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연구팀 "비복용군과 비교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뇌졸중 위험 등 차이 없어"

저용량 아스피린이 심부전 환자에게 효과적인지에 대한 근거가 엇갈리는 가운데, 심방세동이 없는 심부전 환자는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더라도 치료 혜택을 볼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JACC: Heart Failure 2월호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방세동이 없는 심부전 환자 중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군과 비복용군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또는 뇌졸중 발생 위험 차이가 없었다(JACC Heart Fail 2018;6(2):156-167). 

연구를 주도한 덴마크 Herlev University Hospital의 Christian Madelaire 교수는 "저용량 아스피린이 심부전 환자에게 혜택이 있는지에 대한 근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임상에서는 허혈성 심질환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저용량 아스피린을 처방하고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 아스피린은 심방세동이 없는 심부전 환자에게 치료 혜택이 없었고 오히려 심근경색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증가시켰다"고 지적했다. 

아스피린 치료 혜택에 대한 학계의 '갑론을박' 

그동안 학계에서는 아스피린이 심부전 환자에게 치료 혜택이 있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져 왔다. 심부전 환자는 출혈 합병증 위험이 높기 때문에 아스피린을 복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과 아스피린으로 뇌졸중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엇갈렸던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2004년 WASH 연구에서는 와파린(목표 INR 2.5) 또는 아스피린 표준용량(1일 300mg)을 복용한 심부전 환자는 항혈전제를 복용하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해 뇌졸중, 비치명적 심근경색, 사망 등의 위험 차이가 없었다(Am Heart J 2004;148:157-164).

하지만 2014년 발표된 지역사회 코호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방세동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심부전 환자가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아스피린 비복용군보다 사망률 또는 입원율 등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Circ Heart Fail 2014;7(2):243-250).

당시 연구를 진행한 아일랜드 성빈센트대학병원 Margaret Bermingham 교수는 "심부전 환자가 심혈관질환 2차 예방을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복용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 통념과 대치되는 결과다"며 "고용량 항혈소판제를 투약해야 하는 심부전 환자에게 저용량 아스피린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Bermingham 교수팀의 연구에는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한 심부전 환자 중 심방세동을 동반했고 와파린을 복용 중인 환자가 다수 포함됐기에 아스피린의 혜택이 과장됐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아스피린 복용군, 심근경색 발생·심부전으로 인한 재입원 위험 높아"

이에 Madelaire 교수팀은 심방세동이 없는 심부전 환자만을 대상으로 저용량 아스피린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고자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는 회고적 등록 기반 코호트 연구로 디자인됐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심방세동 과거력이 없었고 새롭게 심부전으로 진단받은 1만 2277명 환자가 연구에 포함됐다. 이들 중 등록 당시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한 환자는 총 5450명이었다.

연구팀은 성향점수매칭 기법을 적용해 아스피린 복용군 3840명과 아스피린 비복용군 3840명의 예후를 비교했다. 일차 복합적 종료점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발생률로, 이차 종료점은 출혈 발생률 및 심부전으로 인한 재입원율로 정의했다.

최종 결과 일차 복합적 종료점 발생률은 아스피린 복용군이 40.5%, 아스피린 비복용군이 41.8%로, 발생률 차이는 단 1.3%p였다. 게다가 일차 복합적 종료점 발생 위험은 두 군간 의미있는 차이가 없었고(HR 0.98; 95% CI 0.91-1.05),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또는 뇌졸중, 출혈 발생 위험도 아스피린 복용군과 아스피린 비복용군이 비슷했다.

그러나 아스피린 복용군에서 심근경색과 심부전 위험 신호가 감지됐다. 아스피린 비복용군과 비교해 아스피린 복용군의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1.34배(HR 1.34; 95% CI 1.08-1.67), 심부전으로 인한 재입원 위험이 1.25배(HR 1.25; 95% CI 1.17-1.33) 높았던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허혈성 심질환 과거력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하위분석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Bermingham 교수는 "심방세동이 없는 심부전 환자는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해도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뇌졸중 발생 위험이 감소하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아스피린 복용으로 심근경색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재입원 위험이 증가했다"며 "심부전 환자가 아스피린으로 치료 혜택을 얻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 글래스고대학 John G.F. Cleland 교수는 "일부 대규모 장기간 연구에서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비치명적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감소한다고 나타난 반면 일각에서는 오히려 심장마비 위험이 증가한다고 보고됐다"면서 "저용량 아스피린이 심부전 환자에게 혜택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기에, 향후 이들 환자를 대상으로 저용량 아스피린의 효과를 평가한 무작위 위약 대조군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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