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중재치료학회 박건우 이사장 "약물적·비약물적 방법 함께 진행해야 치매 치료할 수 있어"

▲ 인지중재치료학회 박건우 이사장(고대 안암병원 신경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치매 등의 뇌질환 환자를 약물이 아닌 비약물적 방법으로 관리하는 '인지중재치료'. 

최근 임상에서는 기존의 약물적 방법만으로는 치매 등의 뇌질환 환자 치료에 한계가 있어, 새로운 대안으로 인지중재치료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가들은 힘을 합쳐 인지중재치료학회를 창립해 인지중재치료의 인식을 높이고 적절한 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섰다. 

인지중재치료학회의 초대 이사장인 박건우 교수(고대 안암병원 신경과)는 "지금까지는 한정된 진료시간으로 인해 치매 환자의 증상만 보고 약만 처방하는 반쪽짜리 진료를 해왔다"며 "약물적 방법 외에 비약물적 방법도 진행해야 치매 환자들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다"고 인지중재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이사장을 만나 인지중재치료학회 창립 배경과 앞으로 학회를 이끌어갈 계획 등을 들어봤다. 

- 인지중재치료학회를 창립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약물적 방법이 아닌 비약물적 방법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만들어 치매 등의 뇌질환 환자에게 적용해보고 그 치료 효과를 검증하는 일을 누군가가 중심이 돼서 해야 했다. 이에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가들이 힘을 합쳤고, 지난해 초기 및 중기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지중재치료가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것을 계기로 학회를 창립하게 됐다.

외국에서는 우울증, 파킨슨병 환자들을 약으로만 치료하기보단 인지행동치료 등의 비약물적 방법을 함께 시행해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이제는 국내 의료진들도 약만 처방하기보단 인지중재치료를 함께 진행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은 인지행동치료가 수가에 포함되지 않아 진료 현장에서 환자에게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다. 실질적으로 의료진이 인지행동치료를 올바르게 시행하면서 인지행동치료가 임상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적절한 수가가 마련돼야 한다. 

이에 학회에서는 인지중재치료를 진료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 정당한 수가를 받는 방향으로 인지중재치료를 발전시키고자 한다. 

- 진료 현장에서 인지중재치료에 대한 환자들의 니즈(needs)는 어느 정도인가?

기억력 감퇴를 호소하는 많은 환자가 약물적 방법 이외에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치료나 가정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관리법은 없는지 물어본다. 즉 약물적 방법이 아닌 다른 관리법을 원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인지중재치료'라는 개념으로 정의한 것이다. 

환자들의 인지중재치료에 대한 니즈는 분명히 있다.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았던 환자들이 늘어나게 된다면 인지중재치료에 대한 니즈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과거에는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약이 없어서 정신 분석 또는 인지행동치료 등으로 환자를 치료했으나 신약 개발로 인해 비약물적 방법의 입지가 많이 줄었다. 하지만 인지행동치료 등의 비약물적 방법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것을 뿐 효과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근에는 약물적 방법과 인지행동치료 등의 비약물적 방법을 함께 진행하면 약을 적게 쓰고 치료 효과가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치료전략을 임상에 다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학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국내 임상에서 인지중재치료가 자리 잡기 위해 개선돼야 할 점은?

국가적으로 치매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인력 측면에서 많은 치매 전문가가 생겼다. 전문가들이 늘어난 점은 좋을 방향일 수도 혹은 나쁜 방향일 수도 있다. 의료라는 테두리 안에서 인지중재치료가 잘 시행된다면 전문가가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의료 이외의 측면에서는 상술에 의해 치료가 좌우될 수 있어 문제가 된다. 게다가 이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아직 없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환자들은 인지중재치료에 대한 니즈가 있음에도 병원에서 해결하지 못해 다른 곳에서 충족해 왔다. 그러다 보니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치료가 있어, 결국 치료 방향에서 합치가 되지 않았다. 때문에 의료라는 큰 틀 안에서 전문가들이 모이고 이들에게 인지중재치료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같은 이유로 학회에서는 워크숍을 가장 중요한 활동으로 보고 있다. 워크숍을 통해 인지중재치료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인지중재치료를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첫 워크숍을 진행했고 올해 3월에도 열릴 예정이다. 

- 앞으로 인지중재치료를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킬 계획인지?

인지중재치료가 치매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질환이 발병하면 인지기능은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치매처럼 시간이 갈수록 증상이 악화되는 질환이 있고 뇌졸중처럼 초반에 잘 치료하면 정상적으로 회복되는 질환도 있다. 이에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가들이 인지장애를 동반한 환자들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고 이에 맞는 인지중재치료를 하나씩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처음에는 치매를 비약물적 방법으로 치료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앞으로 학회가 나아가고자 하는 인지중재치료 방향은 뇌를 자극하는 방법, 뇌 자극을 통해서 뇌가 건강하게 유지되는 방법 등을 의학적으로 증명하고 실제 치료 행위에 넣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연구회'가 아닌, '치료학회'로서의 개념을 명확하게 했다. 

- 올해 인지중재치료학회를 어떻게 이끌어갈 계획인지?

올해는 학회의 존재를 알리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자 한다. 학회의 정체성(identity)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인지중재치료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과거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 분명 있기에, 전반기에는 이를 확인하고자 인지중재치료의 역사를 돌아보고 후반기에는 앞으로 인지중재치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논의하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내년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할지를 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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