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AHA·ACC)가 고혈압 진단기준 130/80mmHg 이상, 목표혈압 130/80mmHg 미만을 제시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국내 의료계가 술렁이고 있다.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은 국내 진료지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새로운 기준을 국내 임상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신규 고혈압 환자가 650만 명가량 늘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 고혈압 환자는 동반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단일화된 목표혈압 130/80mmHg 미만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에 대한 심장내과·신장내과·신경과·내분비내과의 반응을 짚어봤다.

심장내과 "심혈관질환 예방 측면에서 강력한 혈압 조절 중요"

심장내과 전문의들은 심혈관질환 예방 측면에서 현재 목표혈압인 140/90mmHg 미만보다 강력한 혈압 조절이 필요하다는 점에 중지를 모은다.

이러한 의견에는 가이드라인 개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SPRINT 연구가 뒷받침한다. SPRINT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축기혈압을 120mmHg 미만까지 집중적으로 낮춘 환자군이 140mmHg 미만으로 조절한 환자군보다 심혈관사건, 전체 사망률 등이 의미 있게 감소했다. 

게다가 고혈압 전단계인 130~139/80~89mmHg는 정상혈압인 120/80mmHg 미만과 비교해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2배 이상 높기 때문에 빠르고 적절한 혈압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국내 임상에 100% 적용하기보다는 국내에 맞는 진단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이는 대한고혈압학회가 국내 상황에 맞게 미국 또는 유럽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수용·개작하겠다는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가톨릭의대 백상홍 교수(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는 "고혈압 진단기준이 엄격해지면 신규 고혈압 환자가 늘어나고, 기존 환자들은 새로운 목표혈압으로 조절하기 위해 지금보다 생활습관을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하며 고강도 치료전략을 적용해야 한다"며 "국민 건강 측면에서 강력한 혈압 조절이 중요하지만 실제 임상에 목표혈압을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신장내과 "신장질환 동반 환자, 개별화된 목표혈압 적용해야"

   

신장내과 전문의들은 목표혈압을 기존보다 낮추더라도 이를 신장질환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게 일괄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는 만성 콩팥병 단계에 상관없이 목표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단일화해 제시했다. 하지만 이들 환자의 혈압이 급격하게 감소하면 오히려 신장 악화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SPRINT 연구에 포함된 환자군에서 일부 신장질환 환자가 제외됐기 때문에 단일화된 목표혈압을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SPRINT 연구는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이 20~60mL/min/1.73㎡인 만성 콩팥병 환자가 28% 포함돼 비교적 많은 신장질환 환자가 참여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eGFR이 20mL/min/1.73㎡ 미만이거나 투석 중인 환자 또는 단백뇨가 1일 1g 이상인 환자는 연구에 포함되지 않았다.

아울러 SPRINT 연구를 사후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중등도 또는 진행성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 강력한 혈압 조절의 혜택은 거의 없을뿐더러 오히려 위험할 수 있었다(Journal of Internal Medicine 11월 19일자 온라인판).

때문에 신장내과 전문가들은 모든 신장질환 환자에게 단일화된 목표혈압을 적용하기보다는 환자에 따른 개별화된 목표혈압을 설정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한림의대 이영기 교수(강남성심병원 신장내과)는 "최근 목표혈압을 낮추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고 만성 콩팥병 환자의 목표혈압도 지금보다 낮추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본다"면서 "하지만 eGFR이 20mL/min/1.73㎡ 미만이거나 투석이 필요한 환자들은 혈압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목표혈압을 낮출 경우 혈압이 많이 감소할 위험이 높다. 이를 고려해 환자에 따른 개별화된 목표혈압을 적용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신경과 "강력한 혈압 조절 시 뇌 기능 저하 위험 있어"

신경과 전문의들은 강력한 혈압 조절에 따른 뇌 혈류량 감소 문제에 주목한다. 

목표 수축기혈압을 130mmHg 미만으로 적용해 혈압이 너무 낮아지게 되면 뇌 혈류량이 감소하면서 뇌 기능 저하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뇌혈관질환을 동반한 노인 고혈압 환자가 많다는 점에서 목표혈압이 지금보다 엄격해지면 인지기능 감퇴, 실신 등의 문제가 새롭게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미국 피츠버그대학 Majon Muller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혈압이 낮을 경우 광범위한 표적 기관 손상과 뇌 위축 등의 인지기능 장애 위험이 높았다. 이에 연구팀은 낮은 혈압에서 뇌혈관질환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지에 대한 연구와 함께 목표혈압을 완화해야 뇌 손상을 예방할 수 있는지 분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Neurology 2014;82:2187-2195).

이와 함께 목표혈압 설정 시 인종 간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미국 고혈압 환자들은 관상동맥질환 발병 위험이 높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 국가는 고혈압과 뇌졸중, 뇌출혈 등의 뇌혈관질환과 관련이 높으므로 목표혈압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 

한양의대 김현영 교수(한양대병원 신경과)는 "이번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은 큰 범주 내에서 목표혈압을 설정했기 때문에 뇌졸중 환자에게 이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만성 뇌졸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게는 목표 수축기혈압을 140mmHg 미만으로 적용할 수 있지만 130mmHg 미만으로 조절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내분비내과 "당뇨병 동반 환자 목표혈압 변동 많아…신중 입장"

내분비내과 전문의들은 새로운 목표혈압에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이 발표될 때마다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2003년 JNC 7차 가이드라인에서는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제시했지만, 2014년 JNC 8차 가이드라인에서는 당뇨병 유무와 관계없이 목표혈압을 140/90mmHg 미만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AHA·ACC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는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이 130/80mmHg 미만으로 낮아졌기 때문에 이들 환자의 적절한 목표혈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아주의대 김대중 교수(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는 "과거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이 상향 조정됐을 때 논란이 있었다. 당뇨병 환자는 항고혈압제 한두 가지로 혈압이 130/80mmHg 미만으로 조절된다면 적극적으로 혈압을 낮추는 것이 초기 방침이었다"며 "이번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 변화로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게 목표혈압 130/80mmHg 미만을 적용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메디컬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