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비만학회 춘계학회서 공개
비만진단 2단계서 3단계로 분류

 

빅테이터를 기반으로 한 국내 첫 비만 진료 지침이 나왔다. 대한비만학회는 6일 제48차 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4/6~8)에서 2018년판 비만 진료지침을 공개했다.

지난 2000년 근거중심의 비만 진료지침 1판을 발행한 학회는 이후 2003년, 2009년, 2012년, 2014년에 각각 개정판을 발행했다. 이번에는 2018년 6판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야말로 가장 최신의 근거기반의 지침이다.

특히 이번 개정판의 특징은 해외 근거만 적용했던 과거와 달리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국내 데이터를 반영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동안 많은 학회가 빅데이터 분석을 하고 있지만 이를 활용해 실제 지침완성까지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서 대한비만학회는 첫 지침 발표한 이래 18년만에 국내 데이터를 기반한 지침을 완성하게 됐다.

대한비만학회 유순집 이사장(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은 "해외 대규모 연구에 의존하기 보다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독자적인 데이터를 만들어야 하는 사명감을 갖고 건강보험공단 활용해 2000만명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비만 기준 등을 담아 냈다"고 설명했다.

비만은 25 이상 부터 3단계로 구분

이에 따라 비만 기준도 조금 변화가 있다.

지침에 따르면, 성인 비만의 기준은 체질량지수(BMI) 25㎏/㎡이다. 또한 BMI 기준에 따라 비만을 3단계로 구분했다. 25.0~29.9㎏/㎡ 의 경우 1단계 비만, 30.0~34.9㎏/㎡의 경우 2단계 비만, 그리고 35.0㎏/㎡ 이상의 경우 3단계 비만으로 구분했다. 또 허리둘레를 기반으로 한 비만 기준도 제시했다. 성인 남성은 90㎝ 이상, 여성은 85㎝ 이상이라면 비만으로 볼 수 있다.

대한비만학회 진료지침이사 김성수 교수(충남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는 "이전 지침에서는 비만을 2단계로 나눴지만 새 개정판에서는 3단계로 구분한 것이 주요한 특징"이라면서 "이는 서양인을 기준으로 한 세계보건기구의 진단기준과 차이가 있으나 인종, 비만, 유병률 증가, 비만동반질환의 위험을 고려할 때 한국인 진단기준으로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비만 치료로 체질량지수 25㎏/㎡부터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단 약물치료 전 반드시 식사, 운동, 행동치료가 선행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후 치료 약물로는 펜터민, 디에틸프로피온, 펜디메트라진, 마진돌, 오르리스탯, 로카세린, 날트렉손/부프로피온, 리라글루타이드가 등재됐다.

이와 함께 비만의 위험성도 담았다. 이 또한 빅데이터의 분석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고려의대 김양현 교수(안암병원 가정의학과)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 우리나라는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의 비만동반질환의 위험비가 체질량지수 25㎏/㎡부터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에 따라 비만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갖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수술적 치료대상으로는 BMI 35㎏/㎡ 이상이거나 30㎏/㎡ 이상이면서 비만동반질환이 있는 경우 비수술치료(약물치료 등)에 실패한 환자로 정의했다. 또 노인비만은 체질량지수와 함께 허리둘레를 같이 평가해야 한다고 규정했으며, 만 2세 이상의 소아청소년의 경우 2017년 소아청소년 성장표를 기준으로 연령별 성별 BMI 백분위수에 따라 95백분위수 이상을 비만으로, 85~94 백분위수는 과체중, 95백분위수의 120~139%를 2단계 비만, 140% 이상을 3단계 비만으로 정의했다.

유순집 이사장은 "공단과 제휴를 통해 의미있는 지침을 만들 수 있게 됐다"면서 "이번 계기로 앞으로 우리나라 임상 진료와 연구 그리고 비만 관련 정책에서도 중요한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빅데이터 근거수준은 글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지침이 나왔다는 소식에 타 학회들은 축하한다는 입장을 보내면서도 근거수준 설정 문제와 아직 더 많은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이사인 권혁상 교수(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는 "대한당뇨병학회도 내년에 지침개정을 앞두고 있는데 일부 내용을 수용할 수 있어서 기쁘다"면서도 "다만 빅데이터로 만들어진 근거를 어떤 근거수준으로 정해야하며, 또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떤 근거수준을 적용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내분비내과학회 진료지침이사인 노정현 교수(일산백병원 내분비내과)는 "이번 분석에서 역학 정보, 중재 정보 등 다양한 테이터를 얻을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 약제관련된 정보가 제한적이었다"며 "이해관계가 있겠지만 국내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없기 때문에 이런 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약제 정도도 빅데이터로 풀어내야 진정한 지침이 완성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질동맥경화학회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있는 정인경 교수(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도 "치료 기준 뿐만 아니라 향후 비용분석까지 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정보인 것 같다"면서 "최근 공단이 콜레스테롤 검사 주기를 2년에서 4년으로 늘렸는데 비만으로 인한 심장질환, 뇌졸중, 심경경색 등 등 다양한 역학 정보를 만드려면 검사 주기를 이전처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 운영실 김연용 센터장은 "아직까지는 얻을 수 있는 요소가 한정돼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를 충족하려면 쏟아지고 있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꼼꼼히 모니터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