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팀 "대동맥판막 교체 55세 미만·승모판막 치환하는 70세 미만은 '기계판막'으로"

판막 기능이 저하된 환자들은 기계판막 또는 조직판막 등의 인공심장판막으로 교체하는 수술을 받는다.기계판막과 조직판막 중 무엇이 더 환자 예후에 좋은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판막 성분, 특징 등에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환자 나이 또는 합병증 등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판막이 달라진다.하지만 기계판막과 조직판막 모두 사용이 가능한 50~70세, 이른바 '그레이존'에 속한 환자들은 대동맥판막 또는 승모판막 교체 시 기계판막 또는 조직판막을 선택할 수 있다.그런데 최근 미국 연구팀이 그레이존에 해당하는 환자 중 조직판막보다는 기계판막으로 교체해야 할 환자군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NEJM 11월 9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동맥판막을 교체하는 55세 미만과 승모판막을 치환하는 70세 미만은 조직판막보다 기계판막으로 교체했을 때 생존 혜택이 컸다.AHA·ACC 가이드라인, 50~70세 인공심장판막 "환자 선택에 맡겨라"2017년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AHA·ACC) 성인 판막성 심질환 관리 가이드라인에서는 50세 미만의 성인에는 기계판막을(IIa, B), 70세 이상의 고령에는 조직판막을 이식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IIa, B).2014년 가이드라인에서는 기계판막을 이식해야 하는 나이를 60세 미만으로 명시했지만 최근 가이드라인에서는 기계판막 권고 나이를 낮춰서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로 인해 기계판막 또는 조직판막을 선택할 수 있는 환자 나이는 50세 이상 70세 미만으로, 앞선 기준보다 넓어졌다.연령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인공심장판막 종류가 달라지는 이유는 판막 특징과 수술 후 합병증, 관리, 재수술 여부 등에서 찾을 수 있다.기계판막은 내구성이 강한 금속 성분으로 제작돼 내구성이 좋고 수술 후 수십 년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금속 이물질이기 때문에 혈액이 응고될 위험이 높고 항응고제를 평생 복용해야 하는 한계점이 존재한다.조직판막은 동물 또는 인간 조직으로 만들어진 판막으로, 항응고제 사용이 적기 때문에 수술 후 관리가 편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조직판막의 수명이 10~15년이라는 점에서 재수술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이러한 인공심장판막의 위험 대비 혜택을 고려해 임상에서는 기대여명이 짧은 고령은 조직판막으로, 비교적 젊은 연령은 기계판막으로 수술을 시행한다.국내에서는 조직판막이 기계판막보다 늦게 개발돼 국내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기존 가이드라인과 동일하게 60세 이상 70세 미만 환자에게 기계판막 또는 조직판막을 선택하도록 제시하고 있다.그레이존 환자군 중 기계판막 이식 환자 '세분화' 필요

여기서 더 나아가 미국 스탠포드 의대 Y Joseph Woo 교수팀은 그레이존에 해당하는 50~70세 중 기계판막을 이식해야 하는 환자들을 보다 세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규모 다기관 연구 결과, 그레이존 환자군에서 조직판막보다 기계판막을 적용해야 생존 혜택이 큰 환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1996년부터 2013년까지 캘리포니아 내에 위치한 의료기관 142곳에서 대동맥판막 치환술 또는 승모판막 치환술을 받은 환자 2만 5000여 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환자들은 기계판막 또는 조직판막으로 수술받았다. 조직판막 이식군은 기계판막 이식군보다 고령이었고 합병증이 많았다.

우선 15년 동안 조직판막을 이식한 환자 비율 변화를 분석한 결과 대동맥판막 치환술을 받은 환자군에서는 11.5%에서 51.6%로, 승모판막 치환술을 받은 환자군에서는 16.8%에서 53.7%로 급증했다(모두 P<0.001). 즉 조직판막을 이식한 환자군은 늘어난 반면 기계판막으로 교체받은 환자군은 감소 추세였다.

연구팀은 판막 수술 부위에 따라 대동맥판막 치환술 또는 승모판막 치환술로 나눠, 기계판막 이식군과 조직판막 이식군의 15년째 사망률을 비교했다.

먼저 대동맥판막 치환술을 받은 환자군은 55세를 기준으로 기계판막 이식군과 조직판막 이식군의 생존 혜택 차이가 나타났다. 

45~54세 환자군의 15년째 사망률은 기계판막 이식군이 26.4%, 조직판막 이식군이 30.6%로 조직판막 이식군의 사망 위험이 1.23배 높았다(HR 1.23; P=0.02). 55~64세 환자군에서는 조직판막 이식군의 15년째 사망 위험이 기계판막 이식군 대비 1.04배 높았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지 않았다(HR 1.04; P=0.6).

이와 달리 승모판막 치환술을 받은 환자군은 70세 이상에서 조직판막 이식군과 기계판막 이식군의 생존 혜택이 유사했다.

구체적으로 15년째 사망률은 40대에서 기계판막 이식군이 27.1%, 조직판막 이식군이 44.1%로, 조직판막 이식군의 사망 위험이 기계판막 이식군보다 1.88배 높았다(HR 1.88; P<0.001). 

아울러 50대 또는 60대의 15년째 사망률은 조직판막 이식군과 기계판막 이식군이 각각 45.3%와 50%였고, 사망 위험은 조직판막 이식군이 기계판막 이식군과 비교해 1.16배 의미 있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HR 1.16; P=0.01).

하지만 70세 이상의 고령에서는 조직판막 이식군과 기계판막 이식군의 15년째 사망 위험에서 차이가 없었다(HR 1.00; P=0.97).

연구팀은 이를 종합했을 때 대동맥판막 치환술을 받는 55세 미만, 승모판막 치환술을 받는 70세 미만 환자들은 조직판막보다 기계판막을 이식해야 생존 혜택이 있다고 제언했다. 

대규모 환자군 장기간 관찰한 첫 연구…"가이드라인 변화 영향 줄 것"

이번 연구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규모 환자군을 장기간 추적관찰한 첫 연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강조하면서, 한편으로는 조직판막이 개발된 후 짧은 시간 내에 조직판막 이식률이 급증한 것 같다는 우려를 표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컬럼비아대학 Michael Argenziano 교수는 "승모판막 치환술에서는 인공심장판막을 선택할 수 있는 70세까지의 환자에게도 기계판막이 조직판막보다 실질적인 혜택이 컸다"며 "이번 연구는 기계판막에서 조직판막 선택으로 패러다임 변화가 짧은 시간에 너무 빨리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향후 가이드라인 변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연구에 포함된 조직판막 이식군이 초기에 개발된 조직판막으로 교체했다는 점에서 해석에 주의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 Ravi Dave 교수는 "연구 초기에 환자에게 이식한 조직판막은 현재 임상에서 더이상 사용하고 있지 않으며,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조직판막의 수명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의료진은 대동맥판막 치환술 또는 승모판막 치환술 시 환자의 나이, 합병증, 환자가 항응고제를 평생 복용할 의사가 있는지 등을 고려해 인공심장판막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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