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대 나승운 교수 "코호트 연구 결과, 고요산혈증군에서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 높아"

통풍의 원인으로 간주됐던 고요산혈증(hyperuricemia)이 대사증후군, 심혈관질환, 당뇨병 발병 등의 위험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2000년대 동물실험과 세포실험 결과에서 제시된 고요산혈증이 콩팥병, 혈관질환, 대사증후군의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은 메타분석 및 체계적 문헌고찰 결과들을 통해 더욱 힘이 실렸다.이에 더해 최근 고려의대 나승운 교수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은 고요산혈증이 제2형 당뇨병 발병의 위험요인임을 확인한 국내 코호트 연구 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모은다. 최종 결과에 따르면, 당뇨병 과거력이 없는 환자는 고요산혈증이 있다면 새롭게 제2형 당뇨병이 발병할 위험이 2배가량 높았다.이번 연구 결과는 Clinical and Experimental Pharmacology and Physiology 지난달 20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고요산혈증군, 정상군보다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 2배 상승이번 연구는 제2형 당뇨병 과거력이 없는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고요산혈증과 제2형 당뇨병과의 연관성을 분석한 대규모 국내 연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2013년에는 요산 수치가 1mg/dL 상승하면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6% 높아진다는 체계적 문헌고찰 연구가 발표되는 등(PLoS One 2013;8(2):e56864), 대다수 연구에서 고요산혈증이 제2형 당뇨병 발병과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하지만 이러한 연구들은 단면연구(cross-sectional study)로 진행돼 고요산혈증과 제2형 당뇨병과의 인과관계를 추론하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었다.이에 나 교수팀은 고요산혈증과 제2형 당뇨병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면서 나아가 고요산혈증이 장기간 예후에도 영향을 주는지를 평가하고자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디자인했다.연구에는 2004년 1월부터 2014년 2월까지 고대 구로병원에 방문한 총 1만 505명 환자 데이터가 포함됐다. 이들은 제2형 당뇨병 과거력이 없었고 당화혈색소(A1c) 수치가 5.7% 미만이었으며 공복혈당 수치는 100mg/dL 미만이었다. 평균 나이는 57세였고 남성이 49.9%를 차지했다.전체 환자 중 요산 수치가 남성 7.0mg/dL 이상, 여성 6.5mg/dL 이상으로 고요산혈증이 있는 환자(고요산혈증군)는 1138명이었고, 요산 수치가 정상 수준인 환자(정상군)는 9367명이었다.연구팀은 전체 환자군을 5년간 추적관찰했다. 1차 종료점은 새롭게 제2형 당뇨병이 발병한 경우로 정의했고, 2차 종료점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 발생,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은 경우 등의 주요 심뇌혈관사건(MACCE) 발생으로 설정했다.먼저 전체 환자군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고요산혈증군은 정상군보다 새롭게 제2형 당뇨병이 발병할 위험이 약 2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HR 1.908; 95% CI 1.423~2.558).이는 고요산혈증군과 정상군을 각각 1016명씩 성향점수매칭(propensity score matching)한 결과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고요산혈증군에서 새롭게 제2형 당뇨병이 발병할 위험이 정상군 대비 1.78배 높았던 것(HR 1.78; 95% CI 1.12~2.8).다만 환자들의 예후를 5년 추적관찰하는 동안 고요산혈증과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과는 의미 있는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구체적으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고요산혈증군이 정상군보다 약 3.6배 높았다. 하지만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에 대해서는 두 군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고, 비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은 고요산혈증군에서 9배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인슐린 저항성 상승·인슐린 감수성 저하가 '원인'
▲ 고려의대 나승운 교수

연구팀은 고요산혈증이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이는 원인에 대해 요산 수치가 상승하면서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고 동시에 인슐린 감수성이 저하됐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연구 결과에서 요산 수치가 높아질수록 인슐린 저항성 지표인 HOMA-IR 값이 상승하고 인슐린 감수성 지표인 QUICKI 값은 감소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아울러 과거 발표된 연구 결과에서도 제1형 당뇨병 환자의 요산 수치가 증가하면 인슐린 감수성이 저하됐고(J Diabetes Complications 2014;28(3):298-304), 요산 수치가 높은 환자들은 낮은 이들보다 인슐린 분비능이 촉진됐으며 베타세포 기능이 빨리 감소했다(J Diabetes Res 2014;2014:709691).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종합했을 때 요산 수치가 증가하면 인슐린 감수성이 낮아지고 인슐린 분비능이 증가하면서 베타세포 기능이 떨어진다는 게 연구팀의 부연이다. 

나 교수는 "인슐린 저항성이 높다는 것은 인슐린이 평소보다 많이 분비돼도 인슐린 효과가 적절하게 나타나지 않음을 의미한다"며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 같은 인슐린 분비량에도 인슐린 효과가 떨어지면 우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고자 인슐린을 더 분비하려고 한다. 이로 인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pancreatic beta cells)의 기능이 빨리 떨어지면서 인슐린 분비가 잘 되지 않아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한국인에게 적용 가능…요산 수치 낮췄을 때 당뇨병 위험 낮아지는지 연구 필요"

이번 연구는 많은 환자군을 대상으로 고요산혈증과 제2형 당뇨병 발병과의 상관관계 및 장기간 예후를 평가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아울러 단일기관의 환자 데이터만을 분석했지만 전체 한국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나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구로병원에 계속 방문한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추적관찰한 연구다"며 "최소 3차병원을 찾는 일반적인 심혈관질환 환자들이 연구에 포함됐기에, 전체 한국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요산 수치를 낮췄을 때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도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원인과 결과를 보면, 요산 수치 증가와 여러 원인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새로운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인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거꾸로 요산 수치를 낮췄을 때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낮아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된 바가 없다. 약물치료 등으로 요산 수치를 낮췄을 때 당뇨병 발병 위험이 낮아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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