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최정석 교수 첫 진료 소감 "충분한 진료 검사 줄일 수 있어"

인하대병원이 인천경기 지역권 3차 의료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심층진료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정확한 명칭은 ‘상급종합병원 심층진찰 수가 시범사업’.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의료전달체계의 개편, 상급종합병원 본연의 역할 수행과 적합한 진찰 모형을 구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다.

심층진료는 기존 3분 진료와 달리 15분 동안 환자를 진찰한다. 진찰료는 9만2450원. 이 중 환자가 25%를 부담한다. 이를 통해 상급의료기관의 역할을 나누고 의료의 질을 강화하겠다는 게 정부의 전략이다.

과연 기존 3분 진료에 익숙했던 의료진들이 15분 진료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본지가 동행 취재를 통해 심층진료가 이뤄지는 방식과 환자 그리고 의사반응을 취재했다.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기자

8시 30분 이비인후과 첫 진료

인하대병원의 심층진료는 22일 시작했지만 1차 의료기관에서 환자가 진료협력센터로 와야 해 실제 첫 진료는 25일 이뤄졌다. 오전 8시 30분. 진료실 밖에는 60세가량의 남성 환자가 보호자와 대기하고 있었다.

이 환자는 동네 이비인후과 의원을 찾았다 목에 혹이 있다는 소견서를 받고 인하대병원 협력진료센터를 거쳐 첫 심층진료 진료대상이 됐다. 환자를 맞이할 진료실에는 이비인후과 최정석 교수와 함께 전공의 1명, 간호사 2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진료시작. 최 교수는 환자와 가벼운 인사를 나눈 후 곧바로 진료에 들어갔다. 먼저 어떻게 내원하게 됐는지를 물었고, 이어 과거병력, 수술이력, 약물복용 이력, 만성질환동반 유무, 흡연유무, 구강질환 이력, 과거 호흡기질환 경험 등을 청진을 통해 환자를 살폈다.

대면진료를 하면서 최 교수가 틈틈이 환자가 답한 정보를 컴퓨터에 기록했고, 이로 인해 생각보다 진료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이어 촉진과 초음파 진료가 이어졌다. 내원한 환자는 목 안에 혹이 있다는 진단을 받은 터라 영상학적 진단이 불가피하다고 판했고 곧바로 진료실 옆에 마련된 초음파를 시행했다.

그러나 의원 소견과 달리 혹이 발견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더 많은 초음파 촬영에 진료시간을 할애했다. 문진과 촉진 그리고 초음파까지 끝내고 최종 진단 결과를 환자에게 알려줘야 할 때에는 이미 약속한 진료시간을 거의 채우고 있었다.

최 교수는 환자에게 혹이 없다는 최종 소견을 환자에게 전달했고, 최초 진단은 무엇이냐는 환자의 질문에 염증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발견됐을 수 있다고 안심시켰다. 아울러 정밀한 진단을 위해 CT 촬영을 제안했고 환자는 예약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러한 모든 정보를 입력하자 심층진료 시간은 15분을 넘겼다.

진료에 참여한 최 교수는 “처음 진료라서 어색했다”면서도 “시간적 여유가 많아 환자를 충분히 볼 수 있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일반진료 같았으면 초음파를 자세히 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갑자기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 피곤할 수도 있겠다는 취재진의 물음에 “많은 환자를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며 ”충분한 진료는 검사를 줄일 수 있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기자

환자 보호자 만족도 높아

본지가 이번 심층진료를 취재하면서 느꼈던 점은 환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충분한 진료와 즉석에서 이뤄지는 영상검사가 환자와 보호자의 만족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환자는 “바로 바로 이뤄지는 검사와 교수님께서 모든 질문에 친절히 답해줘서 너무 만족한다”고 말했다.

다만 15분 진료가 형식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려면 의료진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도 들었다. 이번 첫 진료 사례의 경우 이비인후과 진료로서 초음파가 추가됐기 때문에 15분의 시간을 충분히 할애할 수 있다.

따라서 15분을 온전히 대화로 채우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료진의 성향에 따라 말을 많이 하지 않는 경우 15분을 억지로 채워야 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환자들에게 알려줄 다양한 교육자료를 만들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앞으로 인하대병원은 심층진료에 이비인후과를 비롯해 류마티스내과, 혈액종양내과, 흉부외과, 피부과, 소아청소년과, 재활의학과 등 7개 진료과목에 8명의 의료진이 참여하게 된다. 따라서 과별 특성을 고려해 15분 진료가 원할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최 교수는 “사실 기존 진료는 비정상이었다. 이를 정상으로 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부족한 문제를 개선하고 발전시키면 좋은 제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인하대병원 김영모 원장은 “심층진료를 통해 병원의 전문성 살리고 환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을 대표하는 병원으로서 사업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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