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병원장 맡은 서울성모병원 김동욱 교수

▲ 김동욱 교수

서울성모병원 산하 조혈모세포이식센터가 혈액암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병원으로 승격된다. 가칭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초대 원장은 골수이식 선봉장인 김동욱 교수가 맡는다.

이번 승격을 계기로 서울성모병원의 골수이식 역사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지난 1983년 가톨릭의대 김춘추 교수가 인간 골수이식을 처음으로 성공하면서 역사는 시작됐다. 당시 인턴 신분이었던 김동욱 교수는 스승의 노력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김춘추 교수님은 옥천성모병원에 재직하고 있었는데 개를 대상으로 골수이식을 하기 위해 옥천 주민들에게 개를 길러 달라고 부탁했어요. 골수이식을 하려면 형제자매가 필요했기 때문이죠"

그렇게 비임상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친 김춘추 교수는 인간골수이식을 배우기 위해 미국 UCLA병원으로 떠났다. 그러나 1년을 미쳐 채우지 못하고 6개월만에 돌아왔는데 그 이유는 가장 먼저 인간 골수이식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 당시 서울대 김병욱 교수님이 프리드 허친슨 병원 골수이식을 배우러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집안에 큰 사고가 났다는 핑계를 대고 부리나케 귀국한 것이다. 가방에는 골수이식 바늘(니들 게일) 한 세트가 숨겨져 있었다.

"첫 번째 골수이식 수혜자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을 앓는 영국 선박회사 외항선원이었어요. 외국회사 소속인 한국인이었는데 세계적인 보험회사에 가입이 돼 있었고, 그 덕분에 1억원에 달하는 치료비용을 댈 수 있었어요"

그렇게 국내 최초의 골수이식 역사는 김춘추 교수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를 계기로 김동욱 교수는 골수이식에 매력을 느꼈고, 그 길로 백혈병 치료 전도사가 됐다. 그러나 막상 백혈병을 선택하고 나니 기초 연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연구 환경이 너무 부실했다.

이를 위해 주임교수에게 부탁해 전공의 시골 한양대 유전학 교실에서 염색체 분석하는 방법을 배우러 다녔고, 겸임교수 시절에는 카이스트에서 유전자 조작, 유전자 발견 등 실험 교육을 배우며 익혔다. 이 때 유전자가 발현되는 것뿐만 아니라 조작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실험실 연구를 해보면서 가장 쉬운 게 만성골수성백혈병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갑자기 악화될 때 뭔가 유전자가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길로 백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찾아 보자는 연구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 뒤 김 교수는 미국으로 떠났고, 다시 돌아와 백혈병 유전자를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논 것이다. 그런 노력으로 비혈연간 골수이식에 성공했고, 타인간 골수이식, 제대혈 골수이식도 모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동시에 유전자를 증폭해 실시간 양을 재는 기술도 완성해 나갔다.

이런 노력으로 현재 국내 골수이식 기술은 세계적 수준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김 교수는 골수 이식은 탑 클라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병이 왜 생기는지 이식후 합병증 기전은 아직도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메커니즘 규명을 위해서는 기초 연구를 해야 합니다. 일본은 골수이식을 1개 센터에서 10개 정도밖에 안하고 나머지를 기초실험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일본의 기초연구 논문이 우수하다고 평가를 받고 있고 노벨상 수상자도 나오는 것도 여기에 있습니다"

김 교수는 서울성모병원 골수이식센터가 병원으로 바뀌면 기초 및 혁신 임상 연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암병원으로 승격되면 그 밑에 6개 센터가 생긴다. 골수이식센터, 이식협진센터, 급성백혈병센터, 만성백혈병센터, 다발성림프종센터, 소아암센터 등이다. 이곳에서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면역항암제, 유전자 조작 치료(CAR-T 셀) 치료 등도 연구할 예정이다. 또 새로운 슈퍼글리백 연구도 포함돼 있다.

"면역항암제와 세포치료제가 유례없이 혈액암에 큰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골수이식을 집중했지만 앞으로는 바이올로지(항체약물)를 연구하고 치료할 수 있는 쪽으로도 방향 전환이 필요합니다"

김 교수는 앞으로 혈액암 환자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원인은 수명 연장이다. 그만큼 연구도 필요하고, 또한 조기진단할 수 있는 유전자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 혈액암 호발 연령이 30대였다면 지금은 50대로 변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혈액암은 아직도 연구해야 할 분야가 많습니다. 조기발견, 치료, 치료중단, 완치 등에 관한 연구를 앞으로 혈액병원이 해야 되겠죠"

혈액암 정복을 위해 오늘도 좁은 연구실에서 10여 명의 연구원과 씨름하는 김 교수팀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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