혈관 재건술 발생률은 PCI 시술군에서 유의하게 높았다. 

반면 시술 후 초기 사망률은 PCI군에서 유의하게 낮았지만 이후 장기 사망률은 두 군 간 차이가 없었다. 시술 후 30일 이내 사망률은 PCI군에서 약 60% 낮았고, 시술 후 5년 이내 사망률은 비슷했기 때문이다. 성별, 당뇨병 및 협심증 유무에 따른 사망률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편 CABG 대비 PCI 건수가 2004년 8.4배에서 2013년 21.4배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는 근거도 나오면서 국내 PCI가 과도하게 시행되고 있다는 흉부외과 주장과 맞물린다. 


심장내과 "국가적 상황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분석"
심장내과 전문의들은 OECD 기준으로 국내 PCI가 과잉 시술되고 있다는 주장은 국가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분석이라고 반박했다. OECD 국가 평균에는 멕시코, 캐나다 등이 포함됐는데, 이들은 PCI가 활성화되지 않은 국가라는 것이다. 

2011년 'OECD 보건정책 연구 보건지출에서 비용 대비 가치' 보고서에 의하면 관상동맥 혈관 재건술 시행률은 △멕시코가 2008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5건 △캐나다가 2007년 기준 187건으로, 비교 국가 중 최하위 다섯 국가에 속했다. 게다가 두 국가는 OECD 기준 PCI 대 CABG 시행률이 각각 0.66 대 1, 1.87 대 1로 평균보다 낮게 책정됐다.

결국 국내 PCI가 과잉 시술되는지 짚어보려면 국내 상황과 비슷한 아시아와 비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전남의대 정명호 교수(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는 "서양은 CABG를 진행할 수 있는 병원 및 흉부외과 의사가 많지만, 국내 상황은 이와 다르다"면서 "게다가 우리나라와 일본 환자들은 수술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고려해 PCI와 CABG 시행률을 비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와 일본의 PCI 대 CABG 시행률을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심장학회 보고서에 의하면 2011년 PCI 시행률은 CABG 시행률보다 14배 높았고, 2015년(3차) 관상동맥우회술 적정성 평가결과에서 2011년 국내 PCI 시행 건수는 CABG보다 16배 많았다.

한림의대 한규록 교수(강동성심병원 심장혈관내과)는 "우리나라는 일본과 비교해 인구 대비 PCI를 많이 시행하고 있지 않다"며 "OECD 분석에서 우리나라 PCI 시행률이 높은 편이지만, 이같이 나온 것은 국내에서 CABG를 오히려 적게 하고 있기 때문일 것"으로 예측했다.


스텐트 발전으로 혈관 재건술 위험 '개선'
이어 심장내과 전문의들은 PCI 후 혈관 재건술 발생률이 높은 이유는 수술과 시술의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스텐트가 발전하면서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CABG는 관상동맥 협착이 있는 부위의 원위부에 혈류 흐름이 좋은 혈관을 연결해주기에 재협착률이 낮다. 하지만 PCI는 스텐트를 좁아진 혈관에 삽입하기 때문에 재협착률이 높고, 이로 인해 혈관 재건술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금속 스텐트에서 약물용출 스텐트로 점차 발전하면서 이 같은 우려는 사라질 것으로 분석된다. 

FIM 연구에서 시롤리무스 용출 스텐트의 재협착률은 0%였고 RAVEL 연구에서도 0%를 유지했다. 시롤리무스 용출 스텐트 시술 대상을 복잡한 병변으로 확대할 경우 재협착률이 5~10%로 보고됐지만, 스텐트 발전으로 대부분 병변에서 재협착으로 인한 재건술이 감소하는 추세였다. 

즉 PCI의 단점이었던 시술 후 혈관 재건술 발생률이 점차 감소하면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PCI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돌파구가 될 혼합관상동맥 재관류술"
PCI 시행률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혼합관상동맥 재관류술(hybrid coronaryartery revascularization)을 확대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모두 동조하는 분위기다. 

혼합관상동맥 재관류술은 관상동맥질환 환자에게 좌전하행 관상동맥(LAD)과 좌내흉동맥(LIMA)을 CABG로 문합하고 다른 관상동맥들은 PCI를 하는 등 두 가지 방법을 경합해서 시술하는 혈관 재생술을 말한다. 

전통적 CABG보다 침습이 적고 안전하며, 합병증이 거의 없어 조기 회복과 퇴원이 가능하다. 다만 기술적 난도가 높고 환자가 재생술을 꺼려하고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정 교수는 "스텐트를 삽입하기 좋은 혈관에 PCI를 시행하고 CABG를 적용해야 할 곳을 흉부외과가 맡아서 한다면 환자에게 좋은 치료가 될 것으로 본다"며 "다만 환자는 이러한 치료에 부담을 느낄 수 있기에, 혼합관상동맥 재관류술 시행 시 병원 내 컨설팅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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