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항주 의정부성모병원 중증외상센터장 ... "중증외상센터 문제 풀 수 있는 열쇠는 수가 인상"

북한에서 귀순한 병사로 인해 권역외상센터가 화재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언론에서 마치 합창하듯 "외상센터가 열악하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람이 매서운 11월 29일 우리나라 가장 높은 지역에 위치한 의정부성모병원을 찾았다.

내년 봄 가동을 앞둔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는 현재 외상센터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 인력 등을 한창 갖추고 있는 상태다. 

센터는 아직 오픈하지 않았지만 조항주 교수를 비롯한 3명의 외상 외과 의사가 중증외상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 크레인에서 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친 환자를 신속하게 진료해 환자가 목숨을 건진 소식을 전해 온 것도 조 교수팀이었다. 

▲ 3층 중환자실 내에 중증환자를 위한 외상구역이 따로 마련돼 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2005년 한국군 이라크 파병 때 조 교수는 이라크에서 진료를 했던 경험이 있다. 그 이유로 외상외과를 선택하게 됐고, 현재 센터의 수장을 맡고 있다.  

약속한 시각보다 한참을 기다린 후 헐레벌떡 뛰어오는 조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내 중환자실로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3층에 위치한 중환자실에는 중증외상구역이 따로 있었다. 이곳에 있는 환자들은 조 교수팀이 담당해야 하는 환자들이었다.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하는 동안 또 기다렸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겨우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런데 조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홍보실 옆 사무실 공간을 이용해야 한다고 멋쩍어했다. 

조 교수는 "내가 센터장임에도 방이 없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당직을 설 때 잠을 자야 하는데, 4명이 사용하는 당직실에 침대가 없어 어떨 때는 의자 두 개를 붙여 놓고 자기도 한다"며 "심지어 환자와 상담할 공간도 없다"고 쓴웃음을 짓는다. 

왜 다들 외상외과가 열악하다고 말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수긍이 갔다. 심각한 상황에 대한 얘기는 계속됐다. 

▲ 의정부성모병원 중증외상센터 조항주 교수가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중환자실에서 ECMO를 사용하던 환자가 사망하면 그 비용의 일정 부분을 외상 외과 의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월급을 깎이지 않으려면 ECMO 사용 환자는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웃지 못할 얘기가 있다고. 의사 인력이 부족해 집에 거의 들어가지 못하는 것과 부족한 잠, 불규칙한 생활, 낮은 처우 등은 이제 이야깃거리도 아니라고 했다.  

"수가 인상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답"

조 교수는 외상 외과가 처한 상황을 푸는 황금 열쇠는 정부의 수가 인상뿐이라고 말했다. 수가 인상은 병원 내 외상 외과의 위상과 맞물려 있다고 했다. 마치 도미노처럼 수가가 인상되면 외상외과에 지원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병원 수익이 증가하면 경영진은 지금과 같은 야박한 정책을 펴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현재 병원에서 외상 외과가 푸대접을 받는 이유는 시쳇말로 '돈이 안 되는 진료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이 받는 대우는 연구실이 따로 배정되지 않은 것보다 훨씬 심각해 보인다.

우선 인력 배치에서 소외를 당하고 있다. 외상외과는 늘 인력부족으로 고생하는 곳이다. 그런데 병원 측이 수익을 이유로 전공의나 전담간호사를 외상외과에 배치하지 않고 있다. 

▲ 의정부성모병원 조항주 중증외상센터장ⓒ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조 교수는 "외과 등이 전공의 수련과정에서 외상외과 교육을 아예 빼고 있다. 그래서 전공의들은 외상 외과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알지 못하니까 지원조차 하지 못한다. 간호사 인력도 마찬가지"라며 "전공의가 배치되지 않아 업무량이 엄청나다. 심지어 L-tube를 제거하는 일까지 해야 할 때가 있다. 의사가 전공의 등이 해도 되는 일을 하고 있어 외상외과를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고 아쉬워 했다.

또 "정부가 의사 인력 뿐 아니라 전공의나 전담간호사 등에도 투자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의사에게만 지원하면 병원 경영진은 외상센터에 외상 외과 의사를 뽑아 운영하라고 할 것이고, 결국 외상외과 의사를 뽑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라고 수가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같은 의료진의 무관심 야속"

같은 식구끼리의 무관심은 외상 외과의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요소다. 외상 외과의 특성상 환자가 전혀 없을 때도 있고, 환자가 몰려올 때도 있는데, 일부 의사가 응급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또 중증외상센터의 목적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중증외상환자를 위해 그 공간을 반드시 비워둬야 한다. 그런데 다른 진료과에서 외상센터를 급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파열음이 생기기도 한다.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조 교수는 열정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인터뷰 끝자락 왜 힘든 외상외과를 선택했는지 물었다. 

"심각한 암을 앓는 환자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살릴 수 있는 확률이 낮지만, 중증 외상 환자는 내가 노력하면 살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내가 중증 외상 의사라는 게 좋다. 또 정형화되지 않은 의료라는 점도 좋다. 희망이 하나 있다면 후배들도 자부심을 느끼고 새로운 중증외상 체계를 같이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따뜻한 봄이 오고, 의정부성모병원 중증외상센터가 가동하면 다시 한 번 오겠노라고 약속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려움 속에도 자신의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고맙게 느껴지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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