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뇌졸중학회 나정호 이사장ⓒ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대한뇌졸중학회의 새로운 수장이 된 나정호 이사장(인하대병원 신경과)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뇌졸중을 치료하는 기술이나 회원들의 역량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상태라 이제 국민을 위해 도움이 되는 학회가 되고 싶다는 의지였다.

1998년 학회 창립 시기 비전이었던 '뇌졸중을 극복해 국민의 건강한 삶을 추구한다'를 실천하고 싶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나 이사장의 말대로 뇌졸중학회는 국내 몇 안 되는 세계적 학회다. 우선 국내 학회에서 보기 드물게 5.576의 IF를 자랑하는 '저널 오브 스트로크(Journal of Stroke)'를 학회지로 발행하고 있다.

많은 학회가 IF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5점대 후반 IF는 자랑할 만하다. 대학병원뿐 아니라 진료 현장에 있는 의사들의 경쟁력도 뛰어나다. 2017년 OECD가 발표한 보건의료 질 프로젝트에서 2015년 기준 우리나라 뇌졸중 진료 성과는 OECD 국가 중 최고였다. 또 2012년에는 세계뇌졸중학회를 서울에 유치하기도 했다.

"국가뇌졸중안전망 촘촘히 구축돼야"

내부를 단단히 굳힌 학회는 몇 년 전부터 뇌졸중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국가뇌졸중안전망 구축'에 역점을 두고 있다. 

나 이사장은 "뇌졸중이 발생했을 때 세 가지 핵심이 있다. 병원에 빨리 가는 것과 뇌졸중 치료실이 있는 곳에 가는 것, 시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있는 곳에 가는 것"이라며 "뇌졸중 발생 초기에 치료를 잘 해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면 뇌졸중안전망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학회가 뇌졸중안전망 구축에 오랫동안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이유는 시골이나 도서벽지에 사는 환자도 뇌졸중이 발생했을 때 언제든지 제때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환자가 골든타임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서울을 제외한 14개 지역에서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학회 생각에는 간극이 있다. 14개 심뇌혈관질환센터로는 턱없이 부족하고, 적어도 수백 개는 더 있어야 한다는 게 학회 측 주장이다. 

뇌졸중학회가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를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지역에 있는 뇌졸중센터 등을 활용하겠다는 것. 그리고 지역뇌졸중센터 인증을 학회가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나 이사장은 "정부가 지정이나 인증을 원한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정부가 지정하는 것은 효율성 면에서 떨어진다"며 "우리 학회는 뇌졸중 전문치료실 인증사업을 현재 진행하고 있고, 이에 대한 노하우가 있다. 지역에 있는 지역뇌졸중센터 등에 대해 학회가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지 평가하고 인증하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학회가 직접 나서는 것보다 제3의 기관이 평가하고 인증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몇 년 전 의료기관인증평가원과 MOU를 체결하고 평가인증을 위한 기준안 초안을 마련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학회가 추진하는 뇌졸중센터의 인증사업은 '꽃길'은 아닌 듯하다. 우선 대한병원협회가 투자를 더 해야 하는 이유 등을 들어 난색을 보이고 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뇌졸중질 지표 등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여서다. 

"야박한 집중치료실 수가…교육수가도 절실"

정부가 뇌졸중 집중치료실 수가를 너무 야박하게 책정했다는 한탄도 했다. 
뇌졸중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받은 환자의 예후가 좋다는 것은 이미 근거로 알려졌지만, 이에 대한 수가는 턱없이 낮다는 것. 치료실에 보통 4~6개 병상을 만드는데, 7등급 정도밖에는 수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 대한 뇌졸중학회 나정호 이사장ⓒ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뇌졸중 환자 교육수가 얘기도 꺼냈다. 예방, 대처방안, 치료방법 등 그 어떤 진료과보다 교육이 중요한 것이 뇌졸중인데 이 부분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처럼 규모가 있는 곳에서는 환자 교육을 아무런 대가 없이 진행할 수 있다고 해도, 그렇지 않은 병원은 제대로 된 교육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뇌졸중 집중치료실에 대한 수가인정 문제인데, 뇌졸중 발생 초기에 뇌졸중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받은 환자들의 예후가 훨씬 좋다는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입증된 사실이기 때문에, 많은 병원이 대한뇌졸중학회에서 인증을 받아 별도의 공간과 인력을 투입해 운영하고 있으나 별도의 보험수가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공의 지원 감소 심각

학회를 맡은 후 나 이사장을 괴롭히는 문제는 전공의 지원 감소다. 환자들의 요구는 훨씬 많아지고 있고, 'Onset-to-needle time' 또는 'Door-to-needle time'등을 측정하는 평가 지표도 더 섬세해졌다. 그런데 수련받는 의사들의 환경은 더 열악해지고 있다. 전공의특별법 시행으로 전공의 수련환경이 많이 바뀌었고, 이로 인해 전문의들도 당직을 서야 하는 등의 상황이 벌어진 것. 

나 이사장은 "현재 신경과 전공의 충원율이 약 90%다. 전공의를 더 배출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정부가 계속 전공의 TO를 줄이는데, 더 늘려야 한다"며 "1~2명이 365일 병원을 커버하는 지금 상태는 오래갈 수 없다. 3명 정도가 근무해야 자기 삶도 유지하면서 지속 가능한 진료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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