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AHA, 130~139/80~89mmHg 고혈압 1단계로 정의
"목표혈압은 130/80mmHg 미만"···유병률 상승·조절률 하락 불가피

 

미국 심장학계가 고혈압 경계치와 목표혈압을 기존보다 낮춘다는 입장을 천명함에 따라 향후 고혈압 치료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당장 미국이 주장하는 새로운 기준을 임상에 적용할 경우, 고혈압 유병률은 높아지는데 반해 혈압 조절률(목표혈압 이하로 조절)은 하락하는 돌발변수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따라 항고혈압제 치료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전보다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는 현지시간으로 13일 아침 AHA 연례학술대회 현장에서 2017년판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발표, "성인 고혈압 환자 전반의 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낮추도록 권고한다"고 밝혔다.

고혈압의 분류와 관련해서도 130~139/80~89mmHg 구간을 고혈압 1단계로 새롭게 정의했다. 기존의 140/90mmHg가 아닌 130/80mmHg부터 고혈압으로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7 성인 고혈압의 예방·진단·평가·관리 가이드라인' 제목으로 발표된 이번 지침은 2013년의 JNC-8차 보고서 이후 처음 업데이트된 것으로 미국심장·폐·혈액연구원(NHLBI)이 아닌 ACC·AHA 등 학계의 주관 하에 만들어진 완전 개정판이다.

가이드라인에는 △고혈압의 정의·분류 △고혈압(항고혈압제) 치료시작 시점 △혈압 목표치 △항고혈압제 선택에 관한 변화된 권고안이 담겨 있다.

특히 고혈압 분류, 치료시작 경계치, 목표혈압 부문에서 130/80mmHg라는 강화된 수치가 적용됐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 130~139/80~89mmHg = 고혈압 1단계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혈압단계를 정상(normal), 상승(elevated), 고혈압 1단계(hypertension stage 1), 고혈압 2단계(hypertension stage 2)로 과거와 달리 분류하고 이에 맞는 혈압수치를 명시했다.

정상, 고혈압 전단계, 고혈압 1단계, 고혈압 2단계로 구분했던 JNC-7차 보고서와는 분류의 틀과 함께 혈압수치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2017년판에서 정상혈압은 120/80mmHg 미만으로 이전과 변함이 없다. 하지만 과거 고혈압 전단계로 묶었던 구간(120~139/80~99)을 상승혈압과 고혈압 1단계로 세분화해 수치를 적용했다.

우선 상승혈압은 수축기혈압 120~129mmHg, 이완기혈압 80mmHg 미만으로 정의했다.

가장 이목이 집중된 구간은 130~139/80~89mmHg로, 과거 고혈압 전단계로 구분했던 것을 고혈압 1단계로 적용해 고혈압 경계치를 낮췄다.

이전의 고혈압 경계치였던 140/90mmHg 이상은 고혈압 2단계로 분류됐다.

가이드라인위원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고혈압 전단계 후반구간(130~139/80~89mmHg)부터 정상혈압과 비교해 심혈관질환 위험이 2배가량 증가하는 등 차이를 보이는 만큼, 이 구간을 고혈압 1단계로 정의해 빠른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배경을 밝혔다.

△ 대한고혈압학회 혈압분류

대한고혈압학회도 2013년 발표된 고혈압 진료지침을 통해 혈압분류의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진료지침에서는 정상혈압을 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이 가장 낮은 최적혈압으로 정의하고 수축기혈압 120mmHg 미만, 이완기혈압 80mmHg 미만으로 설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각 수치의 증가에 따라 고혈압 전단계 1·2기, 고혈압 1·2기로 구분했다. 수축기혈압 120~129mmHg, 이완기혈압 80~84mmHg인 경우는 고혈압 전단계 1기로 구분했다.

130~139/85~89mmHg는 고혈압 전단계 2기에 해당한다. 더 나아가 140~159/90~99mmHg는 관행대로 고혈압 1기로 정의했다. 최종적으로 160/100mmHg 이상은 고혈압 2기로 분류했다.

△ 유병률 급증

2017년판 미국의 가이드라인과 같이 고혈압 경계치를 낮춰 임상에 적용할 경우, 유병률이 상승한다는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실제로 ACC와 AHA는 가이드라인에서 이러한 변화를 수치화해 보여줬다.

2017년판의 기준을 적용할 경우 미국의 고혈압 유병률(혈압 130/80mmHg 이상 또는 항고혈압제 사용 자가보고)은 46%로, 성인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고혈압으로 분류돼 막대한 손실에 직면하게 된다.

이전의 기준(혈압 140/90mmHg 이상 또는 항고혈압제 사용 자가보고)으로는 유병률이 32%에 머문다.

△ 치료시작은 130/80mmHg 이상부터

이에 따라 고혈압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고혈압 치료의 시작은 혈압수치와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종합해 판단하게 되는데, "심혈관질환 병력자이면서 혈압이 130/80mmHg 이상인 경우에 심혈관질환 2차예방을 위해 항고혈압제 치료가 권고된다"는 설명이다.

심혈관질환 1차예방과 관련해서는 10년내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발생위험이 10% 이상이면서 혈압 130/80mmHg 이상부터 항고혈압제를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단 10년내 ASCVD 발생위험이 10% 미만인 경우에는 140/90mmHg 이상부터 항고혈압제 치료를 적용하도록 했다.

혈압이 130/80mmHg 이상이더라도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약물치료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130/80mmHg 이상인 모든 고혈압 환자들에게 약물치료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 목표혈압 = 130/80mmHg 미만

가장 관심을 끌었던 고혈압 환자의 혈압 목표치 역시 130/80mmHg 미만으로 변화를 줬다. "심혈관질환 병력자 또는 10년내 ASCVD 발생위험이 10% 이상인 성인 고혈압 환자에서 목표혈압은 130/80mmHg 미만으로 권고된다"는 설명이다.

추가적인 심혈관질환 위험인자가 있는 고혈압 환자에서도 130/80mmHg 미만으로 조절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고령 연령대의 고혈압 환자에게도 낮은 혈압 목표치를 권고했다는 것이다. 양 학회는 65세 이상 연령대(noninstitutionallized ambulatory community dwelling adults)에게도 수축기혈압을 130mmHg 미만으로 낮추도록 주문했다.

다만 동반질환의 부담이 높고 기대수명이 제한적인 환자의 경우에는 위험 대비 혜택을 고려해 치료의 강도와 항고혈압제 선택을 개별화하도록 유도했다.

△ "140/90mmHg부터 병용요법"

항고혈압제 치료전략에도 일정 부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우선 항고혈압제 치료시작 시점의 1차선택제로는 티아지드계 이뇨제, 칼슘길항제(CCB),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가 권고됐다.

흥미로운 대목은 2차선택, 즉 병용요법의 시작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고혈압 2단계(140/90mmHg)의 환자, 그리고 목표혈압보다 20/10mmHg를 상회하는 경우에는 서로 다른 기전의 2개 약제(2제병용 또는 고정용량 복합제)로 치료를 시작하도록 했다.

다시 말하면 140/90mmHg 이상부터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만큼 약제치료의 강도와 시기가 빨라졌다는 것이 이번 가이드라인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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