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대 이헌정·조철현 교수팀 연구 결과, 중증 우울증 위험 압도적으로 높아

국내 하지불안 증후군 환자 2명 중 1명은 우울증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려의대 이헌정·조철현 교수(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팀이 국내 코호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하지불안 증후군 환자 중 약 45%가 경도 이상의 우울증을 동반했고 우울 정도가 심각한 중증 우울증을 겪을 위험이 압도적으로 높았다(Psychiatry Investig 2017;14(6):887-893).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국내 임상에서는 하지불안 증후군 환자 진료 시 하지불안 증후군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와 함께 심리적인 측면도 살피는, 전인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울증 동반 하지불안 증후군 환자 중 97% '중증 우울증' 겪어

하지불안 증후군은 다리를 움직이고자 하는 충동이 나타나면서 다리가 불편하고 불쾌한 감각증상이 동반되는 감각운동 신경질환이다. 주로 잠들기 전에 악화돼 수면장애 및 주간 업무장애 등을 동반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불안 증후군과 우울증과의 상관관계는 2012년 발표된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 연구 결과에서 보고된 바 있다. 최종 결과에 따르면, 하지불안 증후군 환자는 하지불안 증후군이 없는 이들보다 우울 증상을 더 많이 동반한 것으로 나타났다(J Sleep Res 2012;21(5):569-576). 

그러나 이 연구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하지불안 증후군과의 연관성에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는 한계점이 있어, 하지불안 증후군과 우울증의 상관관계에 초점을 맞춘 추가 연구가 요구됐다. 

이에 이헌정·조철현 교수팀은 한국인 지역사회 코호트인 안성·안산 코호트(KARE) 연구에 포함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하지불안 증후군과 우울증과의 연관성을 평가했다. 연구에는 40~69세의 참가자 총 7515명이 포함됐다.

참가자들은 하지불안 증후군 진단기준에 대한 설문조사를 완료했다. 설문조사는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있으며 불편하고 불쾌한 감각 증상이 다리에서 나타남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은 가만히 있거나 쉬는 상태에서 주로 느끼며 오래 움직이지 않으면 불편함이 증가함 △다리의 감각운동 증상은 다리를 움직이면 나아지고 주무르거나 비비거나 당겨도 완화됨 △증상이 주간보다 저녁이나 밤에 시작되는 일주기 변동성을 보임 등의 네 가지 질문으로 구성됐다. 

연구팀은 모든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참가자들을 하지불안 증후군 환자군으로, 모두 '아니다'고 응답한 이들을 하지불안 증후군이 없는 환자군으로 최종 분류했고 각각 환자군에 142명, 2884명이 포함됐다. 

벡 우울척도(Beck Depression Inventory, BDI)를 이용해 우울증 중증도를 평가한 결과, 하지불안 증후군 환자군의 BDI 평균 점수는 15.36점으로 7.37점인 하지불안 증후군이 없는 환자군보다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 중증도에 따른 유병률은 경도 이상의 우울증(BDI 점수 10점 이상)이 45.1%,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BDI 점수 16점 이상)이 43.7%, 중증 우울증(BDI 점수 24점 이상)이 43.7%로, 2명 중 1명은 우울증을 동반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목할 점은 중증 우울증 유병률이다. 경도 이상의 우울증을 동반한 전체 하지불안 증후군 환자 중 97%가 중증 우울증을 겪고 있었던 것. 

게다가 하지불안 증후군 환자군은 하지불안 증후군이 없는 환자군보다 경도 이상의 우울증 발병 위험이 1.95배(OR 1.95; P<0.001),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 발병 위험이 6.15배(OR 6.15; P<0.001), 중증 우울증 발병 위험은 56.54배 높아, 중증 우울증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요구됐다. 

중증 우울증 환자군, 수면장애 위험 '껑충'

 

이어 연구팀은 하지불안 증후군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수면장애 위험이 우울증 중증도에 따라 달라지는지를 추가 분석했다. 우울증을 동반한 하지불안 증후군 환자군은 BDI 점수를 바탕으로 중증 우울증 환자군 또는 경도~중등도 우울증 환자군으로 분류됐다. 수면장애는 △잠들기 어려움 △잠은 들지만 자는 도중 자주 깸 △너무 일찍 잠에서 깨는 현상 등으로 설정했다.

분석 결과 잠들기 어렵다고 응답한 환자 비율은 중증 우울증 환자군과 경도~중등도 우울증 환자군이 각각 61.3%와 16.3%로, 중증 우울증 환자군에서 그 위험이 8.16배 높았다(OR 8.16; P<0.001). 

이와 함께 자는 도중에 자주 깬 환자 비율은 각각 69.4%와 16.3%로, 중증 우울증 환자군에서 위험이 11.66배 높았고(OR 11.66; P=0.001), 너무 일찍 잠에서 깬 환자 비율도 각각 54.8%와 12.5%로 중증 우울증 환자군에서 위험도가 8.5배 높았다(OR 8.5; P<0.001). 

이 같은 결과를 종합했을 때 연구팀은 중증 우울증이 하지불안 증후군 환자가 겪는 수면장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불안 증후군 치료 시 수면장애·우울증도 평가·치료해야"

이번 연구는 국내 하지불안 증후군 환자가 중증 우울증을 겪을 위험이 굉장히 높다는 점을 처음 입증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다만 하지불안 증후군과 우울증과의 정확한 선후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불안 증후군 자체가 만성적으로 수면을 방해하면서 삶의 질이 떨어져 우울증 발병 위험이 높아졌을 수 있고, 반대로 우울증 환자가 항우울제를 복용하면서 하지불안 증상이 유발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우울증 환자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를 복용하면 하지불안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조철현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하지불안 증후군만 중점적으로 치료하고 우울증 등의 심리적인 측면에 대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하지불안 증후군 증상이 완전히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며 "하지불안 증후군 증상이 심한 환자가 수면장애를 겪고 우울증까지 동반한다면 삶의 질이 상당히 떨어진다. 임상에서는 하지불안 증후군 환자 치료 시 수면장애, 우울증 중증도 등을 평가하고 이에 대한 치료를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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