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전 혈압 높아지면 '유산' 위험 ↑·산욕기에 입원한 임산부 3명 중 2명 '심부전' 원인

임신 기간 여성의 체내에서는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생리학적 변화는 심혈관에 영향을 미칠뿐더러 태아에게도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젊고 건강한 여성이라도 산전 및 임신 중, 출산 후에도 심혈관계에 대한 진찰과 함께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미국 국립보건부 산하 국립아동보건 및 인간발달연구소(NICHD) 연구팀과 일리노대학 연구팀은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과 임산부가 주의해야 할 두 가지 증상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각각 주요 저널을 통해 발표해 주목을 받는다.

두 연구팀이 지목한 증상은 '혈압 상승'과 '심부전'으로, 임상에서는 이번 연구 결과를 계기로 이 같은 증상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임신 전 이완기 혈압 10mmHg 상승하면 유산 위험 18% ↑

NICHD의 Carrie J. Nobles 교수팀은 임신 전 고혈압 여부와 관계없이 혈압이 조금만 상승해도 유산 위험이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에는 아스피린이 임신·생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EAGeR 연구'에 참여한 여성 1228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유산을 1~2회 경험한 뒤 다시 임신을 시도한 여성으로 평균 나이는 28.7세였다. 

모든 여성은 임신 준비 기간 또는 임신 초기에 혈압을 측정했다. 고혈압 환자가 일부 확인됐지만 임신 전 평균 수축기/이완기 혈압은 111.6/72.5mmHg로 현재 미국 심장학계에서 제시하는 고혈압 진단기준인 130/80mmHg 이상에 해당되지 않았다.

임신에 성공한 여성 797명 중 6개월 이내에 유산을 경험한 이들은 24%로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혈압 변화와 유산과의 위험을 평가한 결과, 이완기 혈압이 10mmHg 상승 시 유산 위험이 18% 높았다(95% CI 1.03-1.36). 뿐만 아니라 평균 동맥혈압도 10mmHg 높아지면 유산 위험이 17% 증가했다(95% CI 1.02-1.35). 이러한 위험은 임신 전 및 임신 초기 혈압 변화에서도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이번 결과는 젊고 건강한 여성이더라도 임신 전 혈압이 조금만 상승할 경우 생식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Nobles 교수는 "의료진은 가임기 여성의 혈압이 조금이라도 높아지면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들의 혈압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다만 이번 연구는 유산을 경험한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참여자 중 95%가 백인이기에, 이번 결과를 다른 인종의 여성에게도 적용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Hypertension 4월 2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분만 후 6주 동안 입원한 임산부 60% '심부전' 때문

이와 함께 지난 1월 Circulation: Heart Failure에는 임산부의 심부전 위험을 경고한 연구가 발표돼 주목을 끌었다(Circulation: Heart Failure 2018;11:e004005).

최종 결과에 따르면, 출산 후 병원에 입원한 전체 임산부 중 분만 후 6주까지인 산욕기에 심부전으로 입원한 여성은 약 3명 중 2명이었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1987~2011년 임산부에서 심부전 이환율 및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률이 두배가량 증가해 질환 위험에 대한 경고가 이어져 왔다. 그러나 임신 기간에 따른 심부전 입원율, 출산과 심부전과의 연관성 등이 명확하지 않아 이를 확인한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미국 일리노이대학 Mulubrhan Mogos 교수팀은 미국 NIS(Nationwide Inpatient Sample)를 활용해 임신 기간에 따른 심부전 위험을 분석했다.

연구에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병원에 입원한 임산부 기록 5천만여건이 포함됐다. 이들 중 심부전으로 병원에 입원한 임산부는 10만명 당 112명이었다.

출산 후 병원에 입원한 임산부는 전체 입원환자의 1.5%에 불과했지만, 이 중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율은 상당했다. 산욕기에 병원에 입원한 임산부 중 약 60%에서 심부전이 확인된 것. 

출산 전 심부전으로 입원한 임산부는 13.2%, 출산 중 27.3%였던 점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이기에, 임산부는 출산 후 심부전이 발병하지 않도록 심혈관 건강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2001~2011년 출산 전 심부전 입원율은 연간 평균 4.9% 증가했고(95% CI 3.0-6.8), 출산 후 심부전 입원율은 2001~2006년에 매년 7.1% 늘어(95% CI 4.4-9.8) 2011년까지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이 같은 임산부에서 심부전 위험은 고혈압 등의 질환을 동반했거나 가임 연령이 어릴수록 문제가 됐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Mogos 교수는 "의료진은 임산부가 출산 후 퇴원하기 전에 심부전 고위험군인지를 확인해야 하며 이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시행해야 한다"면서 "심부전 위험이 높은 임산부에게 질환 위험을 알리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공공보건의료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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