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 간담회, "환자 이용행태 대책없는 반쪽짜리...재정절감 목적 변질"

▲김숙희 서울특별시의사회장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안 마련을 놓고 의료계의 내홍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차기 의협회장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과 맞물려 제도 개선 취지가 변질된데다 환자 의료이용 행태 개선, 실손보험에 따른 상급병원 유인효과 방지 등 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핵심요소들이 제외된 만큼, 제도 개선의 실효성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숙희 서울특별시의사회장은 15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김 회장은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논의가 2년여간 진행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나, 막바지에 이르러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과 맞물려) 변질됐다"며 "지금과 같은 수준에서는 대한의사협회가 권고문에 서둘러 동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의 핵심은 문 케어와의 연관성이다. 2년여간 이어져왔던 논의가 최근 들어서 급물살을 탄 것은 정부의 문 케어 추진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보장성 강화와 선택진료 폐지, 2인실 급여화 등이 진행되면 환자의 상급병실 쏠림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으며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모를 수 없다"며 "결국 새 전달체계는 재정지출을 줄이는 목적으로 짜여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같은 맥락에서 전달체계 개선 작업이 급작스럽게 마무리 수순에 들었고, 이 과정에서 의원급 입원실 폐쇄와 같은 무리수가 나오게 됐다고 봤다. 

김 회장은 "상급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보는 현상을 없애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그 방법이 일차의료기관의 입원실을 없애고, 외래만 보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일차의료 입원진료 제한은) 전문의 제도나 전문의 수 변화가 함께 고려되어야 할 문제"라며 "의사인력의 80%가 전문의인 상황에서  (의원 입원실을 폐쇄하자면) 전문과 반발과 직역간 갈등만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이미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2차 의료기관으로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의원을 두겠다는 의협의 중재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수술만 가지고 운영할 수 있는 의원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전문의원이라도 기존과 같이 외래, 만성질환을 같이 볼 수 없도록 한다면 이는 또 다른 규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환자 의료이용 행태 개선, 실손보험 대책 등이 포함되지 않은 전달체계 개편안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김 회장은 "국민 대부분이 실손보험을 가지고 있고, 이를 통해 본인부담금을 상당부분 지원받고 있으니 환자가 상급병원으로 몰리는 것"이라며 "전달체계 개선안 어디를 보더라도 이에 대한 대책은 없다"고 꼬집었다.

전달체계 개편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김 회장은 "실제 상급병원장들을 만나보면 '만성질환자를 보고 싶지 않지만 환자들이 (회송 등을) 원치 않아서 어쩔 수 없다'고 토로한다"며 "(이용 행태 개선에 대한) 환자 동의도 안된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밀어붙인다고 해서 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겠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18일 의료전달체계개선협의체 회의를 열고, 전달체계 개선 권고안에 대한 각 단체와 전문가의 의견을 모은다. 의협과 병협은 의원 입원실 존치여부 등 쟁점을 놓고 벼랑 끝 대치에 나선 상황으로, 이날 회의가 권고안 마련의 성패를 결정할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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