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수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장 ..."의대에서 일차의료 수업 더 늘리고, 정부 지원 필요"

▲ 고병수 대한일차보건의료학회장(제주도 탑동 365의원 원장)ⓒ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일차의료란 지역사회(동네)에서 지역주민과 지속적 관계를 맺으면서 일차의료 전문의를 중심으로 보건의료 자원을 모아 질병의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 및 건강 증진 등 건강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면서 돌보는 것을 말한다"

제주도에서 탑동365일의원을 운영하면서 오랫동안 일차의료 문제에 천착해온 고병수 원장이 말하는 일차의료의 정의다. 

고 원장은 일차의료 전문의는 주민들이 건강상의 문제가 있으면 처음 접하는 의사이면서(첫 접촉의 의미), 질병의 종류나 남녀, 혹은 어른과 아이 구분 없이(포괄성의 의미) 돌보는 사람이라고 규정한다. 한마디로 동네에서 주민들과 친근한 관계 속에서 거의 모든 질환을 보는 의사를 말한다는 것이다.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장이기도 한 고 원장에게 일차의료발전특별법 현황 그리고 일차의료의 중요성 등에 대해 들었다. 

- 일차의료 정의는 전 세계적으로 같은가? 
그렇다. 우리 학회에서 주장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 공통의 정의다. 중요한 것은 일차의료 영역에서 '환자'라는 표현은 안 쓰고 '주민'이라 쓴다. 질환을 가진 사람만 보는 게 아니라 건강한 사람도 돌보는 까닭이다. 또 지역사회라는 말을 쓰지, '병원에서'라는 표현을 안 쓴다. 또 '병을 고치는 것(cure)'이라고 안 하고 '돌본다(care)'는 표현을 한다.

-현재 양승조 의원 등이 일차의료발전특별법을 발의한 상태다. 이 법의 특징은?

이 법은 처음으로 일차의료에 대해 규정하고, 정착하려고 만들어진 법률이다. 외국에서는 관련 법들(구글 검색창에 나라 이름과 함께 'Primary care act' 치면 이게 일차의료 관련 법임)이 만들어져 있는데 우리는 너무 늦었다. 

이 법에는 일차의료에 대해 개념 규정을 하고 있다. 즉 개원한 동네의원들이 하는 일들을 말하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또 한의사와 치과의사도 같이 포함돼 있다, 또 지역사회(동네)에서 첫 접촉과 포괄적인 의료를 하고 있다는 부분이 포함된 것은 잘 됐다고 본다.

이외에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책임과 역할을 말하면서 일차의료에 대한 지원을 명시했고, 현실적인 면을 고려하면서 일차의료기관의 표준모형을 만들도록 했다.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일차의료의 발전에 대한 중요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

-목표로 하는 제대로 된 일차의료특별법은 어떤 모습인지? 

일차의료와 일차의료기관에 대한 정의가 좀 더 세밀하게 다듬어져야 한다. 일차의료의 중요한 속성인 '첫 접촉'이란 표현이 안 들어가 있고, 일차의료의 범주에 개원한 여러 전문의도 포함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은 한계다. 또 일차의료를 전공한 의사들로 구성돼야 하는 것으로 원론적인 방향으로 구성 했으면 한다. 외국은 보건의료의 핵심이 일차의료임을 인식해 지역사회(동네)에 개원하는 일차의료기관을 지원한다. 인적, 물적 지원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었으면 좋겠다.

▲ 고병수 회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 의대에서부터 일차의료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대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어느 나라나 의대에서부터 일차의료를 지향하는 것은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자율성에 기초한다. 다만 역할에 대한 수입이 너무 뒤처지지 않도록 한다든지, 만성질환 등 지역 주민들에 대해 건강관리를 잘 하면 보상을 한다든지 하면서 역할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정책 배려를 해야 한다.

의대의 교육 목표가 훌륭한 일차의료 의사의 양성임에도, 간간이 의대에서 일차의료가 중요하다는 얘기가 살짝 있었을 뿐 실제로는 그런 주장은 큰 소리를 내지 못했다. 의대에서 일차의료의 중요성에 대해 교육하려면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우선 국가의 육성 의지와 지원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의대에 지원이 갈 것이고, 교수 인력이 만들어질 것이다. 둘째, 의사 내부에서 일차의료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여러 전문과가 일차의료의 중요성에 관심이 없어 교수들조차 관심이 없다. 

셋째, 정부가 의대에서 일차의료에 대한 수업을 강화해야 한다. 강의 내용에서부터 강의 양까지 대폭 늘어나야 한다. 너무 전문적인 의료 중심으로 강의가 이뤄져 졸업해도 일차의료가 무엇인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모른다. 여러 전문과 교수도 일차의료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어야 한다. 현재는 거의 없다 보니 일차의료와 전문의료가 어떻게 연계해야 하는지, 일차의료는 왜 중요한지 전혀 모른다. 

- 일차의료 강화를 위해 행위별수가와 성과연동지불제(P4P) 등을 혼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양질의 일차의료를 육성하기 위해 필요하다. 다만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과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의료 시스템의 변화 없이 이러한 지불제도만 늘려나가는 것은 비용의 증가만 가져오기 때문에 시스템 변화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즉 지역사회에 개원한 의사 중 단과전문의들도 많은데, 일차의료 발전을 위해 일차의료의 역할(포괄성, 지속성)을 하는 의원, 주치의 역할을 하는 의원, 예방적 의료와 만성질환관리를 잘 하는 의원, 방문진료 등 지역 보건의료에 기여하는 의원 등에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일률적으로 동네의원 전체에 적용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최근 서울대병원 설문조사에서 대학병원에서 일차의료기관으로 돌아가겠다는 응답이 90% 가까이 나왔지만,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환자들이 지역의 일차의료기관, 동네의원 주치의를 신뢰하게 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동네 일차의료기관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환자 만족도, 만성질환 관리를 더 잘 하거나, 주치의제도를 도입하는 것 등이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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