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 4명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된 가운데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의료진에만 책임을 묻는 구속영장 청구는 즉각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 회장직 인수위원회와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일 일제히 성명을 내고 사법당국을 비판했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진 4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신생아 중환자실의 잘못된 관행에 따라 지질영양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트로박터균에 감염됐고, 이를 묵인·방치한 지도감독 의무를 위반했다는 게 구속영장 청구의 이유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관리감독 소홀이라는 애매한 이유로 모든 책임을 덮어 씌우는 건 타당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의협 인수위는 “의료진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희생양 삼으려는 행태에 대한민국 의사들은 형언할 수 없는 분노와 좌절을 느낀다”며 “사태의 진범은 정부 당국”이라고 질타했다. 

의협 인수위는 경찰이 의료인의 주의의무위반의 범위를 넓히고 있어 죄형법정주의 대원칙과 법률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또 수사자료 임의제출로 충분함에도 경찰은 중환자실 장소적 특수성을 고려치 않은 압수수색으로 적법절차의 원리에 반하는 점을 지적했고,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향후 의료현장에서는 주의의무 회피 노력만 가중돼 중요한 환자의 생명권 보호에 위험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장발부 후 추후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난다면 의사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고, 수사와 재판이 수년간 지속된다면 진료 중인 다른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가 침해된다는 주장도 했다. 

특히 여론을 의식한 검경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법원은 이를 기각해야 의료 대란을 막을 수 있고, 의사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도 불구속 수사가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의협 회장직 인수위는 “이 시간에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감염 위험과 싸워가며 환자를 살려내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수많은 의료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억울한 의료인을 국가가 구제해주지 않는다면 국가 의료체계는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봉직의 단체인 대한병원의사협의회도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영장 신청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병의협은 “국가가 강제한 의료체계 하에서 적자 운영을 감수하며 미숙아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NICU 의료진에게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형사책임을 물으며 구속 영장을 신청한 경찰의 행태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병의협은 “구속영장 청구는 적자운영, 교과서적 진료행위 급여 불인정, 의료인의 과도한 근로시간 등 고질적인 문제를 알면서도 오랜 기간 방치하고 묵인한 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경찰은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 영장 신청을 즉각 철회하라”고 강조했다. 

관련 학회도 성명서를 내고 구속 영장 기각을 요구했다. 

대한신생아학회와 대한중환자의학회는 2일 "의료 감염 관련 사건으로 인한 의료진의 법정 구속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검찰은 즉시 신청된 구속 영장을 기각하라"고 요구했다. 

또 "이번 사건이 향후 의료진에 대한 실질적 처벌로 이어질 경우 막중한 사명감 하나로 중환자 진료에 임해 온 우리들은 진료 현장에서 떠날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한 국내 중환자 의료 붕괴의 책임은 전적으로 잘못된 제도를 방치해 온 보건 당국과 비상식적인 사법적 판단을 한 형사 및 사법 당국에 있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두 학회는 또 현재 진행 중인 의료관련감염 종합대책과 중환자 진료 체계 개선안은 전문 의료인력의 확보와 이들의 안전한 근무 환경 조성을 최우선 순위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도 한 목소리를 냈다. 의료진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의료기관, 경영진, 보건당국의 책임에 대한 면죄부라는 지적이다. 

보건노조는 “의료진에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잘못된 관행을 이끌어 온 병원과 재단, 보건당국의 책임이 함께 규명돼야 한다”며 “이들에게 죄를 묻지 않으면 제2, 제3의 이대목동사태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보건노조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고를 초래한 잘못된 관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인력확충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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