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 폐암센터 이계영 교수 ... 세포외소포체에 주목해 EGFR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

▲ 건국대병원 폐암센터 이계영 교수

최근 건국대병원 폐암센터 이계영 교수가 미국 제약회사 MERK(MSD)에서 주관하는 Global competition OTSP(Oncology Translational Study Program)에서 연구비 미화 80만불을 지원 받게 됐다는 뉴스가 있었다.

이 소식이 화제가 된 이유는 이 교수가 지원받게 된 연구 아이디어의 혁신성이 대단히 돋보이는 주제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조직검사는 폐암을 진단하는 기본적이고도 핵심적인 검사 방법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 교수가 기존의 개념을 깨는 새로운 액상생검(liquid biopsy)검사법을 선보였다. 기관지폐포세척액, 흉수, 뇌척수액, 타액 및 혈액 등 체액에서 '세포외소포체'를 분리하고 여기서 DNA를 채취한 후 EGFR(표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 유전자를 분석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현재 혈액에 떠돌아다니는 순환종양 DNA(circulating tumor DNA: ctDNA)를 이용해 EGFR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인데 그 민감도가 높지 않아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려고 이교수는 체액에 존재하는 나노입자인 세포외소포체(extracellular vesicles)에 주목했고, 폐암 환자의 체액에서 분리한 세포외소포체 안에 EGFR 유전자 돌연변이 DNA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이를 이용한 폐암 환자의 EGFR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가 매우 유망하다는 논문을 지난 2월 1일 자 Molecular Cancer (IF = 6.2)지에 게재했다. 

- 미국 제약사 등이 새로운 검사법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짐작컨대 연구 내용의 혁신성에 주목하지 않았나 한다. 일반적으로 폐암 조직에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 NGS)과 같은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는데 있어 충분한 양의 DNA를 얻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기관지폐포세척액에서 분리한 세포외소포체에서 추출된 DNA가 양은 물론 질적 수준에서도 우수하여 폐암의 유전자 분석 검사에 대단히 유망할 것이라는 저의 연구적 아이디어를 높이 평가해 준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검사법의 등장으로 EGFR 표적항암제에 대한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 재조직검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는 무엇인가?
이레사, 타세바, 지오트립 등과 같은 1, 2세대 EGFR 표적항암제에 대한 내성 유전자인 T790M 2차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신약이 타그리소와 올리타 등이다. 처방을 받기 위해 T790M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아야 하는데 다시 조직검사를 시행하는 재조직검사가 현재 표준방법이다. 침습적인 검사라 환자들은 반복하기를 원치 않지만 처방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받아야만 하는 검사다.

하지만 재조직검사를 시행하고 싶어도 조직검사를 시행할 적절한 병변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고, 어렵게 재조직검사를 시행했음에도 검사에 필요한 암세포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보완하기에 주목받는 것이 혈액을 이용한 액상생검인데, 쉽고 편리하지만 민감도가 낮다는 점이 단점이다. 이런 이유에서 기관지폐포세척액에서 분리한 세포외소포체 DNA를 이용한 T790M 유전자 검출법은 상당히 유망한 방법이다. 현재 우리 병원에서는 이를 이용한 식약처 승인 임상연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 환자에겐 어떤 점이 좋은가?
기관지내시경을 시행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비침습적 검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조직검사를 하지 않아 비관혈적 검사라 할 수 있다. 또 재조직검사보다 민감도가 높다는 장점과 함께 조직검사는 2주 정도 기다려야 하지만, 이 검사는 1~2일이면 최종 결과를 얻을 수 있다. 

- 이번 검사법을 이용해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으로 확장한다고 들었다.
NGS 검사를 하려면 DNA 양이 많이 필요하다. 수술을 많이 하는 유방암, 대장암 등은 DNA 충분한 양의 종양조직을 얻을 수 있어 NGS가 가능하다. 그런데 폐암은 20% 정도만 수술하고, 80%는 하지 않는다. 따라서 조직검사, 세포검사, 유전자 검사 등 조각난 조직을 통해 조직을 얻기 때문에 DNA양이 부족하다. 30~40% 환자가 NGS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이것을 '작은 조직 절편 이유(small biopsy issue)'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병원이 개발한 검사법은 충분한 DNA를 얻을 수 있어 NGS가 가능하다.  

- 다른 병원에서도 이 검사법을 활용할 수 있나?
논문이 발표됐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받을 것이다. '세포외소포체'라는 분야가 현재 떠오르고 있는 신학문 분야이기에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체액에서 세포외소포체를 분리하고 효율적으로 DNA를 추출하는 방법에 기술적 장벽이 있어 다른 병원에서 일관성 있는 검사 결과를 도출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기관지폐포세척액 등에서 세포외소포체를 분리해 DNA를 채취하고 EGFR 유전자를 분석하는 기술이 표준화가 돼 있지 않아서다. 세포외소포체를 분리했더라도 효율적으로 DNA를 채취하는 기술 또한 어렵다. 어떤 DNA를 뽑느냐가 중요한데 이것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

지금은 다른 병원에서 우리 병원에 샘플을 보내주면 분석한 후 결과를 보내주는 방식이지만 나중에는 공유하는 방식이 될 듯하다. 우리 병원이 이 기술에 대해 특허출원 했고 신의료기술 인증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대한폐암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데, 올해 주요 이슈는? 
비흡연 여성의 폐암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려고 준비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우리나라,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간접흡연이나 미세먼지 등 나쁜 환경, 암이 잘 발생하는 소인 등이라 추측하고 있을 뿐 아직 확실한 이유는 파악하지 못했다. 

이 문제를 주요 이슈로 삼은 배경에는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의 절반이 대부분 4기에 진단되어 완치 가능성이 높지 않아서다. 학술적 근거를 수반한 권고할 만한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40~50대 여성도 저선량 CT 검사를 해 조기 폐암 진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학술대회에도 변화를 줄 예정이다. 국내 폐암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간하고 올해부터 추계학술대회를 국제학술대회로 격상해 학회의 대내외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삼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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