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간염 국가검진 놓고 학계-정부 의견 달라

▲ 6일 자유한국당 박인순 의원이 주최한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정책토론회에서 의학계와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전 국민대상 C형간염 선별검사를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놓고 학계와 정부가 온도차이를 드러냈다.

정부와 의학계는 6일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이 주최한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란 주제로 열린 국회 정책토론에서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지만 입장만 확인했을 뿐 합의를 이루는 데는 실패했다.

이날 의학계 인사로 참석한 서울의대 정숙향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는 “C형 간염은 증상이 없고 인지도도 낮아 진단이 안 된다”며 “다나의원 사태에서 학인했듯 전염 가능성도 크다. 게다가 대부분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발전해서 진단된다”며 질환의 특수성을 설명했다.

이어 선별검사의 유용성을 강조하면서 “40~65세 인구를 대상으로 일생에 1회 항체검사를 국가검진체계에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비용효과적이다. 국가검진 항목 선정 기준도 충족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간학회 의료정책이사 자격으로 참석한 순천향의대 김영석 교수(부천순천향병원 소화기내과)도 “C형간염은 100% 완치할 수 있는 시대”라면서 “굳이 치료 시기를 놓쳐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된 다음 만성질환으로 관리하게 되면 의료사회적 지출이 늘어난다”고 말해 국가검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정부는 정부 발주 연구와 전국적 시범사업에서 나타난 유병률 조사와 비용효과성 연구 부재 등을 이유로 국가검진에 포함시키는 시기상조라면서 사실상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날 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부 최명수 부장은 12만 5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C형간염 시범사업 결과를 공개하면서 “선별검사시 C형간염 유병률은 1.7%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최 부장은 “건강보험 대상자 중 만 40세의 경우 유병률은 0.6%였으며, 만 66세는 2.4%로 나타났다. 의료급여 환자는 각각 1.2%와 4.3%였다”며 전반적의 유병률은 낮게 나타났음을 강조했다. 따라서 시행하더라도 제한적인 고위험군에서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이강희 과장(만성질환예방과)도 “유병률을 보면 국가건강검진 포함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최근 NECA 연구를 보면 항체 양성률이 0.7%다. 실제 RNA 검사로 한다면 실제 유병률은 더 떨어진다”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보건복지부 임수경 과장(건강정책과)은 “공단의 시범사업 결과를 반영해야 하고, 질병관리본부도 국가검진에 포함시키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애둘러 설명했다.

이어 “전수조사보다는 고위험군을 우선적으로 가려내야 하는 것이 문제다. 이는 특정지역, 위험요인으로 선별해야 할 것이다. 또 국가검진보다 만성질환관리로 푸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연세의대 김도영 교수(소화기내과)는 "NECA의 유병률 연구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연구라는 입장을 제시했고,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애초부터 잘못된 연구라서 근거로 활용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고위험군 선별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정숙향 교수는 “고위험군을 선별하겠다고 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환자들 낙인 효과 때문에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려울 것이며 이미 미국 등 기타 나라에서도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조언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 이희영 교수는 “지금까지 모든 건강검진이 기준 원칙에 따라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고 원칙이 무시되면 안 될 것”이라면서 “C형간염이 중대한 질환이기는 하지만 전체 국민에서 유병률이 낮고, 비용효과적이라는 연구도 전무하므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강정화 회장은 "C형간염 검사가 필요한 것은 이해하지만 다른 질환 다른 암의 선별검사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어떤 것이 우선순위에 놓여있는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중립적 입장을 견지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C형간염 치료제를 보유한 제약사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했는데 복지부의 입장이 단호해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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