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암대학원대학교 최일주 교수...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위암 간 연관성 밝혀

▲국립암대학원대학교 최일주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기자

Q, 연구가 어떤 배경 하에 진행됐나?
지난 2001년 NEJM에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과 위암 간 연관성을 관찰한 후향적 연구가 나온 이후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와중에 교과서에 실릴수 있는 이른바 의미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는 당시 국립암센터 박재갑 초대원장의 조언도 자극제가 됐다. 한편 제대로된 연구를 해야한다는 의지도 작용했다. 앞서 관련 연구가 있었지만 연구의 질적 측면에서 논란도 있었다. 따라서 후향적 연구 이후 장기간 추적관찰하는 이른바 제대로된 무작위 대조군 연구(RCT)를 통해 보다 명확한 근거를 확보하고 싶었다.
 
Q, NEJM이 어떤 부분에 주목한 것으로 보는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과 조기 위암간의 관련성을 입증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는 두 개가 있었다. 2008년 Lancet에 실린 연구는 제균이 위암 예방효과가 있다고 결론을 냈다. 하지만 2014년 서울대 연구팀이 효과가 없다는 새로운 결과를 제시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재발암의 정의, 연구 기간 등 모두 연구마다 여러가지 한계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쉽사리 결론을 낼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대규모, 장기간 추적관찰한 것으로, 기존의 한계점을 모두 극복한 연구였다. 아마도 이런 점을 높이 평가한 듯하다.

Q. 결과를 다시 정리하면?
최종 396명을 대상으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과 위암 예방의 관련성을 확인한 무작위 대조군, 이중맹검 연구이다. 연구 기간만 최소 3년 최대 13년까지(평균 5.9년) 관찰했다. 그 결과 제균시 위암발생을 50% 가량 예방하는 것으로 나왔다. 블라인드 연구 특성 상 제균약을 복용한 경우에도 약 20%가 제균되지 않았는데, 실제로 제균이 된 경우의 에는 실제 위암 예방 효과는 70% 이상으로 봐야 한다. 위암 발생의 위험인자로 알려진 위축성 위염도 나아졌다. 제균군은 48.4%(157명 중 76명), 위약군은 15.0%(153명 중 23명)로 조직학적 호전을 보였다. 이미 위점막의 위축성 변화가 진행된 환자에서도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호전됐다.

Q. 이번 결과를 계기로 가이드라인 변화도 예상할 수 있나?
현재 대다수 가이드라인은 앞서 나온 연구를 근거로 위암에 대한 내시경치료 후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제균 치료를 권하고 있다. 1997년과 2008년 LANCET에 발표된 전향적 무작위 임상연구(RCT) 논문이 그 바탕이 됐다. 따라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만 조기위암의 내시경 절제술 후 헬리코박터 치료에 대한 권고강도의 변화는 있을 듯하다.
 
Q. 연구의 한계점으로 지적된 부분은?
국립암센터 한 기관에서 시행한 연구라는 한계점이 가장 걸리는 부분이다. 그러나 연구 당시 조기위암에 대한 내시경 치료를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는데 국립암센터가 그 중 한 곳이었다. 또 다른 점은 2008년 불완전한 연구에 의해서 제균 치료가 권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약군의 배정된 환자에서 치료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윤리적 문제도 제기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연구종료 시점까지 의료보험에서 헬리코박터 치료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는 점과 (2018년 올해부터 의료보험에서 급여화하였다)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를 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명할 수 있었다.

Q.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과 발암기전도 설명이 가능한 것인가?
사실 염증과 암의 연관성은 잘 알려져 있다. 간암이나 자궁경부암도 바이러스에 의한 염증과 관련 있다. 위암도 결국 염증 반응으로 정상적인 점막이 소실되어 위축성 위염이 생긴다. 위축성 위염은 위암으로 가는 전 단계이며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 있으면 염증을 유발하고, 이러한 위험이 높아진다.

▲국립암대학원대학교 최일주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기자

Q.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 있는 일반인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일반인들의 제균 치료는 아직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이를 위해 중국에서는 9만 여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부터 국가암검진에 참여하는 11,000명을 대상으로 국립암센터에서 국제암연구소 (IARC)와 국내 11개 대학병원와 공동으로 참여하는 대규모의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시행하고 있다. 2028년에 연구가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발표와 동시에 일반인에서 치료가 필요한지 명확하게 권고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Q. 제균과 관련해 내성 문제나 치료 전략과 관련한 논쟁은 없나?
헬리코박터 세균의 항생제 내성이 대두가 되고 있는데 이는 최근 감기, 호흡기질환 등의 문제로 다량의 항생제를 쓰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렇다고 치료가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 단 이를 위해서는 적당한 항생제 처방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일반인에게 제균 치료를 권고하는 문제 또한 항생제 부작용이나 내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Q. 앞으로 어떤 연구를 진행할 계획인가?
현재까지는 조기 위암 환자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고 앞으로는 고위험군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따라서 현재 위암에 가족력이 있는 사람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위암은 가족력이 있으면 발생 위험이 2~3배 높아진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2004년부터 연구를 시작했고 올해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그러면 위암 고위험군에 대한 전략을 제시할 수 있다. 현재 위암을 예방하기 위해 헬리코박터균이 없는 사람까지 내시경 검사 하고 있는데 이런 행위는 비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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