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운동'이 법조계와 대학가, 연예계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왜곡된 성문화가 존재하는 것은 제약업계도 마찬가지다.

   
 

최근 얀센을 퇴사하며 남긴 여직원의 메일이 제약사 직원들 사이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메일에는 만 7년간 다녔던 얀센을 퇴사하는 여직원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성추행 및 언어폭력이 적혀있다. 가해자의 실명을 밝힌 것은 아니다.

영업부에서 처음 회사생활을 시작했다고 전한 그녀는 평소에는 젠틀하지만 술자리에서 여자 동료들을 양 옆에 앉힌 채 스킨십을 하는 양면성을 가진 고객을 만난 것부터 해외학회 동행을 제안하거나 신체 관련 민망한 농담을 던지는 고객과의 일화 등을 털어놨다.

뿐만 아니라 사내 여직원들에 대한 품평회(?), 술 취한 척 이뤄지는 상급자의 허벅지 쓰다듬기 스킬, 단체 채팅창에 불건전한 그림을 보내던 남자선배 만행 등 회사 안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꼈던 일들도 서술했다. 

문제는 다른 여직원들 역시 거의 같은 경험을 했으며, 메일에 적은 일들은 일부라는 것이다. 

실제 작년에는 일부 제약사에서 성추행 문제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오츠카는 작년 말 해외 워크숍에서 영업팀장이 팀원을 성추행한 사건이 드러나 가해 직원이 징계를 받았고 한국화이자제약, 한국노바티스, 한국MSD 등에서도 잇따라 성추행 사건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물론 드러나지 않은 일들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이 여성이고 부하직원인 피해자는 상대적 약자인 데다 인사고과 불이익 또는 근본적인 해결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혼자 감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메일을 기자에게 건네준 10년차 다국적사 여직원조차 "숱하게 보고 겪었던 일이라 이제는 어느 선에서 화를 내야 하는지, 불쾌함을 느끼는 것이 정상인지조차 헷갈린다"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여직원이 비교적 많고 남녀평등이 실천된다고 보여지는 다국적사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보니 더욱 씁쓸하다.

전방위로 퍼지는 미투운동은 일상에서 벌어지던 성폭력에 대해 경각심을 주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같은 분위기가 여직원들을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등의 역차별로 번질까 우려된다. 보수적인 제약업계인지라 '여직원이 들어오면 불편해진다. 채용이 꺼려진다' 등의 인식이 다시 강해지지 않을까란 걱정어린 시선도 가져본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기업문화가 정착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다. '회사 내에 공기처럼 존재하는 성희롱과 언어폭력을 인지하고 돌아보라'는 퇴사자의 당부를 제약업계 전체가 곱씹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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