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고혈압학회 강석민 총무이사 "인종 간 차이 있지만 검증된 데이터 무시 못 해…국내 데이터 필요"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AHA·ACC)는 14일(현지시각) 고혈압 진단기준과 목표혈압을 낮춘 2017년판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AHA·ACC는 새로운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통해 고혈압 진단기준을 130/80mmHg 이상, 목표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기존보다 강화했다.

하지만 2013년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는 고혈압 진단기준을 140/90mmHg 이상, 목표혈압을 140/90mmHg 미만으로 제시하고 있다.

국내 고혈압 진료지침은 미국, 유럽 등의 가이드라인을 수용·개작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이 국내 임상에 미칠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고혈압학회 강석민 총무이사(연세의대 심장내과)를 만나 이번 AHA·ACC 고혈압 가이드라인이 가지는 의미와 국내 임상에 미칠 변화 등에 대해 들어봤다. 

-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국내에 적용하기엔 인종 간 차이가 있지 않나?

▲ 대한고혈압학회 강석민 총무이사.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우리나라는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임상시험이 없다. 결국 인종 간 차이가 있더라도 임상시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검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미국 또는 유럽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100% 받아들이진 않는다. 국내 상황에 맞게 고민하고 수용·개작한다.

같은 동양인으로 국내 상황과 비슷한 일본 고혈압 진료지침을 많이 참고하고 있다. 현재 일본고혈압학회와 매년 리더십미팅을 진행하고 있기에, 이번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에 대한 일본 학회 반응을 참고해서 국내 고혈압 진료지침을 개정할 것이다.

학회 진료지침위원회에서도 내년 초 개정된 고혈압 진료지침을 발표하기 전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국가와 지속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 국내 고혈압 혈압단계에도 변화가 있나?

고혈압 혈압단계 변화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JNC-7차 가이드라인은 △정상혈압 △고혈압전단계 △고혈압 1단계 △고혈압 2단계로 구분하면서 혈압수치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은 △정상혈압 △상승혈압 △고혈압 1단계 △고혈압 2단계로 분류, 각각의 혈압수치를 JNC-7차 가이드라인과 다르게 제시하면서 차이를 보였다. 

이를 고려하면 국내 고혈압 혈압단계도 변경될 수 있다. 

- 노인 고혈압 환자에게도 130/80mmHg 미만을 적용해야 하나?

노인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에 대해서는 국내 현실에 맞는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본다. 

SPRINT 하위분석에서는 노인 고혈압 환자의 노쇠 여부와 관계없이 혈압을 강력하게 조절했을 때 심혈관사건과 사망률, 합병증 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이번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도 목표 수축기혈압을 130mmHg 미만으로 설정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도 합병증을 동반한 노인 고혈압 환자에게 목표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좋은 효과가 있을지 역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계속돼야 한다. 결국 우리 나름의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콩팥병 단계에 상관없이 목표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조절해야 하나?

그렇다. 이번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은 중증도가 높을수록 더 철저하게 혈압을 조절하라는 게 주요 골자다. 

기존에는 신장질환이 있으면 목표혈압이 달라졌다. 하지만 이번 가이드라인은 고령, 당뇨병, 만성 콩팥병 등과 관계없이 SPRINT 연구 결과를 근간으로 130/80mmHg 미만을 목표혈압으로 결정한 것이다. 중증의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가진 고혈압 환자라면 혈압을 엄격하게 조절해야 한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