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혈압' 두고 학계 의견 엇갈려…'신장신경차단술' 유용성 논란 잠재워

2017년 학계는 지침 변화의 바람이 몰아친 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장학계는 미국발 고혈압 지침이 나와 변화의 중심에 섰고, 내분비내과계에서는 새로운 당뇨병 지침이 한꺼번에 쏟아졌다.소화기내과계에서는 늘어나는 C형 간염 환자의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고, 신경과계에서는 줄기세포로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가 이뤄졌다.항암분야에서는 면역치료법이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지난 한 해 학계의 큰 관심을 받았던 핫 이슈를 정리했다.

미 학계 엇갈린 '목표혈압'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혈압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과 저혈압 및 사망 위험을 고려할 때 적극적인 치료가 위험하다는 입장의 줄다리기는 2017년에도 계속됐다. 주목할 점은 미국 내 학계 의견이 엇갈린 것이다.

1월 미국내과학회(ACP)와 미국가정의학회(AAFP)는 수축기혈압이 150mmHg 이상인 60세 이상의 고령 환자는 고혈압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권고했다. 목표 수축기혈압은 150mmHg 미만으로 제시했다.

ACP·AAFP 가이드라인은 2014년에 발표된 미국 JNC-8 가이드라인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JNC-8 가이드라인은 수축기혈압 140mmHg 미만으로 치료 시 140~160mmHg 또는 140~149mmHg 치료군과 비교해 추가적인 이익이 없기에, 60세 이상 고령의 목표혈압을 150/90mmHg 미만으로 권고했다.

반면 미국 심장학계 입장은 ACP·AAFP와 달랐다. 미국심장학회(ACC)·심장협회(AHA)는 130~139/80~89mmHg 구간을 고혈압 1단계로 새롭게 정의, 성인 고혈압 환자 전반의 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낮추도록 권고한다는 가이드라인을 11월 AHA 연례학술대회에서 공개했다.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공개된 후 전 세계는 고혈압 환자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황. 새 기준을 임상에 적용할 경우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신규 고혈압 환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AAFP는 12일 성명서를 통해 ACC·AHA 고혈압 가이드라인의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JNC-8 가이드라인을 계속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아울러 미국당뇨병학회(ADA)는 '2018년 당뇨병 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 고혈압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의 목표혈압을 기존 140/90mmHg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한고혈압학회는 국내 고혈압 진단기준과 목표혈압을 ACC·AHA 가이드라인에 따라야 하는지를 국내를 비롯한 외국 학회와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고혈압학회는 내년 초 개정된 국내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으로, ACC·AHA 가이드라인을 적극적으로 수용할지 혹은 기존 진료지침을 유지할지에 학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용성 논란 잠재운 '신장신경차단술'

고혈압 치료 분야에서는 학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신장신경차단술'은 그동안의 유용성 논란을 잠재우면서 주목을 받았다. 

신장신경차단술은 3제 이상의 항고혈압제에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저항성 고혈압 환자들의 치료옵션으로 떠오른 시술이다. 그러나 2014년 신장신경차단술이 저항성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의미 있게 낮추지 못한다는 SYMPLICITY HTN-3 연구가 발표되면서 학계에서는 신장신경차단술에 대한 유용성 논란이 가열됐다.

이러한 분위기를 바꾼 전환점이 된 것이 8월 발표된 SPYRAL HTN-OFF MED 연구다. 항고혈압제를 복용하지 않았거나 중단한 경도~중등도 고혈압 환자에게 신장신경차단술을 시행한 결과 샴 시술(sham procedure)군과 비교해 의미 있는 혈압 조절 효과가 입증됐다.

게다가 항고혈압제 복용력이 없거나 중단한 환자에서 혈압조절 효과를 확인했기에 향후 항고혈압제가 아닌 시술로 고혈압을 치료하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을 가능케 했다.

학계에서는 신장신경차단술의 효과를 장기간 평가한 연구가 고혈압 치료 패러다임 변화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시술이 고혈압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옵션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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