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병원 나승운 교수팀 "고농도 미세먼지 장기간 노출되면 관상동맥 연축 위험 ↑"

 

최악의 미세먼지가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는 가운데, 직경 10㎍/㎥ 이하의 미세먼지가 건강한 사람의 혈관 기능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요망된다. 

고대 구로병원 나승운 교수·최병걸 수석연구원(순환기내과)과 고대 보건과학대학 김성욱 교수·이민우 연구교수(보건환경융합과학부)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의 결과에 따르면, 고농도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됐을 때 관상동맥 연축(coronary artery spasm) 위험이 증가했다. 

관상동맥 연축은 관상동맥의 비정상적인 수축으로 인해 내경이 좁아지는 상태로, 이형 협심증, 불안정형 협심증 등의 다양한 허혈성 심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연구에서는 건강한 사람이 고농도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됐을 때 관상동맥 연축 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돼, 미세먼지가 건강한 사람의 협심증 발병 위험을 높이는 중요한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관상동맥질환이 의심되는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관상동맥조영술과 혈관기능검사를 시행했다. 이 중 관상동맥질환이 없는 6430명이 연구에 포함됐다. 

이들을 대상으로 연구팀은 대기오염인 △미세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오존 등에 노출된 정도에 따른 관상동맥 연축 위험을 평가했다. 

그 결과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될수록 관상동맥 연축 위험이 의미 있게 증가했으며 일시적인 ST분절 상승이 관찰됐다. 반면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오존 농도와 관상동맥 연축과의 상관관계는 나타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관상동맥 연축 위험은 미세먼지에 48시간 이상 장기간 노출됐을 때 상승했으며, 24시간 노출된 경우에는 유의미한 연관성이 없었다. 

이어 미세먼지에 72시간 노출됐을 때 미세먼지 평균 농도에 따른 관상동맥 연축 위험을 분석한 결과, '좋음' 수준인 미세먼지 평균 농도 24.7㎍/㎥와 비교해 '나쁨' 수준인 평균 농도 85.6㎍/㎥에 노출됐을 때 관상동맥 연축 위험이 1.24배 상승했다(HR 1.24; 95% CI 1.07~1.44). 

이 같은 위험은 연령, 성별, 고혈압, 당뇨병 등의 교란요인을 보정한 후에도 의미 있었다. '나쁨' 수준의 미세먼지에 72시간 노출됐을 때 '좋음' 수준 대비 관상동맥 연축 위험이 1.26배 상승했던 것(HR 1.26; 95% CI 1.08~1.47).

아울러 미세먼지에 72시간 노출됐을 때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20㎍/㎥ 높아질수록 관상동맥 연축 위험은 4% 증가했다.

 

최병걸 수석연구원은 "기존에 발표된 미세먼지와 심혈관질환과의 위험을 분석한 연구들은 병원기록 또는 보험기록을 기준으로 평가한 관찰연구가 대부분이었다"면서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에서 더 나아가 관상동맥질환이 없었던 건강한 사람들의 혈관기능을 평가해 미세먼지 노출 정도와 혈관기능과의 연관성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승운 교수는 "미세먼지가 인체에 염증을 유발해 심혈관질환을 포함한 많은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정확한 수치와 기준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다"며 "미세먼지와 협심증 발병 위험에 대한 상관관계에 이어 대기오염과 심혈관질환에 대한 추가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Coronary Artery Disease 1월 12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미세먼지,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게는 영향 '미미'

이와 함께 공동연구팀은 지난해 한국인 심근경색증등록연구(KAMIR)에 포함된 급성 심근경색 환자 3만 8000여 명을 대상으로 대기오염 노출에 따른 사망 및 주요 심장사건 위험을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Clin Exp Pharmacol Physiol 2017;44(6):631-638).

최종 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주요 심장사건 발생 및 사망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게다가 오존 농도가 0.01ppm 증가할 때마다 30일 사망 위험은 0.6% 감소했고 주요 심장사건 위험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질 경우 30일 및 2년간 사망 위험이 의미 있게 증가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에 대해 연구팀은 미세먼지나 오존이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으며, 대기오염의 오염원과 환자 특성에 따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우 연구교수는 "본 연구는 등록연구를 후향적으로 분석한 연구로, 대기오염 자료가 환자와 분리돼 측정됐다는 제한점이 있다. 그러나 고위험군인 급성 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대기오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했고 국가 단위의 대규모 다기관 연구 자료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면서 "현재 미세먼지에 이어 초미세먼지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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