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암등록통계(2015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82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5%로, 남자는 5명 중 2명, 여자는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릴 것이란 예상이 나올 정도로 흔한 질환이 됐다.

암 치료의 역사를 살펴보면, 1970년대 암세포가 정상세포에 비해 분화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이용해 화학항암제 사용이 시작됐다. 그러나 다른 정상 세포까지 공격함으로써 부작용이 발생했고, 환자의 면역력을 저하시켜 합병증이 유발되기도 했다. 

2000년대에는 특정 유전자 변이에 의한 종양세포만 공격하는 이른바 표적항암제가 나왔다. 탈모, 구토 등의 부작용은 낮고 반응률이 높은 것이 특징이지만 치료내성이라는 한계에 부딪혔다.

이어 등장한 것이 면역항암제다. 종양 자체를 공격하는 항암제와 달리 우리 몸의 면역세포 활성화를 통해 암을 공격한다. 인체 면역체계를 이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나 내성 발생 빈도가 낮아 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는 키트루다와 옵디보, 티쎈트릭 등 3개 면역항암제가 급여적용돼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처방되고 있다. 이중 키트루다가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확대를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환자 컨디션이 좋은 초반에 약을 투약하면 더 큰 치료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서의 효과도 입증한 키트루다의 급여확대 행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고가의 약물인 만큼 2차 치료제에서 1차 치료제로 올라설 경우 투입되는 재정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위험분담제를 통해 급여적용 중인 키트루다의 연간 예상 재정금액은 500억원. 1차 치료까지 확대될 경우 키트루다의 약가인하 감수는 불가피해 보인다. 보건복지부 등은 면역항암제에 대해 심도있게 검토 중으로, 결정이 임박했다는 소문도 있다. 

환자들과 의료진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일각에서 키트루다 1차 치료제로서의 독점 문제를 지적하는 시선도 있다. 키트루다는 PD-L1 반응률 50% 이상인 환자에 급여가 적용되지만 허가는 1% 이상이어도 가능하다.

PD-L1 반응률이 1% 이상인 경우 투여 대상이 20% 늘어난다는 추산이 있다. 그러나 1차 치료제로 처방될 경우, 투여 대상이 더 많아지고 경쟁약물도 없어지면서 PD-L1 반응률 확대는 서두를 필요가 없어질 것이란 얘기다.

모 대학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지금은 옵디보와 티쎈트릭 등 3개 치료제가 경쟁하는 구도지만, 키트루다가 1차 치료제로 확대될 경우 상당기간 독점적 지위를 얻게된다. 매출이 늘어날 것이란 얘기"라면서 "다음 단계는 느긋해질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PD-L1 반응률 50% 이상에서 효과가 더 좋고, 1차 치료제 지위를 얻어 환자를 독식하는데 굳이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또 다른 면역항암제 옵디보는 현재 가장 많은 7개의 암종에서 8개의 적응증을 가지고 있지만 작년에만해도 신장암 적응증 확대 시기가 늦어진 것에 대해 약가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추가 적응증까지 감안해 약가를 책정할 수 밖에 없어 이미 허가는 받았지만 적응증을 확대하는 시기를 전략적으로 저울질했다는 곱지않은 시선이었다. 면역항암제는 적응증 확장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다.

덧붙여 병용요법을 통한 더 나은 효과를 속속 입증하고 있다. 때문에 면역항암제는 벼랑끝에 선 환자에게 동아줄같은 존재다. 제약사도 기업인만큼 이익을 추구해야 하겠지만 환자 치료보다 우선시 되는 가치는 없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가정과 예상이 기우에 그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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