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구름 잡는 건 아닐까? 

지난해 올린 실적을 공개하는 시기가 되자 국내 굴지의 제약사들이 앞다퉈 자신들이 작년 기록한 매출과 영업이익을 공시하는 모습을 보며 든 생각이다. 

잠정적으로 집계한 결과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고 너도나도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고, 존재하지 않을 것 같던 매출 1조원은 어느덧 현실이 됐다. 

GC녹십자는 잠정 집계 결과 지난해 1조 287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유한양행은 이미 작년 3분기에 1조 85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일찌감치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종근당은 작년 3분기까지 매출 8320억원을 올리며 1조원이 가시권에 들어왔고, 한미약품도 작년 한 해 9166억원을 기록하며 상위사 외형성장을 주도했다. 

이런 추세면 상위사 가운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곳은 한 손에 꼽을 정도가 될 것 같다. 

그럼에도 뜬구름 잡는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커진 외형만큼 성장한 신제품이 있나'라는 의문 때문이다. 

올해 출시된 국내 제약사의 신제품을 보면 처방액 50억원을 넘은 제품이 없다. 대원제약의 티지페논과 유한양행의 나자케어가 작년 한 해 동안 40억원을 기록한 게 호성적이었고, 대원제약의 트윈콤비와 일동제약의 투탑스가 2016년 12월 처방액까지 포함해 각각 38억원, 37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출시 시기를 따지지 않고 봐도 국내사 제품은 순위권에서 손에 꼽힌다. 한미약품 아모잘탄이 작년 한 해 동안 640억원으로 국내사 제품 중 가장 많은 처방액을 올렸지만 전체 순위에서 10등에 불과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매출 1조원을 기록한 상위사들의 밑천은 어디서 나올까? 

답은 누구나 알 듯 도입신약이다. 실제 유한양행을 비롯해 대다수 상위사는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도입한 신약에 대한 국내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하며 외형을 키우고 있다. 

이를 보면 결국 매출 1조원은 허상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겉으로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정작 앙꼬가 빠진 느낌이랄까.

더 안타까운 건 국내 제약사들이 매출  1조원이라는 허상을 벗어나기 위한 무기 하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최근 들어 기존에 개발한 신약의 해외 진출 노력과 함께 신약개발을 기치로 삼고 활발한 R&D와 기술수출은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업계의 목표처럼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신약 또는 후보물질은 눈에 띄지 않는다. 소위 대박을 터뜨릴 신약 후보물질은 이미 글로벌 제약사에서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희망적이지 않음에도 국내사들은 매출 1조원이라는 뜬구름을 쫓는 모양이다.

공중누각(空中樓閣)이라는 말이 있다. 국내 제약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외형이라는 신기루를 쫓을 게 아니라 내실을 다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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