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 미국심장학회(ACC) 연례학술대회의 포문을 연 주인공은 바로 PCSK9 억제제다. PCSK9 억제제는 등장과 동시에 차세대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라 불리며 임상에서 30여 년간 자리매김한 스타틴의 틈새시장을 넘보는 신약으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발표된 FOURIER 연구에서는 에볼로쿠맙(evolocumab)의 심혈관사건 예방 효과를, 최근 발표된 ODYSSEY 연구에서는 알리로쿠맙(alirocumab)의 생존 혜택을 입증하면서 국외 학계에서는 PCSK9 억제제의 전망에 대해 여러 분석을 내놓는 상황이다.

글로벌 대규모 무작위 연구로 진행된 두 가지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를 바탕으로 국내 임상에서 PCSK9 억제제에 거는 기대에 대해 조명했다. 

새로운 LDL-C 목표치 제시한 'FOURIER'…ACS 환자에서 생존 혜택 입증한 'ODYSSEY'

FOURIER 연구와 ODYSSEY 연구는 공통적으로 PCSK9 억제제의 심혈관사건 예방 효과를 규명했지만 연구 디자인과 최종적으로 가지는 의미는 같은 듯 다르다.

스타틴과 에볼로쿠맙을 병용했을 때 심혈관계 아웃컴을 처음으로 평가한 FOURIER 연구에는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이상지질혈증 환자 약 2만 7500명이 포함됐다.

2.2년(중앙값)의 추적관찰 결과, 에볼로쿠맙군은 위약군 대비 심혈관사건에 의한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불안정형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 관상동맥혈관재개통술 등의 1차 복합적 종료점 발생 위험이 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혈관사건 예방 효과와 함께 주목받은 결과는 LDL-콜레스테롤(LDL-C) 변화다. 등록 당시 에볼로쿠맙군의 LDL-C(중앙값)은 92mg/dL에서 30mg/dL까지 감소했고, 위약군과 비교하면 59% 낮아진 결과였다.

FOURIER 연구가 IMPROVE-IT 연구와 함께 LDL-C를 '낮추면 낮출수록 좋다'는 가설에 힘을 실으면서 지난해 발표된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의 '이상지질혈증 관리 및 심혈관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에서는 기존 심혈관질환 위험 분류에 '극위험군(extreme risk)'을 추가, LDL-C 목표치를 기존보다 더 낮은 55mg/dL 미만으로 처음 제시하는 변화가 이뤄졌다(Endocr Pract 2017;23(Suppl 2):1-87).

ODYSSEY 연구는 FOURIER 연구와 환자군 선정부터 차이를 둔다. 연구에는 아토르바스타틴 또는 로수바스타틴을 최대내성용량으로 치료받았거나 다른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를 투약했지만 LDL-C가 조절되지 않은 급성 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 1만 9000여명이 포함됐다. 국내 94곳 의료기관에서 모집된 환자들이 연구에 참여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특징이다.

전체 환자군은 알리로쿠맙군 또는 위약군에 1:1 무작위 분류됐다. 추적관찰 기간(중앙값)은 2.8년으로, 전체 환자 중 44%가 3년 이상 동안 추적관찰을 진행했다.

최종 결과, 1차 종료점으로 정의한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발생 위험은 알리로쿠맙군이 위약군 대비 15%,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15%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효과는 LDL-C가 100mg/dL 이상인 환자군에서 눈에 띄게 나타났다.

아울러 알리로쿠맙군의 치료 시작 후 4, 12, 48개월째 LDL-C는 각각 37.6mg/dL, 42,3mg/dL, 53.3mg/dL로, 위약군보다 각각 약 63%, 61%, 55% 더 낮아 알리로쿠맙의 강력한 LDL-C 조절 효과도 함께 입증했다.

약물의 안전성 평가에서 에볼로쿠맙 또는 알리로쿠맙 투약 후 심각한 이상반응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주사부위반응(injection-site reaction)은 위약군보다 발생 위험이 높아 주의가 요구됐다.

△ODYSSEY 연구에 국내 환자 참여해 적응증 확대 기대

그동안 국내 학계는 PCSK9 억제제의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에 주목해 왔다. 지난해 국내 임상에 에볼로쿠맙과 알리로쿠맙이 도입됐지만 획득한 적응증만으로는 PCSK9 억제제를 투약할 수 있는 환자가 많지 않기에, 대규모 임상 결과를 통해 적응증 확대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알리로쿠맙은 이형접합 가족성 및 비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또는 복합형 이상지질혈증을 가진 성인 환자의 치료를 위해 식이요법에 대한 보조요법으로 적응증을 받았다. 에볼로쿠맙은 12세 이상의 소아 및 성인의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에게 다른 지질저하제인 스타틴, 에제티미브, 지질분리반출법 등과 병용할 수 있다.

그러나 ODYSSEY 연구에 국내 환자가 포함되면서 그 결과를 국내 임상에 적용할 수 있고 나아가 적응증 확대까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ODYSSEY 연구에 참여한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회장인 전남의대 정명호 교수(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고강도 스타틴 치료에도 불구하고 LDL-C가 70mg/dL 미만으로 감소하지 않거나 아포지질단백B가 100mg/dL 이상인 환자가 이번 연구에 포함됐다.
그는 ODYSSEY 연구와 FOURIER 연구, 그리고 국내 연구 결과를 비춰봤을 때 국내 환자에게 PCSK9 억제제의 치료 혜택이 상당 부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2016년 발표된 한국인 심근경색증등록연구사업(KAMIR) 분석 결과,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게는 스타틴 + 에제티미브 병용요법보다 고강도 스타틴 치료 시 MACE 발생률이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Int J Cardiol 2016;225:50-59). 이를 종합해 추론했을 때 고강도 스타틴만으로 LDL-C가 조절되지 않는 국내 환자는 스타틴 + 에제티미브 병용요법보단 PCSK9 억제제의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그는 국내 환자에서 PCSK9 억제제의 다면발현효과(pleiotropic effects)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국내에는 지질단백질a(lipoprotein a)가 높은 환자가 많지만 지금까지 이를 타겟팅한 치료제가 없었다"면서 "PCSK9 억제제는 지질단백질a가 높은 환자에게도 효과가 좋았다. LDL-C를 낮추면서 지질단백질a도 조절한다는 점에서 스타틴처럼 다면발현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환자는 LDL-C 목표치보단 '감소율'에 주목

이어 강력한 LDL-C 조절에 따른 예후 개선 효과를 FOURIER 연구와 ODYSSEY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는 점에서 국내 임상에서도 '낮추면 낮출수록 좋다'는 가설에 힘이 실린다.

다만 서양과 차이가 있다면 LDL-C 목표치보다는 치료에 따른 LDL-C 감소율에 주목한다. 국내 환자는 서양과 달리 고LDL-C혈증·고중성지방(TG)혈증·저HDL-콜레스테롤혈증을 동시에 보이는 복합형 이상지질혈증이 대다수라는 점에서 서양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ODYSSEY 연구에 포함된 국내 환자에서도 LDL-C 감소율을 목표로 약물을 투약했을 때 치료 효과가 좋았다는 게 정 교수의 전언이다.

그는 "국내 환자의 경우 서양과 같이 LDL-C 목표치를 70mg/dL 미만으로 설정하기보다는, 등록 당시보다 LDL-C가 50% 이상 감소된 경우를 목표로 PCSK9 억제제를 투약했을 때 치료 효과가 더 좋았다"면서 "국내 환자는 서양과 달리 TG가 높고 HDL-C가 낮은 환자가 많으며, 이들 환자의 LDL-C가 조절되지 않는다면 선택적으로 PCSK9 억제제를 투약할 수 있다고 본다. 서양과 다른 국내 실정에 맞는 진단법, 치료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가장 큰 문제는 '치료비용'…"'KAMIR-PCSK9 inhibitor' 연구로 문제 해결할 계획"

그러나 PCSK9 억제제의 치료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임상에서 PCSK9 억제제가 다른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를 대체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국외 전문가들은 중지를 모은다. 2016년 미국에서 에볼로쿠맙의 연간 치료비용은 1만 4100달러(한화 약 1600만원), 알리로쿠맙은 1만 4600달러(한화 약 1657만원)로 그 비용이 상당하다. 결국 임상시험 결과가 좋더라도 치료비용이 지금보다 낮아져야만 보다 많은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국내 전문가들도 뜻을 같이한다. 아직 국내에서 PCSK9 억제제의 약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그 비용에 따라 임상 적용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비용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PCSK9 억제제의 치료 효과를 장기간 평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정 교수는 "PCSK9 억제제의 치료비용 문제는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ODYSSEY 연구에 포함된 국내 환자에게 PCSK9 억제제 투약 시 예후 개선 효과와 함께 간기능장애, 주사부위반응 등의 이상반응이 없었다는 점에서, 비용문제가 해결된다면 언젠가는 PCSK9 억제제 단독요법을 진행하거나 스타틴 불내성인 고위험군 환자에게 약물을 투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KAMIR 연구를 중심으로 PCSK9 억제제 치료에 따른 장기간 예후를 분석한 'KAMIR-PCSK9 inhibitor' 연구를 시행해 그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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