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고혈압학회는 15일 학회 사무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AHA·ACC)가 새롭게 제시한 고혈압 진단기준 130/80mmHg 이상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좌부터) 강석민 총무이사, 조명찬 이사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대한고혈압학회(이사장 조명찬)가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AHA·ACC)에서 새롭게 제시한 고혈압 진단기준 130/80mmHg 이상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새로운 진단기준을 국내에 적용할 경우 고혈압 환자가 늘어난다는 문제가 있지만 심혈관질환 예방적 측면에서 이를 간과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학회 조명찬 이사장(충북의대 심장내과)은 15일 학회 사무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고혈압 정의가 당장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심혈관질환 예방적 차원에서 이번 새로운 진료기준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학회 진료지침위원회는 가이드라인 개정을 준비해왔다. 내년 초 개정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회 검토에 따라 국내 고혈압 진단기준이 미국 심장학계와 동일한 130/80mmHg 이상으로 변경될 경우 국내 성인 2명 중 1명이 고혈압 환자가 되는 난관에 부딪힌다.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KNHANES)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하면, 현 고혈압 진단기준인 140/90mmHg 이상에 해당하는 30세 이상 성인은 약 1000만명이다. 하지만 새로운 진단기준을 적용할 경우 1650만여명으로, 650만명가량의 고혈압 환자가 늘어나게 된다. 

또 전체 고혈압 유병률은 현 진단기준에서 32%이지만 새로운 진단기준 적용 시 50.5%로 약 18%p 증가한다. 결국 고혈압 환자가 늘어나면서 사회·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견되며, 새롭게 고혈압 환자로 편입된 이들을 어떻게 치료하고 관리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하다. 

학회는 국내 고혈압 진단기준과 목표혈압을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에 따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국내를 비롯한 외국 학회와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미국 심장학계에서 제시한 목표혈압 130/80mmHg 미만은 장기적으로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목표혈압 130/80mmHg 미만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주도 하에 진행된 SPRINT 연구를 포함한 900개 연구를 체계적으로 문헌고찰 후 결정해 의학적 근거가 강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조 이사장은 "목표혈압 130/80mmHg 미만은 2015년에 발표된 SPRINT 연구가 근간이 됐다. 연구에 따르면 철저한 혈압조절이 심혈관사건과 사망률 감소에 효과적이었다"며 "JNC-7차 가이드라인에서도 115/75mmHg 이상부터 수축기혈압 20mmHg, 이완기혈압 10mmHg씩 높아질 때마다 심혈관사건 위험도가 2배씩 증가한다고 제시했고, 130/80mmHg 미만보다 140/90mmHg 미만의 심혈관사건 위험도가 1.5배 이상이라는 점도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미국 고혈압 진단기준으로 새롭게 편입되는 130~139/80~89mmHg인 성인들은 항고혈압제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걸까? 

학회는 이들 모두가 약물치료 대상이 아니며, 심혈관질환이 있었거나 10년 내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발생위험이 10% 이상일 때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 경우 새롭게 편입되는 고혈압 환자 중 약물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10~20%로 추정되며 80~90%는 약물치료 없이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혈압을 관리하면 된다. 즉 이번 AHA·ACC 고혈압 가이드라인은 개개인의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맞춰 치료를 달리하는 '맞춤치료'의 필요성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학회 강석민 총무이사(연세의대 심장내과)는 "새로운 AHA·ACC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 아시아 태평양 국가 학회와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며 "이번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 개정이 국내 고혈압 인지율과 치료율을 높이고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면서 생활습관 개선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학회는 내년 초 개정된 국내 고혈압 가이드라인이 발표되기 전에는 현 고혈압 진단기준인 140/90mmHg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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