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폐소생협회 노태호 홍보위원장 "의료종사자 도착해 심폐소생술 할 때는 이미 늦어"
"심폐소생술은 시간과의 전쟁입니다. 의사 또는 간호사, 119 구급대원이 도착해 심폐소생술을 할 때는 이미 늦습니다"
대한심폐소생협회(이사장 황성오)가 의료종사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심폐소생술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6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대한심폐소생협회 기자간담회에서 노태호 홍보위원장(가톨릭의대 순환기내과)은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신고 후 구급차가 5분 이내에 도착할 가능성은 적다"며 "하지만 목격자가 심폐소생술을 한다면 심정지 환자의 뇌에 산소가 공급되면서 응급실 도착까지 상당한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제언했다.
질병관리본부가 2017년 발표한 급성 심정지조사 통계자료에 따르면, 119 구급대를 통해 의료기관 응급실로 이송된 병원 밖 급성 심정지 환자는 연간 약 3만 건이었다. 국내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5000명 수준임을 볼 때 5∼6배 더 많은 수치다.
급성 심정지 후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2006년 1.3%에서 지난해 16.8%로 10여 년 동안 약 13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심폐소생술 홍보 및 교육 확대 등으로 과거보다 늘었음에도, 여전히 선진국 대비 낮은 실정이라는 게 노 홍보위원장의 설명이다. 2016년 미국심장협회가 발표한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46%로, 우리나라보다 3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정지 후 생존율도 선진국보다 낮은 상황이었다. 2016년 국내 심정지 후 생존율은 7.6%로 2006년 2.3%보다 증가했지만, 지난해 미국 심정지 후 생존율이 12%인 점을 고려하면 선진국과 비교해 생존율은 여전히 낮았다.
게다가 심정지 후 일상생활이 가능해져 사회에 복귀한 환자 비율도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었다.
덴마크에서 발표한 2001~2011년 직장인 대상 전수조사 결과에 의하면, 직장인 심정지 환자 4354명 중 생존자는 796명으로 18%를 차지했다. 생존자 중 4개월 이내에 직장으로 복귀한 이들은 76%로, 전체 심정지 환자의 14%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심정지 후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환자 비율이 2% 정도로, 덴마크와 7배가량 차이가 났다.
그는 "우리나라는 심정지 환자가 발생해도 심폐소생술을 진행해 도와주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나타난다"며 "초동대응이 늦어지면서 환자 상태가 심각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골든타임 안에 심폐소생술을 하면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정지 환자가 완전히 회복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4분. 4분이 지나면 뇌에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서 뇌 손상이 일어나 10분이 지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목격자가 심폐소생술을 할 경우 심정지 환자의 생존 가능성은 2~3배 증가해, 심정지 후 응급실에 도착하기까지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었다.
그는 "심정지 환자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이들은 사망에 이르게 되거나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면서 가족 또는 사회적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면서 "일반인들은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본인과 가족을 위해서 심폐소생술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